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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6,2일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까?
모놀로그
2022. 6. 9. 09:33
4월의 어느 날, 갑자기 집을 내놨는데, 다음 날 매매가 이루어지고,
그로부터 두 달 후 난 전혀 다른 집에서 그러나 똑같은 나,
똑같은 컴퓨터로 이 글을 쓰고 있다.
집만 달라지면 뭔가가 변화했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달라진 건 없다. 단지....내 주변 환경이 달라졌을 뿐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방이 전의 집보다 훨씬 클 뿐이다.
똑같은 가구에 똑같은 침대에 그 방에서 내가 뒤집어쓰고 딩굴던 이불들....
하지만, 매매가 이루어지고 이사 기간이 두 달 남았을 때
난 집을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중개사(라지만 실은 동생 친구 멍청한 녀석)대신에
집을 뛰쳐 나가 직접 집을 알아보고 다닌 끝에 이 집을 구한 것이다.
이 집은 전의 집보다 조금 아래에 있으니 사실상 같은 동네이다.
하지만 환경은 엄청 차이가 난다. 우선 이 집은 빌라가 아니다.
80년 대에 지어진 집들이 그러하듯, 애초에 이층으로 짓되,
위 아래의 출입구를 달리 만들어 각각 세대를 이루듯, 밖에서 보면 단독이지만
내막적으론 이층짜리 빌라인 셈이다.
전에도 이런 집에서 잠깐 살았던 적이 있지만,
이런 집은 대개 단독 주택처럼 평 수가 크고,
빌라의 전형적 구조에서 벗어나 있으며 특히 이 집이 그러 하다.
난 첫눈에 이 집에 반했는데 작은 집의 옹색함에 넌더리가 나 있던 참인데,
이 집은 큼직큼직하게 칸수를 잡은 방과 거실,
옛날 집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벽과 천장이 장식이 새겨진 나무,
요즘엔 볼 수 없는 진짜 나무로 되어 있으며
바닥도 적어도 거실은 통마루로 되어 있었다.
물론 낡은 집이고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 엉성하며
구석구석 거슬리는 점이 눈에 뜨이긴 하지만,
지금 우리가 가진 돈으로 반지하도 구하기 힘든 시절이라는 걸 감안할 때,
기껏 살았던 집보다 조금만 더 큰 집을 전세로 갈 수 있기를 희망했으나
어림도 없다는 걸 깨닫고 갑자기 오갈 데 없어진 난감함과
답답한 중개인의 무능함에 짜증이 나서 내가 나섰지만
그야말로 하느님이 이 곳으로 날 이끌어주지 않았다면
난 이 집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 난 이런 집을 원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애초에 빌라로 지어진 집이 아닌,
이층 짜리 빌라아닌 빌라로 주인이 위층에 살거나 남은 집은 세를 주는 집이었다.
하지만 주인과 함께 살 경우, 심한 갑질에 시달려야하고,
난 불안해서 단 하루도 편하게 살지 못하리라.
다행인지 이층엔 역시 세입자가 살고 있다.
한 가지 불안한 요소는 이 근사한 집이 전세라는 점에 월세까지 내야한다는 점,
그리고 이 년 후엔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갑자기 월세를 올려버리거나 한다면 더는 살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맘에 드는 이 집에서 오래도록 살고 싶다는 내 소망은 과연 이뤄질까?
12평 짜리 전세도 2억 가까이하는 빌어먹을 시대에
이런 집에서 잠시라도 살 수 있다면 그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넌더리났던 이전 집의 돼지우리같던 비좁음 속의 혼돈을 생각하면 2년짜리 이 넓직함이 일단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