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헤어질 결심' 본문
영화 '헤어질 결심'은 작년에 마지막으로 본 영화이고,
그 이후론 영화는 전혀 보지 않고 있다.
헤어질 결심이라...
난 이 영화가 정말 보고 싶었는데,
그러나 극장엔 개인적 사정상, 더 정확히 '건강상의 이유'로 갈 수 없는 고로
인터넷에 올라오기 만을 고대하다가
올라오자마자 잽싸게 보았고,
그 가장 큰 이유는
아주 단순하게도, 제목이 참 맘에 들었다는 것,
박찬욱 감독의 영화라는 점,탕웨이라는
여배우가 보고 싶었다는 점,
단지 꺼림직한 것은 다들 좋아하는 '박해일'이라는 배우가 내겐 다소 비호감이라는 것 정도.
'헤어질 결심'이라니 참 멋진 제목 아닌가?
난데없는 제목이기도 하다.
'난 그 사람과 헤어질 결심을 하고 있어.
난 그 인간과 헤어질 결심을 오래 전부터 해왔어.
넌 나와 헤어질 결심을 한 거지?'
그런데 저 난데없이 어디서 뚝 떼어온 듯한 제목은 얼마나 매혹적인가?
과거에 있었던 일인지,
현재에 일어난 일인지,
혹은 미래에 그러겠다는 건지?
그렇듯 모호하여 매혹적인 저 영화 제목은
그야말로 '안개'에 휩싸인 듯,
말러의 교향곡처럼 아련한 듯,
푸르스름한 바닷가, 만조를 채우려 밀려오는
인정사정 없는무서운 물결처럼
뭔지 모르게 '애잔하고'`잔인하고''슬프다'
헤어질 결심을 설명하고, 해석하고, 분석하고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이 영화만큼은 그럴 필요가 없는 박찬욱 작품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 '아가씨'와 비슷하고,
아가씨 역시 내가 좋아하는 박감독 영화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영화를 산산조각으로 해체하고, 분해하고, 들여다보는 것이다.
한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허벌나게 어려운 기교의 피아노 한곡을 연습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쇼팽의 곡을 하나 완주한다치자.
그 곡을 무대 위에서 멋지게 연주하기 위해서는,
천재가 아닌 담에야 연습을 해야하고,
혹은 천재라도 연습해야 하며,
'라흐마니노프'조차 늙어 죽을 때까지
'하농'으로 손가락 연습을 했다는 썰이 있으니!!
음악 한 곡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그 곡을 해체해야한다.
그리고 분석한다.
그리고 산산조각낸다.
음표 하나하나를 각각 분해하여야 한다.
그게 연습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 곡을 연주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영화도 그럴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질 것이다.
화면을 꽉 채우는 매혹적인 영화 한 편은
그렇듯 수많은 자잘한 작업이 모여서 이루어진 결과물일 것이다.
무대 위에서 불과 10여 분 짜리 연주곡을 한 곡 치기 위해서
10개월을 음표를 해체하듯.
감독의 각종 미장센이나, 메타포나, 기타 등등 영화적 기법은음악을 연주하는 연주자의 기교,내지는 자신만의 음악적 해석이다.
하지만 때론 분석하거나, 해석할 영화가 있긴 하다.
난 그런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한편의 음악 같은 영화는 좋아하지만,
이를테면 '곡성' 같은 작품은 웬지 감독에게 놀림을 받는 것 같아서 싫다.
하다못해 난 곡성이 별로 무섭지도 않았다.
암튼,헤어질 결심은 바로 그렇게 아름다운 음악 같은 영화이다.
듣고 있노라면 절로 눈에 눈물이 맺히는 듯한 영화이다.
난 좀처럼 영화를 보고 가슴을 쥐어뜯는 일은 없지만,
어쩌다 그렇게 가슴을 쥐어뜯은 유일한 영화가 '달콤한 인생'이었다.
그리고 '헤어질 결심'이 그러했다.
개선문의 한 귀절을 난 언제나 이럴 때마다 생각한다.
'사랑 밖에 가진 것이 한 개도 없는 인간에게 그것은 이미 사랑이 아니라 그 이상이다'
마지막 바닷가 씬은,
일찌기 본 적이 없는 전율을 느끼게 하면서도 서럽다.
그토록 잔인한 장면이 그토록 아름답다니 아니러니하다.
난 오늘 또 한번 헤어질 결심을 보았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서래의 짧은 생은 온통 '헤어질 결심'이었구나...
한국에 나오기 전, 엄마와 헤어질 결심을 했고,
돌아와선 첫번째 남편과,
그리고 두 번째 남편과,
마지막으로 '미결'으로 남기 위해
자신의 삶과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결심은 서래 만이 하는 건 아니다.
해준도 하고, 그 아내도 한다.옥상에서 자살한 인간도 했다.
'헤어질 결심'은 인생을 해체할 때
가장 마지막에 나타나는 판도라의 '희망'같은 존재인가?
아니면그 직전에 나오는 절망 중의 하나인가?
'모놀로그 > 작품과 인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고 싶었던 드라마들 (0) | 2023.06.19 |
---|---|
드라마 '사랑과 야망,그리고 사랑과 진실'캐릭터들 (2) | 2023.06.02 |
'숙빈 최씨'의 고자질이 '장씨'를 죽였다?? (3) | 2023.05.03 |
숙종조의 여인들의 운명의 실타래 주범은 '숙종' (14) | 2023.04.26 |
'숙빈 최씨'에 대한 의문(1) (6) | 2023.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