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올훼스의 창 본문
만화라면 질색하는 나이지만,
유일하게 매니아였던 만화가
그 유명한 '올훼스의 창' 이다.
이 만화를 난 대학 시절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발견해서 처음엔 몇 장 넘기다가 내던졌다.
그건 내 특기이다.
만화던 드라마던 처음엔 대충 보고 내던지는 것~!
그러다가 두번째로 손에 들었을 땐
그야말로 밤을 새면서 보았다.
총 13권이었는데
완결은 아니었던 느낌을 받았다.
아무튼, 난 당시 유리우스니, 크라우스니 하는
등장인물들에게 홀라당 반했었고,
특히 크라우스는 내 첫사랑이라고 공공연히
떠들고 다니기까지 했다.
올훼스의 창은
이후 구입해서 소장하며
달달 외우다시피 보고 또 보았다.
완결이 아니었기에
번외를 찾아 삼만리를 해보니
여러가지 버전이 난립하는 가운데
가장 원작과 격이 맞는 걸 찾아냈다.
그러나 그건 불행히도 그림이 영 아니올시다였다.
하지만 내용은 원작과 격이 맞았다.
다른 번외편은 정말 조잡했지만
이건 올훼스의 창다운 향취가 강했기에
지금도 난 그것이 완결편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어찌나 처절한 결말인지
펑펑 울었다.
그리고 정말 감동적이었다.
내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기억 상실에 걸린채로 막을 내린
오리지날 막편에서의 유리우스가
마침내는 우여곡절 끝에
그녀의 불멸의 사랑인 크라우스, 즉 알렉세이를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를 찾아 무턱 러시아로 떠났고,
거기서 온갖 파란만장을 겪다가 기억상실까지 걸리고
(솔직히 내가 만화를 싫어하는 이유가 저런 파란만장이 지겨워서이다)
생난리부르스를 추다가, 돌연히 끝나버리는데
기억하기론 그때 그녀는 알렉세이를 보는 순간
기절해버린걸로 안다.
그는 형장으로 끌려가는 길이었을 것이다.
그는 러시아의 혁명 단체의 일원이었는데,
독일로 피신해 있는 동안에
잠시 크라우스라는 이름으로 음악학교에서 바이올리니스트로 있었다.
아..
어찌나 멋지던쥐..흑흑
하지만
올훼스의 창은
한편으론 진짜 지겨운 만화이기도 하다.
온갖 음모와 기구한 운명이 얼키고 설키고
거기에 역사적인 사건들까지 가세해서
사랑과 음악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은
역사적 격동기에 휘말리며
꿈을 상실해가는 것이다.
번외편에서 유리우스를 구출해서 간호하는 알렉세이를
여전히 알아보진 못하지만,
그러나 그들은 다시 사랑에 빠진다.
난 그것이 정말 어린 마음에도 감동적이었다.
유리우스는 그를 찾아 러시아로 떠났고
기억상실로 인해 다시 만난 그를 알아보지 못했음에도
결국 그를 다시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올훼스의 창을 좋아한 이유중 가장 큰 것은,
난 음악도였고,
올훼스 창의 주요 무대도 음악 학교 내지는
피아니스트의 세계였기 때문이다.
난 그 만화 속에서 피아노 주법에 대한 몇가지 힌트를 얻기도 했다.
피아노로 같은 곡을 연습하다보면,
매너리즘이나
슬럼프에 자주 빠지곤 한다.
그걸 탈출하기 위해선
음악회에 가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의 주법을 자세히 관찰하거나
뭔가 새로운 깨우침을 얻기 위해
강훈련을 해야한다.
하지만, 그건 쉽지 않다.
그런 내겐 아무리 하찮은 거라해도
뭔가 나를 일깨우는 것들이 필요했는데,
뜻밖에도 일개 만화인 올훼스의 창에
피아노 주법에 대한 여러가지 힌트들이 들어 있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건,
내게 가장 큰 꺠우침을 준 것,
즉,
피아노 연주의 기초는 음계와 바하 음악이라고 한 것이다.
난 그 가르침을 받아들였고,
실제로 바하는 내가 가장 즐겨 연주하던 음악이었지만,
그 한 마디로
그 까다로운 대위법으로 구성된 음악들을 더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바하 평균율에서 푸가를 연주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그 올훼스의 창은 또 하나 내게 선물한 것이 있으니
바로 Kyrie Eleison (키리에 엘레이손)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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