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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 너 내 손에 잡히면 뒤진다

모놀로그 2011. 1. 14. 03:05

내방에서도 일출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

난 매일같이 눈빠지게 일출만 기다린다.

 

남들은 일부러 동해까지 가서 본다는데,

그걸 내 방에서,

그것도 침대 위에 누워 하품을 하며 볼 수 있다니

세상에 그런 놀라운 일이 또 있냔 말이다.

 

나같은 인간은 아마 세상에 없을 것이다.

대학 시절 설악산에 갔었다.

새벽 5시에, 친구들이 날 억지로 꺠웠다.

일출을 봐야한다는 것이다.

 

대체 그걸 왜 잠도 못자고 봐야 하는데?

 

라고 투덜대며 억지로 끌려갔다.

가는 내내 얼마나 난리를 쳤는지

친구뇬들이 나에게 넌더리가 났을 것이다.

ㅋㅋ

 

왜 깨워?

일출 보러 가자.

 

일출을 왜 봐?

 

여기까지 왔으니 일출은 봐야지

 

글쎄..그걸 왜 봐야하는데??

그렇게 보고 싶으면 니들이나 보러 갈 일이지

왜 날 깨우고 난리냐고오~~~~~~

 

하긴 설악산도 그렇게 끌려갔다.

 

우리 설악산에 놀러가자.

콘도도 준비됐어.

 

거길 왜 가는데?

설악산 별로 안보고 싶거등?

 

니들이나 가

 

그러면서 억지로 끌려간 설악산이다.

 

갔으니

등산해야한단다.

 

등산?

오마이 갓~!!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세 가지 있는데,

 

그 첫째가 제사지내는 것,

둘째가 등산하는 것,

세째가 미끄러운 길이다.

 

그래서

난 산 근처엔 얼씬도 안 하고,

스키장을 제일 무서워한다.

 

길이 미끄러운 것도 무서운데,

미끄러운 가파른 언덕을 일부러 미끄러지려고

스키장까지 가는 이유를 모르겠다.

ㅋㅋ

 

그래서 등산을 하는 동안에도

내내 내 입에선 온갖 저주의 말들이 쏟아지고,

그러면서도 죽을 힘을 다해 아무튼 남들이 간다는

코스는 정상까지 가긴 했다.

 

그때 난 등산이라는 걸 처음 했었는데,

너무나 힘이 들어서 중간에 만나는 사람들,

즉 내려오는 사람들 붙잡고

 

아직 멀었어요?

 

그럼 그들은 한결같이 답한다.

 

다 왔어요.

 

그 말에 힘을 얻어 다시 걷다보면

다 왔다는데도 여전히 그 길이 그 길이다.

 

그래서 또 내려오는 사람에게

 

얼마나 남았나요?흑흑

 

이제 다 오셨네요

 

 

이러면서 그들이 말한 다 왔다는 그 등산길을

그로부터 장장 한 시간은 더 걸어 올라갔다.

 

물론,

난 다 왔다고 했던 그 사람들에게 욕을 한 바가지로 퍼부었다.

 

하지만 등산 가서 힘들고 멀다고 툴툴대는 내가 비정상이지.

 

 

이토록 이상한 인간인 내가

일출을 보겠다고 낙산사로 끌려가는 동안

얼마나 난리를 쳤겠는가!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게 있으니

바로 바다이다.

 

낙산사까지 끌려가는 동안 내내 생난리를 치던 내가

겨우 잠잠해졌으니

바로 낙산사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를 보았을 때이다.

 

말로만 듣던 초록빛 바다였다.

어찌나 맑은지 저 깊이까지 들여다보였다.

 

그날 우린 일출을 보지 못했다.

 

이 일출이란 놈은 어찌나 까다로운지 날이 조금만 흐려도

일부러 그거 보려고 멀리까지 갔다가 삽질만 하고 오기가 일쑤이다.

 

당장 궁에서도

신군과 채경은 일출보기에 실패하지 않냔 말이다.

 

하지만,

난 어차피 일출엔 별 관심이 없었으니

바다를 본 것만으로 만족하고 돌아왔다.

 

그런 내가

어느날,

우리 집 거실에서 일출을 봤으니 얼마나 놀랐겠는가?

 

그날은 무슨 날이었기에 그토록 적나라하게 일출을 볼 수 있었을까?

 

내가 감탄하자,

엄마는 이제 알았냐는 듯

거의 매일 같이 일출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

난 아침마다 디카를 준비해놓고 일출만 기다린다.

 

그런데,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

 

우라쥘

 

겨울이 되면 왜 날이 흐릴까..

 

아니면 그만큼 태양이 멀어지는걸까?

 

아무튼,

 

산등성이가 불그스레하게 물들긴 하는데,

정작 해돋이는 영 보지 않다가

어느새 하늘 높이 솟아 있는 것이다.

 

일출!@!!

 

너 내 손에 잡히면 뒤진다.

 

내가 기다리는 동안 안보여줬으니

이제부터도 절대로 내 눈에 뜨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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