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병원, 의사라는 종족들이라니... 본문
오늘 내가 뭘 먹었지?
녀석 때문에 정신이 반쯤 나간 엄마가
습관적으로 가져다 준
뭐라뭐라 하는 곡물로 만든 죽과 우유..
그리고
점심 때가 훨씬 지나서
오징어튀김과 김밥을 사오셨는데,
그나마 먹고 체해버렸다.
커피는 점심 때
진하게 큰 잔으로 하나 가득 탔는데
지금 보니
벌써 다 먹었다.
이런 우라쥘~!!
개쉐이 한 마리가
이렇게 우리의 혼을 빼놓다니..
그러나
맥없이 누워 있는 녀석을 보고 있으면
도저히 어떻게 해줘야할지
알 길이 없다.
난
병원을 믿지 않는다.
의사라는 족속도 믿지 않는다.
내 평생
병치레가 잦아서 온갖 병원을 다 섭렵해봤지만
제대로 되먹은 병원이나 의사는 본 적이 별로
아니 거의 없다.
지금 우리 집의 주치의는
그래서
내가 비교적 신뢰한다.
그는 다른 의사들과 다르다.
별것도 아닌걸로
대뜸 값비싼 검사부터 하자고 달려드는가 하면
기껏 진통소염제나 죽자고 처방해주는
의사들에 비해서
우리 주치의는
냉소적이다.
스스로 의사면서
의학의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고 할까?
그는 약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능하면 약처방을 잘 안하는 편이다.
운동하고 많이 걷고
마음을 다스리고..어쩌고
이런 말을 잘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별거 아니라고 말하면
정말 아무리 아프더라도
결국 벌거 아니다.
그는
웬만하면
검사하란 소리도 안한다.
얼굴만 봐도
자긴 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린 그를 신뢰하고
그 또한
십년 단골인 우리에게 매우 특별 대우를 한다.
개인 전화도 알려주어
수시로
상담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수의사란 족속들은...
말이 안나온다.
그들은
대체 어떤 마인드로 수의사가 된 것일까?
그들에겐
강아지, 혹은 개가
인간과 동급이어야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들에게도
결국 개는 개일 뿐인 것 같다.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런건 아니지만,
어떤 사람에겐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정말 가족일 수가 있다.
즉,
생명이고, 내 자식이 아픈 것과 거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명색이 수의사라는 사람들이
그걸 이해하지 못한다.
너무나 메마르고 무심하고
무엇보다
그들이 원하는 건
오로지 돈이다.
아니
대부분의 의사들이 원하는 건
그저 돈이다.
사람들은 시설좋고
환자들이 많은 병원을 좋아한다.
작년인가?
갑자기 턱관절에 이상이 왔다.
원래 오른쪽 턱관절 이상으로
십년 가까이 고생하다
어느날 갑자기 나았다.
그러다가
왼쪽으로 다시 이상이 온 것이다.
난 대학병원은 좋아하지 않는다.
특진이다 뭐다해서
사람 고생시키고
돈만 잔뜩 뜯어가고
결국 남는 것 없다는 걸 너무 잘 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문득 근처를 지나치는데
무슨 호화찬란한 치과가 눈에 뜨이길래
들어갔다.
고급 요정 내지 카페처럼 꾸며지고
손님들이 잔뜩 앉아 있으며
무엇보다
그보다 더 많은 직원들이
바빠 죽겟다는 표정으로 부지런히 서류들을 들고
오가는 것이었다.
세상에
무슨 병원이
환자보다 직원이 더 많단 말인가~!!
난 문득 생각했다.
이 정도 인테리어에
이 정도 시설에
이 많은 직원을 먹여살리고
시설비며 기계며
집세까지 내고도
남겨먹으려면
대체
얼마나 돈을 벌어야하는걸까?
그런 의심이 들었지만
턱관절을 치료하는 곳은 없는지라
그냥 참았다.
그날 난
엑스레이를 수없이 찍고
초음파로
턱관절을 보여주며
잔뜩 겁을 주는 걸 듣고
몇백만원짜리 뭐라뭐라하는 걸
입안에 설치해야한다는 협박을 듣고,
그래도 약물치료를 해달라는 말에
처방전을 받아들고
대신에
수만원을 내었다.
그리고
받은 약을 보니
세상에나..
내가 평소 수시로 복용하는
아나플로스라는 진통제가 아닌가~!1
결국 난
몇만원을 주고
아나플록스를 달랑 처방받은 것이다.
이를 벅벅 갈면서
다신 겉만 번지르르한 병원엔 안간다고 맹세했다.
이후로
삼성의료원에 갔더니
다시 십만원 가까운 돈만 울궈내고
차도가 없다.
짜증나서
냅두다가
어느날
찜질 두어번 하고
진통제 한알 먹었더니
그대로 나아버렸다.
병원이란 곳은 참 이상하다.
언젠간
갑자기 팔꿈치가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피검사까지 하더니
류마치스 관절염이라는 것이었다.
아니
웬 류마치스 관절염?
놀라서
약을 받아들고
집에 와선 곰곰히 생각하다
다른 병원에 갔더니
테니스엘보우란다.
말하자면
팔꿈치의 인대가 늘어나는
아주 흔해빠진 병이다.
일 년 수영해서 고쳤다.
하지만
테니스 엘보우를 류마치스 관절염이라고
그것도 피검사까지 하고
진단하는 그 빌어먹을 병원을 어쩜 좋단 말인가~!!
그러나
내가 어쩔 것도 없이
얼마 못가 문을 닫더만~!
뿐이랴?
난 코가 어릴 때부터 좋질 않았다.
비염이 심했다.
스무살 무렵에
병원을 찾아다녔다.
혼자
서울대 병원까지 갔다.
두어 군데 병원 모두에서
수술을 하라는 것이다.
수술?
놀구 있네
물론
지금까지 멀쩡할 뿐 아니라
비염 증세는 저 혼자 사라졌다.
하긴
우리 엄마도
목디스크로
서울대 병원에서
수술판정 받았다.
물론
수술 따위 안하고
지금 멀쩡하다
병원이란 곳은
그저 수술을 하라던가
입원을 하라던가
아니면
진통소염제만 딥따 먹인다.
진단도 제대로 못한다.
잘 모르면
무조건
MRI
나 찍으라고 한다.
찍어도 별 것도 없다.
그러니
내가 어찌 의사며 병원을 믿으랴.
수의사도 마찬가지~
아니 그들은 더 심하다.
병에 걸려도
제대로 치료해주는 의사가 없다는 건
참 무서운 일이다.
어제
죽어라고
살려놓았는데
오늘 병원에 다녀오더니
다시 애가 죽어간다.
대체
뭔놈의 병원이
멀쩡한 애를
반쯤 죽여서
돌려보내는걸까?
어제도
병원에 다녀온 후로
다 죽어가는 애를
종일 간호해서 살려놓았더니
오늘 다시
반쯤 죽어서
집으로 온 것이다.
아.
돌겠다.
이 빌어먹을 세상엔
제대로 된 병원이나 의사는 없는걸까?
이런 부질없는 분노에 사로잡혀
난 그저
종일 커피만 들이붓고 있다.
아...
'모놀로그 > 낙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아지의 하루는 인간의 5년? (0) | 2010.07.30 |
---|---|
이별,그리고 만남 (0) | 2010.07.28 |
윽....강쥐 병간호가 이리 힘들다니.. (0) | 2010.07.25 |
넌 웃고 있구나.. (0) | 2010.07.23 |
당신이 사라질까봐... (0) | 2010.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