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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강아지 시한부 선고....

모놀로그 2020. 6. 7. 11:21

불과 보름 전까지 쿠션에 매달려 씨름을 하고

개껌이 뜻대로 안된다고 밤새워 물어뜯고

 

밥 더달라고 징징대던,

 

키우던 십 년 동안 대변을 사람의 그것만큼이나

굵직하고 빛깔 좋게 배설하던 녀석이

 

갑자기 밥을 안먹길래

경험상 밥을 안먹기 시작하는 건

심각한 경계경보라는 걸 이미 알기에

곧바로 병원에 데려가고,

사흘 후에 입원 시키고

일 주일 입원하고, 입원비랑 기타등등으로 300만원을 가져간 병원에선

 

입원할 때 신부전 2기였던 아이를

불과 사흘만에 말기로 만들더니

 

이젠 시한부란다.

 

어이가 상실해서 하늘로 날아가고

거의 일주일을 울고 또 울고

녀석을 안고 울고

혼자 배게 물어뜯으며 밤새 울고

낮에도 울고

밤에도 울고

걸으면서 울고

기도하면서 울고...

 

 

그러기를 열흘

 

비로소 더는 눈물이 안 난다.

 

대신,

더는 병원에 안 보내리라

 

스트레스가 오히려 애를 망쳤다.

 

지금도 통원치료는 하지만

병원에만 다녀오면

지쳐서 쓰러진다.

 

평생 밖에 나가는 거, 차 타는 거, 같은 강아지 길에서 마주치는 거,

무서워하던 녀석을

그 답답한 병원의 좁은 케이지에 가두워놨으니..

 

게다가 동물병원이란 곳이 어떤 곳이며

수의사란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너무나 잘 알면서

또다시 병원에서 우리 아이를

300만원을 들여 죽음이라는 진단서를 처방한다.

 

뭐 이런 개같은 경우가 있나?

대체 믿을 만한 동물병원도, 수의사도 없다는 사실에

늘 절망해 왔지만

 

그래도 자잘한 병은 오랜 주치의가 그럭저럭 치료해줬지만

막상 큰 병은 2차 병원이던 뭐던

고쳐주는 법이 없다.

 

초기에 간 아이를 불과 사흘 만에

말기로 만들고

거기에 식물견 급으로 만드는 기막힌 병원이라니...

 

근데 그 병원엔 수많은 견환자들이 그렇게 답답하고 비좁은 공간에

갇혀 쓰러져 있다.

 

우리 테리가 죽는다?

연명치료를 하면 일 년,

아니면 3개월?

 

지금 우리 집은 초상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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