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녀석의 수술 이후.. 본문
녀석의 딜렘마는
방광에 결석이 잔뜩 들어 있는데,
그것을 수술로 제거하기엔
이미 신부전증이 심해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신부전증이 있는 상태에서의 수술은 무사히 살아날 가망성이
30프로의 확률이라고
입원했던 병원에선 겁을 주었던 것이다.
그러니 어찌 선뜻 수술을 하겠는가~!
하지만
방광의 결석이 수시로 내려와
녀석의 요로를 막으니
그때마다 밀어넣는 임시방편을 쓰는 것도
힘들어서
일단은 카테터로 방광의 돌이
요로로 내려가는 것을 차단하고,
소변이 카테터의 관을 통해 나오도록
임시 조치를 취한 상태로 녀석은
퇴원하였고,
그러자니
전처럼
방광에 소변이 고인 후에
소변을 눗는 것이 아니라
이건 시도 때도 없이
늘 소변을 지리니
할 수 없이
지저귀까지 채워야했다.
그런채로
일주일..
아침에 눈을 뜨면
녀석은 밤새 흘린 오줌 속에서 헤엄치고 있고,
지저귀는 저만치 달아나 있기를
수차례..
그러나 그럭저럭 버티던 녀석이
금요일에
갑자기 몸을 떨며 신음을 하기 시작하였다.
몸을 떨기 시작했다는 건
뭔가 탈이 났다는 걸 의미하는데,
어떤 결단을 내리지 않고는
더이상 이대로 시간을 끌 수만은 없다는 걸
우리에게 자각시키기도 했다.
카테터를 언제까지나 달고 있을수도 없고,
수술을 시키자니 위험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급기야는
토요일 아침
끌어안고 대성통곡을 한 후에
수술을 결정한 것이다.
죽던 살던
방광의 돌을 제거해주자.
일년 전에 했다면
간단한걸
실컷 고생시키고
신부전증까지 일으키게 만든 후에야
위험한 수술을 하게 되었으니
가슴을 칠 노릇이다.
하기야
우리의 무지함 탓이니
누굴 원망하랴.
끌어안고 대성통곡을 할 때
녀석을 눈을 크게 뜨고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건..
좋게 말하면
살려달라고 말하는 눈이고
나쁘게 말하면
아파 디지겠으니 청승떨지 말고
빨리 병원에나 데려가~!
라고 말하는 눈이었다
ㅋㅋ
하여튼
수의사마다 방법이 다르다는데
녀석의 주치의는
좀 색다른 방법을 쓴다.
즉
결석이 생기는 놈은
결국 또 생길 것이므로
아예
요로를 차단해서
그 쪽은 패쇄하고
대신
다른 요로를 만든다는 것이다.
마치 암컷의 그곳처럼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니
수술을
방광에서의 결석 제거와
새로운 요로의 개설(?)
그 외에 또 뭐라뭐라하는
세가지 수술을 동시에
진행하는 대수술이 되버렸으니,
무엇보다
걱정은
과연
녀석이 마취에서 깨어나느냐이다.
전의 병원에선 수술 도중에 죽을수도 있다는 둥,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둥,
겁을 주어서 포기하게 만들었지만,
이 의사는 그동안 수동적인 태도를 버리고
(물론 우리가 수시로 전화로 마구마구 원망을 퍼붓는 바람에
질리기도 했을 것이고, 명색이 주치의로서 애가 저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것에
책임감도 느꼈을 것이다.)
막대한 수술비를 절반으로 깎아주겠노라고 했다.
엑스레이를 찍어본 결과,
그 지독한 돌은
카테터로 요로를 막았음에도
다시 요로 아래쪽으로 밀고 내려왔으니
참으로
그 넘도 끈질기다.
결국 녀석이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며
몸을 떨기 시작한 건
그 빌어먹을 결석 하나가
다시 밀고 내려왔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 돌을 제거하는 게
녀석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니,
수술한 후에
과연 버텨줄지 아니면
그대로 생명이 잦아들지는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주치의는
능숙한 솜씨로 수술 준비에 들어간다.
평소 난 그 의사를 양심적이고 고지식하며,
실력 있는 명의라고 나름 믿고 있었다.
의술은 인술인지라
시설보다
의사의 인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내 지론이기 때문이다.
시설이 좋아봤자
그 시설비 뽑기 위해
돈을 울궈내는게
급선무일 건 뻔하지 않는가~!
나라도 그러겠다.
종일
가슴을 조아리며
기다리는데,
오빠 부부가
휴가차 집에 온단다.
이런..
잘하면 중환자(?)가 사경을 헤매거나
최악의 경우엔
초상집이 될지도 모를 이럴 때를 골라 하필
온단 말인가~!
녀석은 수술이 끝나고
6시간이 지나도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병원으로 달려가니
의사가
녀석을 우리에게 내어준다.
그 병원은 입원을 시키지 않는 것이다.
의식을 잃은 녀석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저 망연히
마취에서 깨어나길 기다리는 수밖에..
녀석은 전에도 한번 마취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땐 어렸고, 건강했으니
지금과는 너무 다르다.
그 의사도 내가 이를 갈아부치는 사람 중 하나이다.
기껏 인대 늘어난 것을
열 장이나 엑스레이를 찍어대는데,
그것도 모자라 전신마취까지 시켰으니,
후에
지금의 주치의를 만나서
웬만한 건
진찰만으로 정확하게 진단내리고
엑스레이같은 건
간단하게 찍는 걸 보고
그 의사를 생각하며
애를 전신마취시켰던 것에
분개하는 것이다.
세상엔 참..
믿을 사람이 그리 많지가 않다.
마취에서 깨어나지도 않은 녀석이
눈을 크게 뜬 채로
늘어져 있어서 더욱 불안했다.
대체 정신이 돌아온 건지 아니면 아직도 사경을 헤매는건지
감이 잡히질 않는 것이다.
그래도
계속 이름을 부르며
손(?)을 잡고
이 조그만 생명이 죽음과의 사투에서 이겨낼
힘을 달라고 기도하며
조마조마 기다렸다.
가족들이 모여 식사가 시작되고,
다른 사람들은 웃고 떠들지만
엄마와 나는
어거지로
앉아 있는데
갑자기 비명소리 비슷한 짓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
달려가보니
녀석이 꿈틀대고 있다.
마취에서 꺠어난 줄 알고
다들 기뻐하는데,
아
역시 우린 무지하다.
녀석은
밤새도록
비명을 지르는 것이었다.
생전 비명을 안지르던 녀석인데
얼마나 아프면
저럴까 싶어
가슴이 찢어지고.
게다가
새로 만든 요로에선 피가 줄줄 흐른다.
나중에 알고보니
마취에서 깨어나느라 소릴 지른 것이라나 뭐라나.
살다살다 마취에서 꺠어나기 위해
비명을 질러대는 경우가 있다니
젠장..
또한
요로에서 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일요일이지만
특별히 녀석을 위해
병원에 나온 의사에게
녀석을 안고 달려갔더니
표정이 떨떠름하다.
아무래도
힘들어보인다는 표정이다.
하긴
녀석을 보니
내가 봐도
가망이 없어 보인다.
의식을 잃은 채로
늘어져 있다.
눈빛을 보면
이미 죽은 것 같다.
그래도
의사가 자극을 주자
조금은 반응을 보이는 것에 희망을 걸고,
영양제를 맞더니
잠시나마 의식을 찾았다.
다시 집으로 데려왔지만
역시 의식불명 상태..
눈빛은 이미 가망이 없어 보이고
축 늘어져 있다.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게다가 무정하게도
오빠가 보더니
죽을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런 우라쥘~!
그떄
내가 포기했다면 어쩔 뻔 햇을까.
가족들이 웃고 떠들 때
난 달려가서
녀석에게 강제로 물을 먹이기 시작했다.
녀석의 입을 강제로 물을 들이부으니
받아먹는 게 아닌가~!
혀를 날름대며
물을 받아먹는 것이었다.
희망을 가지고
계속 물을 먹인 후에
사료를 섞은 보리차를 다시금 먹였다.
그것도 받아먹는다.
그래
먹어야 힘이 나서
싸우지~!
그 이후로
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설마 죽은 넘이,
혹은 곧 죽을 넘이
의식도 없는데
물이나 사료를 받아먹으랴??
결국 지도 살겠다는 집념을 가진 게 아닐까?
수시로 달려가서
물과 사료를 먹이길 수차례
그리고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달려가보니
오 마이 갓~!
녀석은 말똥말똥한 눈으로
누워 있는 게 아닌가~
최악의 순간은 지난 것이다.
엄마는 한 밤중에도
물과 사료를 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달려가서 다시 물과 사료를 먹였다.
눈빛이 살아났다.
전처럼
동그란 눈에
빛을 담고 있다.
아..
고맙다
싸워서 이긴 우리 강아지야
이제
그 빌어먹을 결석을 제거했으니
신부전증과의 싸움만 남은거야.
이번에도
기필코 싸워서 이기리라.
고비를 넘긴 것 같으니
다시 나빠질 일이 없기를 바라며..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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