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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었던 드라마들

모놀로그 2023. 6. 19. 23:55

 

 

 

 

난 대체로 김수현 작가의 작품을 즐겨 본다.

후기의 작품들은  본 게 별로 없지만,

 

한창 전성기의 작품들은 일단은 재밌기 때문에,

그리고 일종의 프로 의식이 짱짱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에게 골고루 분량을 할애해서

적어도 중간에 흐지부지되는 캐릭터는 없도록

서사를 주는 성의가 좋기 때문이다.

 

유명 작품들, 시청률 좋은 드라마들이 많지만,

의외로 내가 정말 좋아하는 김작가 작품은 누구나 제목만 대면 아는

그런 작품들이 아니라,

거의 흥행적으로 실패하거나,

평도 별로 좋지 않은 작품들이다.

 

김작가의 작품 중에서 유명 작품들은 대개가 소장하고 있다.

'사랑과 진실, 사랑과 야망, 사랑이 뭐길래, 작별, 목욕탕집 남자들,불꽃, 청춘의 덫 심은하버전, 내사랑누굴까' 등등

 

그런데 나의 리스트에서 빠진 몇 개가 있으니

다름 아닌,내가 제일 정이 가는 작품들이다.

 

흥행작 내지는 유명 작품이 아니고 따라서

평도 그다지 좋지 않은 작품인지라 구하기도 쉽지 않다.

목록은 이러하다.

 

'배반의 장미''사랑하니까''산다는 것은'

 

등등이다.

 

쟁쟁한 흥행작들에 비하면 조금 함량이 딸릴지도 모르지만

뭔지 소품 같은, 아기자기한 작품들이다.

그래서 유독 정이 가고,내게는 정말 재미 있는 드라마들이다.

 

그런데,

 

기적처럼, 이름없이 사라져서

인터넷 상에선 구하기 힘들다고 포기하고 있으면서도

다시 보고 싶어서 은근히 그리워하던 저 작품들을구했다.

 

 

90년 대 드라마 중에서 내가 제일 인상 깊었던

세 드라마,

 

'산다는 것은'

'사랑하니까'

그리고 '결혼' 이라는 세 드라마를 구한 것은

정말 신기하고 놀라운 사건이었다.

 

다시 볼 수 있으리라고는,

아니 소장할 수 있게 되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던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보고 싶은 '배반의 장미'는 구할 길이 막혀 있지만

 

'사랑하니까'도 만만치 않게 다시 보고 싶었던,

그리고 내겐 힘든 시절을 나와 함께 보낸 정다운 드라마이기에

정말 다시 만나고 싶고, 소장하고 싶었던 드라마이다.

 

97년, 겨울인가..

IMF가 막 터졌을 때 만들어진 드라마이다.

보고 있노라니 그 시절, 그 어둠, 그 거리, 그 방...

그 시절의 나,

이젠 낯설어져서 나 인듯, 나 아닌, 나 같은 

어떤 여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의 나 자신과는 닮지도 않았다.

얼굴도,성격도,생각하는 것도, 추구하는 것도

비슷하지도 않은 누군가이다.

 

한 가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 쉽게 싫증내고

가능하면 혼자 지내고 싶어하던 것!!

 

그건 변함이 없다.

 

그때 난 혼자 살고 있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독립해서 살았던 10년이었다.

그 시절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너무 좋았지만, 한편으론 깊은 밤의

정적을 견디기 힘들어

오디오나, 비디오를 줄곧 틀어놓고 있었는데,

그 시절에 줄곧 틀어놓고 있던 드라마들이 모두 김작가의 것이었다.

 

심각하게 보지 않고,

대충 틀어놓고 이런 저런 일을 하면서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것이 좋으면서도

한 구석에선 외로왔던 듯,

김작가의 작품 중에서도 '가족극'에

애착을 느꼈던 것 같다.

 

한편으론

집이 바로 지척에 있었지만,

일주일에 한 번 가는 것도 어찌나 싫던지.

 

 

그중에서도 흥행이나 평에서 신통치 않은

저 작품들이 그렇게 정다왔던 것이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어쩌면 그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작 내가 진정 원하는 건 이루어지지 않았다.

앞으로도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이루어질 가망은 없다.

 

그래도 갑자기 난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라는 기적을 기대해본다.

내가 가장 원하는 그 꿈이  너무 많이 늦기 전에 이루어지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