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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김장, 그리고,세월 난 김장 김치를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 왜냐면 그땐 내가 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땐 딤채 따위가 아니라 뜰에 파묻은 장독에 김치가 가득히 들어 있었다. 딤채가 아무리 좋다 한들, 땅 속에서 서서히 익어가던 그 김치의 맛을 따를 수가 있을까? 지금이라도 뜰이 있다면 예전처럼 그렇게 땅 속의 딤채를 만들어서 그 시원하고 독특한 김장 김치의 맛을 느껴보고 싶다. 우리 집 김장은,내가 기억하기론, 어렸을 땐 백포기 쯤 했던 것 같고, 무슨 잔치처럼 집안이 난리가 났었던 것 같다. 누가 했는진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당시엔 '식모'라고 불리던 '가사도우미'와, 엄마,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달려들어 그 엄청난 양의 김장을 해치웠다. 난 김장독을 열어 깊숙히에 드문드문 묻혀있던 김장무를 잔뜩 꺼내서 젓.. 2022. 12. 15.
내 기억 속의 지우개 만일 내 기억 속의 지우개가 있었다면, 난 그나마 살아갈 수 있었을까? 아니면 지금보단 덜 참담했을까... 내 인생에서 사라진 것은 언젠가부터 '치열함'이다. 그리고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그 '치열함'이 주는 만족감 속에서 혼자 즐거워하던 시절이다. 하지만, 난 단 한번도 진정성 있게 치열한 적이 없다. 동시에 난 매우 성실하게 그 치열하지 않은 차가운 열정을 나를 위해 즐겼다.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바로 그 차가운 진정성인지도 모르겠다. 전혀 상처받지 않을, 그 누구도, 그 무엇으로도 파괴할 수 없는 나만의 고고한 성곽안의 거만한 자아 그래서 싫증나면 언제든 그 치열함을 거두고 미련없이 떠날 수 있었던 자유로운 영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고, 그래서 빠지긴 하되, 언제든 돌아설 수 있는 여유 그건.. 2022. 12. 6.
드라마 잔혹시대 OTT 드라마의 폭이 넓어졌다. 그만큼 선택의 폭도 넓어졌기에 기대도 컸었지만, 차츰 도가 지나치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작품도 문제지만, 그런 드라마를 즐기지 못하는 나에게도 문제가 있다. 즉, 지금의 내겐 그런 드라마 잔혹사가 감당하기 힘겹다. 나도 한때는 어느 정도 입에 오르내리는 오리지날 드라마들은 기다렸다가 정주행을 하곤 했는데, 차츰 기대를 잃어가고 있는 것을 느낀다. 그 유명한 '오징어 게임'도 정말 역겨워하며 보았다. 유명 OTT의 오리지날 드라마를 즐긴 시초가 '킹덤'이었고, 두 번째가 '스위트홈' 이다. '킹덤'은 인상적이었지만, 스위트홈은 보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좀비와 괴물,죽어도 죽지않은 좀비와 스스로의 욕망에 못이겨 괴물로 변해가는 인간들,이후로 난무하는 좀비 드라마나.. 2022. 11. 23.
드라마 '라이프'에서의 '사랑'이라는 의미 엄마가 버린 아이가 병원 복도에 쪼그리고 앉아서 엄마를 찾고 있다. 노을 선생에 이끌려 병동을 둘러보던(그다지 마음 내켜 보이진 않지만) 구승효는 아이 앞에 서서 한참을 내려다본다. 그 장면은 노을 선생이 의도한대로, 소아외과의 작고 병든 생명들이 힘겹게 생명을 이어가는 것보다 구승효가 미처 상상하지 못한 험한 광경,비참의 극치였다. 그게 16부 작인 라이프에서도 중반으로 넘어서기 직전 즈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뒤늦게 나오는데, 내 기억으론 5회 혹은 6회쯤이 아닐까 싶다. 노을 선생은 병원과 병원 집단의 패쇄성과 시스템에 갇혀서 '우린 다르죠. 우리가 그들과 같나요?' 따위의 말로 선민의식을 태연하게 입에 올리면서도, 비도덕적인 일들을 저지르고도 죽어도 자신들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으며 자아 성찰 기능.. 2022. 1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