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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성탄절(1)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들떴던 시절이 있었다. 거리엔 산타와 잔뜩 장식된 트리가 난무하고 진부하지만 유쾌한 캐롤을 상점마다 틀어대서 가슴을 뛰게 만들고 교보문고에서 카드를 골랐던 시절이 있었다. 성탄절 전야엔 친구들과 어울려 이태원에서 밤새워 논 적도 있었다. 그러나 난 실제로는 성탄절의 그러한 으례적인 행사같은 짓거리들이 전혀 즐겁지 않았다. 난 선천적으로 음주가무를 즐기지 않았다. 그저 당시엔 혼자 보내는 성탄 전야 같은 건 상상할 수 없었을 뿐이다. 그저 친구들과 떼거리로 몰려다니면서 무시무시한 인파에 휩쓸려 추위 속에 거리를 헤매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었을 뿐이다. 나이가 좀 더 들자, 더이상은 그런 쓸데없이 즐겁지도 않고, 재미도 없는 으례적인 성탄 전야의 음주가무가 공허하고 마음은 허전하면서 .. 2022. 12. 27.
드라마 '멜랑꼴리아'를 보다가 떠오른 생각들 나도 수포자이다. 내가 수학을 싫어하고, 무서워하고,포기해버린 가장 큰 이유를 이 드라마를 보면서 깨닫게 되었다. 내겐, 그저 몇 개의 알파벳과 숫자, 그리고 제곱, 루트, 방정식 등등으로 기억되는 수학은 내가 알지 못했던 매우 새로운 세계였다. 무조건 방정식을 외우라고 강요한 선생들이 수학이라는 학문의 본질과 개념에 대해선 알려준 적도 없을 뿐 아니라, 아예 그들조차도 알지 못했던 게 아닐까 싶다. 사실, 수학에 대한 본질적 개념에 흥미를 느끼고, 내가 수학을 몰랐고, 이해못한 이유를 알게 해준 책이 한권있다. 그것은 미국의 현학적인 추리소설가 '반 다인'의 작품인 '승정 살인사건'이라는 소설이다. 반다인은, 내가 무척 재수없어했던 작가인데, 엄밀하게 그는 추리소설가라기 보단 모든 분야에 걸쳐 전문적인.. 2022. 12. 22.
사라진 낭만-포장마차 칼국수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은 요즘 개발이 한창이다. GTX 공사로 인해 벌써 6년 째 내 식으로 표현하면 '엉망진창'이다. 공사 지역 부근은 전엔 가장 붐비던 구역이었지만, 지금은 상권이 거의 죽어버렸다. 지하철 입구 중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유동 인구가 많아 주변엔 온갖 종류의 포장마차들이 늘어서 있다. 하지만, 1990년 대부터 이 구역의 특색은 칼국수 포장마차였다. 처음엔 한 두 개 정도만 간소하게 있었다. 국수를 좋아하는 내겐 최고의 선물이었다. 일이 끝난 후에, 기진맥진해서 저녁을 먹을 기운도 없을 때 그러면서도 뭔가 맛있고, 허한 속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아주 맛있는 뭔가로 배를 채우고 싶을 때, 난 밖으로 뛰쳐나가 포장마차 칼국수를 포장해서 겨우 혼자 남은 내 집에서 만족스럽게 저녁을 해결했고, .. 2022. 12. 22.
엉뚱한 주말의 행복 대다수의 사람들처럼, 나도 주말을 좋아한다. 물론 학교 다닐 때, 특히 대학때가 엄청 좋았다. 아니, 그때부터 진정한 주말의 행복이 시작되었다. 대학에 가면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사실은, 주말이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이나 된다는 것과, 방학이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시작된다는 것, 담임이라는 것이 없어서, 그냥 마지막 시험만 끝나면 그 순간부터 3개월 가까이 학교에 안 가도 된다는 것과, 심심해서 학교에 놀러가면, 거기엔 늘 친한 친구 누군가가 있었다는 것, 그럼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먹고 마시고 놀았다는 것,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썸타는 친구가 그 중에 있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의 주기가 매우 짧은 내가 평생 그러했듯, 난 곧바로 그들에게 싫증이 났다. 그래서 난 오로지 피아노 연습에만 몰두했고,.. 2022. 1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