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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강아지 드디어 정식 입원

모놀로그 2020. 5. 28. 11:49

두번째로 키운 놈 마저 신부전증이라니....

 

첫 녀석을 그 병으로 보낸지라 극진하게 그 병만은 피하려고 그리 애를 썼건만

대체 어찌하여 그 지독한 병이 또다시 우릴 괴롭히는 걸까?

 

다행인 점은, 첫 녀석은 무지함의 극치로 말기가 되도록 눈치를 채지 못했지만

이번엔 초기에 잡아냈다는 것뿐

 

결국 입원해서 수액을 들이부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원인이 결석은 아니라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정밀 검사를 해보니 이 놈은 대체 그동안 어떻게 그토록 날고 기었으며,

사료를 그리도 잘 먹어댔으며

어떻게 그렇게 장난이 심했는지 알 길 없도록 몸이 엉망이었다.

 

간수치가 비정상으로 높았지만

유독 한 가지만 높았기에

그 이유를 알려면 온갖 검사를 해야 한다는 의사들의 겁나는 소리에

그럭저럭 보낸 게 잘못인가?

 

악착같이 사료만 먹이고

가능한 오이같은 채소만 먹이면서 조심했건만

 

녀석의 몸은 만신창이다.

 

하지만 다급한 건 역시 신부전증,

 

입원을 미루고 수액맞는 것도 소극적으로 하는 것으로 사흘이나 시간을 끌었다.

이유는 그저, 병원 입원실이라는 작은 공간에 애를 가두고

가뜩이나 소심하고 예민하고 겁많고, 단 한번도 엄마 곁을 떠나서

잠자리를 한 적이 없는 아이를 병원에 홀로 두기 싫었을 뿐이다.

 

하지만 결국 췌장염과 신부전에는 수액밖에 답이 없음을 알면서도

엄마 때문에 결단을 주저한 내 탓이 크다.

 

2020년은 내게 너무 가혹하다.

 

게다가 난 이 모든 일상의 무너짐을 감당할 멘탈이 없다

 

처음 아이를 떼어놓은 채로 하루 밤을 보낸 엄마는

서둘러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난 가지 않았다.

 

 

대신에 홀로 남은 집안을 둘러보며

누군가 갑자기 집에서 사라지면

인간이던 개쉐이던 그 존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물건들이

이상하게 애처롭게 눈에 밟힌다는 것이다.

 

녀석이 평생 사용해 온 변기통이 욕실에 놓여져 있다.

 

대소변을 맘껏 보게끔,처음부터 훈련을 시켜서 집에서도 얼마든지

대소변을 볼 수 있었기에 신부전은 걸리지 않을 줄 알았던 것이 어리석었다.

 

엄마 침대에 오르내리기 수월하도록 대놓은 2층 계단이며, 소파 밑에 대놓아서 쉽게 내려올 수 있게끔 마련한

1층 계단이며

녀석의 목욕 수건이며...

서랍속에 가득찬 녀석의 옷가지들, 

 

처음 떠난 녀석은 가지지 못했던,

아니 그 녀석은 그저 자기가 누울 방석 하나에 

말년에 잔뜩 사다놓은 주사기밖엔 남은 게 없었는데

 

이 넘은 자기 물건이 참 많기도 하다.

 

테리야...빨리 돌아와라

 

주님,테리를 돌려주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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