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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순검(1) -재미와 감동이 있는 수작 본문
별순검은
수사극으로서 완성도 높은 수작이다.
수사극이 드라마적 재미가 있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건만
거기에 감동까지 준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수사극이 잘 만들어지기 힘든 이유는
작가들의 상상력 부족과, 공중파라면 표현의 한계가 원인일 것이다.
증거에 의거한 논리의 비약이 너무 심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별순검은
수사극의 그러한 한계를 뛰어넘었는데,
살인사건의 부산물인 시신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다시 말해서 수사극을 영상물로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한 리얼리티를 살렸기 때문이다.
증거와 논리 사이의 어정쩡한 괴리를
어영부영 뛰어넘는 대본의 엉성함이
별순검엔 없다.
수사 과정의 치밀함은
별순검에서 가장 높이살 만한 점이다.
또한,
추리수사극에서 가장 중요한 반전의 묘미가
타당성이 있어야하는데,
그 점 역시 매끄럽고 무리함이 없이
연결된다.
예컨대,
범인은, 절대로 우리가 전혀 모르는 제3의 인물이어선 안 된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범죄에서조차 그런 경우는 드물다.
대개는 가장 가까운 인물이 범인이다.
그래서 반전을 절묘하게 주기란
드라마에선 쉽지 않다.
별순검이 완성도 높은 수사극이 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이다.
첫째로,
살인사건의 피해자인 시신의 처참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둘째로,
수사 과정이 냉철하고 치밀하게 이뤄지는 것,
세째로
수집된 증거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주는 것,
네째로,
그 증거들을 바탕으로 범인을 검거하지만, 어쩐지 그 범인으론 우리를 만족시킬 수 없는 것,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원하는 반전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
등등이 별순검이 수사극으로써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같다.
그러나,
이것만이라면
그저 재미 있는 수사극일 뿐이다.
별순검엔
뜻밖에도 캐릭터라는 것이 있다.
무뚝뚝하지만 리더쉽이 있는 강한 이미지의 지휘자인 경무관을 중심으로,
젊고 잘생긴 순검,
사연이 있어보이는 여순검 사이의 은은하지만 절대로 튀지 않고 정도를 넘지 않는 멜로적 분위기,
현대로 치면 강력반 형사 중에서도 꼴통에 해당되는 감초역 순검은
우중충할 수 있는 조직에 숨통을 트이고,
웃음을 주는 역할을 한다.
사실,
이런 배합은 다소는 정형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별순검에선
조직원들이 대부분,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고,
그것이 현재의 그들에게 한 가닥 우수를 드리우고 있다.
그 트라우마로 인한
조직원 간의 아스라한 알력은
별순검들을 단순히 수사하는 기계가 아닌,
인간으로 보이게 한다.
별순검이 감동을 준다면
아마 캐릭터들이 살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드라마의 배경이다.
조선 개화기의 혼란과,
그 혼란 속에서 차츰 빛이 바래가는 기존의 가치관과,
밀려오는 열강들의 힘겨루기 속에서
혼란스러운 시대상이 깔려 있고,
시대의 아픔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
또한 그 시대가 만들어내는 아픔까지 담고 있다.
그것은 시즌별로 점점 더 시간이 흐르면서
분위기도 다르다.
시즌1은
시대적으론 조선조에 더 가까우니만치
시즌2나 3에 비해서
토속적인 느낌이 강하고,
상대적으로 음습함이 덜하며
사건들도
민초들의 삶의 애환이 많이 담겨 있는 편이다.
개화기를 맞아
조선조를 지탱하던 기존 가치관의 붕괴되어 가는 와중에도
여전히 여성들에게 강요하는 정절이라는 굴레와,
시대적 흐름을 타고
그 굴레를 벗어나려는 몸부림도 느껴진다.
어떤 사회던,
지나친 속박은
이면의 일탈을 조장한다.
조선조가
유난스레 여인의 인권을 짓밟고
여러가지 명분으로 억누른 만큼
음지에서 일어나는
여인들의 반발이
또한 범죄를 유발하기도 하는 것이다.
시즌1이
그러한 시대상 속에서의
서민들의 삶속을 파고드는
다양한 범죄를 다루고 있다면,
시즌2는
을미사변이라는 핵심적 사건을 바탕에 깔고
그 위에서 벌어진 거대한 음모로 인한 희생자들이
다름 아닌 수사관들 자신이 됨으로써,
한 회씩 각각의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수사극임과 동시에,
큰 틀로 보면
별순검에 모인 수사관들의 불행한 과거의 근원을 파헤치며 차츰
조여나가는 특이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최고로 치는 별순검 시리즈는
별순검 시즌2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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