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우리 강아지 시한부 선고.... 본문
불과 보름 전까지 쿠션에 매달려 씨름을 하고
개껌이 뜻대로 안된다고 밤새워 물어뜯고
밥 더달라고 징징대던,
키우던 십 년 동안 대변을 사람의 그것만큼이나
굵직하고 빛깔 좋게 배설하던 녀석이
갑자기 밥을 안먹길래
경험상 밥을 안먹기 시작하는 건
심각한 경계경보라는 걸 이미 알기에
곧바로 병원에 데려가고,
사흘 후에 입원 시키고
일 주일 입원하고, 입원비랑 기타등등으로 300만원을 가져간 병원에선
입원할 때 신부전 2기였던 아이를
불과 사흘만에 말기로 만들더니
이젠 시한부란다.
어이가 상실해서 하늘로 날아가고
거의 일주일을 울고 또 울고
녀석을 안고 울고
혼자 배게 물어뜯으며 밤새 울고
낮에도 울고
밤에도 울고
걸으면서 울고
기도하면서 울고...
그러기를 열흘
비로소 더는 눈물이 안 난다.
대신,
더는 병원에 안 보내리라
스트레스가 오히려 애를 망쳤다.
지금도 통원치료는 하지만
병원에만 다녀오면
지쳐서 쓰러진다.
평생 밖에 나가는 거, 차 타는 거, 같은 강아지 길에서 마주치는 거,
무서워하던 녀석을
그 답답한 병원의 좁은 케이지에 가두워놨으니..
게다가 동물병원이란 곳이 어떤 곳이며
수의사란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너무나 잘 알면서
또다시 병원에서 우리 아이를
300만원을 들여 죽음이라는 진단서를 처방한다.
뭐 이런 개같은 경우가 있나?
대체 믿을 만한 동물병원도, 수의사도 없다는 사실에
늘 절망해 왔지만
그래도 자잘한 병은 오랜 주치의가 그럭저럭 치료해줬지만
막상 큰 병은 2차 병원이던 뭐던
고쳐주는 법이 없다.
초기에 간 아이를 불과 사흘 만에
말기로 만들고
거기에 식물견 급으로 만드는 기막힌 병원이라니...
근데 그 병원엔 수많은 견환자들이 그렇게 답답하고 비좁은 공간에
갇혀 쓰러져 있다.
우리 테리가 죽는다?
연명치료를 하면 일 년,
아니면 3개월?
지금 우리 집은 초상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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