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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하루, 기나긴 밤...

모놀로그 2022. 11. 2. 19:53

여러가지 충격적인 사건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난

몸과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자나팜을 두 개 즉, 10미리를 먹었다.그리고 깊이 잠들었던 모양이다.

 

눈을 뜨고 시계를 보니 새벽 6시.화장실을 다녀와서 담배를 한 대 태우고다시 생각해보니,

 

난 지난 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새로운 날을 맞은 것이다.

 

집안은 불빛 하나 없이 괴괴하고,엄마도 소피와 함께 잠이 들어 아직도 깊은 밤인듯.

 

우리 집의 새벽 6는 늘 이러하다. 책상 위에는 내가 먹은 듯한

식사의 흔적이 남아 있고,난 씻지도 않고 그대로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새벽에야 잠이 깬 것이다.

 

내가 먹어야 할 약들도 그대로 있다.다행이다.마침 저녁 당뇨약을 먹지 않아 저혈당은 오지 않았고,

대신에 너무 일찍 깬 바람에 저녁에 먹을 우울증 약도 그대로이다.

또한 저녁에서 밤까지 꼭 해야할 일들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순간 화가 났지만 아무러면 어떠랴. 하루의 일탈쯤이야...그게 뭐라고?

 

난 너무 일찍 깬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 약도 먹어버렸다.더 자고 싶었다.

 

마치 실연당한 여자처럼 맨 정신으로 우울하게 앉아서 담배만 줄줄이 피우고 싶지 않았다.

 

다시 자려고 누웠는데, 메시지 알림음이 들린다.대체 어떤 미친 인간이 새벽에 메시지를 보내는 걸까?

 

기껏 애도한다는 메시지와광고 두 개...

 

그런 메시지를 굳이 새벽 6시에 보내야 하나?

 

다시 누웠는데 이번엔 엄마가 내 방에 들어온다.

 

짜증을 내며 왜 잠을 깨우냐고, 굳이 새벽부터 그런 부탁을 하냐고 항의를 하니아직 저녁이라는 것이다.

 

날이 가고 새벽이 된 것이 아니라, 그냥 1시 경에 잠이 들었다가 6시에 깬 것 뿐이다.

 

아직 새로운 날이 온 것이 아니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직도 새로운 날이 오지 않았다니,그토록 자고 또 잤는데

여전히 같은 날이었다니,그리고 새벽 6시가 아니고 저녁 6시였다니

 

기분이 묘했다. 내가 미친 것 같은 이상한 느낌, 낯설고 어색하고 얼떨덜한 기분.

 

그토록 오래 잤는데 아직도 새 날이 아니라니, 같은 날이었다니,가끔 낮잠을 깊이 자다 깨면 시간 감각이 사라져서

`여긴 어디? 난 누구? `라고 어리둥절

시공간에 대한 감각을 잊어버리고 헤맨 적이 있긴 했지만,이런 적은 처음이다.

 

위대한 자나팜의 위력이다. 이제 겨우 6시...근데 지금은 벌써 8시에 가까운 시간이다.두 시간이 허무하게 흘렀고,

난 배가 고프고,난 뭔가 먹어야하고, 난 씻어야 하고 난 다시 잠들어야하는 지겨운 절차가 남은 것이다.아....지루하고 낯설고 미치게 무기력하다. 

마치 두 번의 밤을 치뤄야하는 듯한 이 야릇하고 기기묘묘하며 불쾌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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