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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의 하루는 인간의 5년?

모놀로그 2010. 7. 30. 08:44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만 해도

집에서 건강했을 때와 별다를 바 없었던 녀석이

퇴원한 이후로

눈에 뜨이게 쇠약해지는 걸

보면서

 

난 얼마 전에 들은 저 말을 되뇌이곤 한다.

 

그리고

이젠 걷지도 못해서

종일 누워 있는데다

 

막힌 요도 때문에

카테터를 방광에 달고 있는 몰골을 바라보며,

 

모든 게 꿈만 같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반짝이는 눈에

치켜올라간 이쁜 꼬리,

 

생기발랄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먹을 것을 달라고

떼를 쓰던 녀석이

어쩌다 저런 몰골이 된 걸까?

 

우리에겐 몇 달이

녀석에겐

십년 가까운 세월이었을까?

 

시츄는 유난히 먹을 것을 밝힌다.

그러다보니

결석이 생기기 쉽단다.

 

결석이 막 생겼을 때

 

수술을 막은 주치의를 이제 와서

원망해서 무엇하랴~!

 

그래도 원망스럽다.

 

당시 녀석을 치료한 병원은

다른 곳이었다.

 

온갖 요란한 기계에 둘러써인 그 병원은

어마어마한 돈을 울궈내면서도

결석을 방치하면

신부전증이 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우린 아무것도 몰랐다.

 

신부전증은

죽음에 이르는,

 

아무런 대책도 없는

무서운 병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앗고,

 

우리는 너무나 무지했다.

 

주치의라는 작자의 무심함과,

우리의 무지함,

 

그리고

의사들의

무책임으로

 

녀석은 저런 꼴이 되버렸고,

이젠

죽음만 기다리는 것이다.

 

하긴,

 

아직은

눈이 빛난다.

 

아직은 먹는다.

 

스스로 먹진 않지만

우리가 주사기로 주입하는 사료와 물을 받아먹는다.

 

지저귀를 차고

잘 걷지는 못하며

 

종일 누워 있긴 하지만

 

아직은 생명의 기운이 느껴진다.

 

먹는 걸 거부하는 그날이

녀석의 마지막이라고 한다.

 

미안하다..

 

내가 어려서 보낸 베키처럼

 

우리의 무지함으로

널 고통스럽게 하고

결국은

고통 속에서 떠나게 할 것 같구나.

 

미안하다..

 

베키야

너의 환생이라 여기고

잘 키우고 싶었는데

또 실패하나보다.

 

미안하다..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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