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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낙서

우울증, 그 외롭고 기나긴 싸움 끝에는 무관심이...

by 모놀로그 2022. 9. 23.

대개의 의사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 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봤는데...'

 

사실 나도 공감하는 말이라, 이후론 가능한 검색하지 않는다.

 

우울증 약에 대해선 가끔 검색하는데, 그건 완고한 꼰대인 내 담당 의사가

요즘 젊은 의사들과는 달리, 자신이 처방하는 약의 이름을 절대로 알려주지 않는 탓이다.

 

하지만 나도 우울증 진단 초기엔 미친 듯 검색하고 돌아다녔다.

대개는 블로그나, 우울증 환자들이 모인 카페, 그리고 공황장애 카페 등등에 올라온 글들이었다.

 

난 공황장애로 인해 오랫동안 약을 먹었지만, 증세는 그들과 달랐다.

성격이 예민해지고, 보다 신경질적으로 변하고, 대인기피증이 생겼으며,

뭘 해도 재미없고, 움직이는 것 자체를 싫어하며

무엇보다 걸핏하면 눈물을 쥘쥘 짜는 버릇이 생긴 거 말고는,카페에 올라오는 다급한 사람들과는 증세가 달랐다.

 

난 천성적으로 게으르다. 몸도 그렇지만 마음도 그러하다.아마 그래서 공황장애의 증상이 모두 몸으로 왔는지도 모르겠다.

 

한방에선 웬만한 병의 원인을 '기의 흐름'이 원할치 않아서라고 진단한다.

 

난 이유없이 몸이 아파서 열이 펄펄 나거나, 기운이 없어서 며칠이고 병석에 누워 있거나

모든 의욕을 상실한 채로 다 죽어가는 증세를 십 년 주기로 맞는다.

 

천성적으로 한방 체질이라 병원에서 검사해봤자, 모든 게 정상이라는 진단이 나와도 놀라지 않는다.늘 그랬으니까.

 

그래서 십년 주기로 한약을 먹었다.스트레스가 심할 때, 그것이 쌓이고 쌓여서 어느 날 탈진해 쓰러지곤 하는 것이었다.그때마다 찻던 한의사는 갑자기 죽어버려서,내게 그런 증상이 올 때마다 찾아가서 한약 몇 첩만 먹으면 씻은 듯 멀쩡해지고 하던 좋은 시절은 끝나버렸다.

 

이후로, 다시 이상한 증세들, 말하자면 온몸의 두드러기가 2년 동안이나 정확히 이틀씩 솟아오르는데,징그럽게도 다리의 핏줄을 따라 두드러기가 부풀어 오른다.

 

나 나름대로 진단으론 난 몸이 뜨거운 체질이라 열받으면 두드러기가 나는데,그 열이 핏줄을 타고 온몸에 퍼지면서 그 핏줄마다 부풀어 올랐던 것 같다.

 

두드러기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걸 2년이나 겪은 나도 미련하달 밖에.

 

첨엔 그런 증세로 시작해서, 이어선 부정맥이 예고도 없이 찾아와 나를 기함시켰다.지금도 제일 기억나는 증세가 부정맥이다.

 

미칠 듯한 불안감에 밤을 꼬박 새운 건, 단 하루.이후로 그 어떤 불안 장애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기억은 강렬했다.  내가 곧 죽을 거라는 불안은 처음 겪는 일이었고, 실로 새로운 경험이다.

 

그 담으론 위장장애가 왔다.난 내시경을 매우 혐오하기에 그냥 약을 먹었지만 전혀 듣지 않았다.

 

마지막엔 총체적 난관으로 기운이 없고, 어지럽고, 입맛을 정말 상실해서 1주일이나 굶었다.

그리고 그 1주일을 먹지도, 씻지도 않고 주야장창 잠을 잤다.그건 잠이라기 보단 그냥 기절한 것과 같았다.

 

암튼, 그 모든 고통을 정신의학과에 가보라는 주치의의 한 마디에 대다수의 무식한 사람들처럼,   

난 미친년이 아냐!라는 반발과 함께 견디다가 결국엔 찾아갔고, 그 병원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의 대기줄을 보면서

다시 놀랐고,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고,약을 먹었는데, 난 주로 자율신경이 심하게 망가져서 위와 심장 쪽이 통제되지 않았던 모양이다.그리하여 처방 받은 약이 뭔진 모르지만, 아마도 '바리움'이 아니었을까 싶다.

마치 마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 약을 먹자마자 내 모든 육체적 고통은 순식간에 사라지고,따라서 내 마음도 평온해졌다.

 

내 공황은 신체화 증상으로 온 모양이다.

이후로도 약은 주구장창 먹었지만,차츰, 약을 먹지 않아도 될 만큼 좋아졌고, 대신 성질이 더욱 더러워졌다.

 

하지만 우울증은 차원이 달랐다.

 

게시판에 우울증에 관한 글이 올라오면,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알아주는 사람들과,

운동을 하라느니, 산책을 하라느니 취미생활을 하라느니하는 무식한 대답을 해주는 사람의 댓글이 달린다.

 

우울증이 무서운 건,마음이 우울해지는 게 아니라,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돼버리는 것이다.

무기력과 무의욕처럼 무서운 것이 없다는 걸

나도 우울증을 겪으면서 깨달았다.

 

젊은 여자들이 우울증으로 자살을 많이 하는 이유가 있다.

 

어린 자식들을 둘 이상 거느린 채로, 병에 걸리면 물론 그 병을 이해해주는 사람도, 당사자의 고통을 알아주는 사람도

주변에 없는 채 오히려 비난이나 받고, 욕이나 얻어먹지 않으면 다행인 그런 상태에서,

더 이상은 아이들을 돌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자기 자신마저도 어찌할 수 없게 되면

극단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걸 난 이해한다.

 

암튼, 검색하고 다닐 당시에 난 오히려 증세가 심각해졌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의사들이 인터넷 운운을 싫어하나 보다.

도움은커녕 증세가 더 악화된다.

 

우울증이 엄청 심한 사람들이 쓴 글은 당시의 내겐 엄청 공포스러웠다.

그 사람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그런 글을 쓰는 심리를 이해했고, 나도 그 심리에 말려들어 더욱 내 증세가 심화되고, 동화되어가는 걸 느꼈는데,

그게 무서웠다.

 

그들이 제정신이 아닌 걸, 무서운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며 닥치는 대로 끄적이고 있다는 거란 너무나 잘 이해했다.

 

그래서 난 그때부터 일절 글을 쓰지 않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글을 쓰지 않았다.

 

내가 감정이 넘칠 때, 내가 무척 고통스러울 때, 내가 너무나 힘들어서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글을 쓰는 것을 

난 혐오하기 때문이다.

 

한참 커뮤에서 활동하던 시절에도

글로 사람을 모욕하는 것, 글로 빈정대는 것, 깐족대는 것을 혐오했다.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은 짓밟아주고 싶을 만큼 증오했다.

 

글을 쓴다는 건, 내겐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글은 인간이 살면서 내면에 차곡차곡 쌓아 올린 온갖 쓰레기 더미 속에서 그나마 가장 빛나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을 끄집어내는 작업이라고 난 생각했다.

 

그래서 난 악플을 쓰거나, 글로 누군가를 비방하거나 욕하는 걸 혐오했다. 글로 쓰레기 배출하듯, 자신의 감정을 배설하는 걸 싫어했다.

 

인간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쪼그라들고, 사고는 편협하고 치졸해진다. 그래서 열심히 글을 써야 한다고 믿었다.

그런 편협함과 치졸함에서 지켜야 할 마지막 선을 지키기 위해서..

 

그것이 내가 4년 가까이 글을 전혀 쓰지 않은 이유이다. 난 글을 쓸 만한 상태가 전혀 아니었다.

 

그래서 비록 나도 심한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심각한 우울증 환우들의 글을 읽으면 전율을 느꼈다. 횡설수설에, 자신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듯 마구 쏟아내는 고통에 가득 찬 비명을 듣는 듯, 난 그 비명소리에 귀를 막았다. 

 

너무 힘들 땐, 그런 글은 절대 읽으면 안 된다. 그야말로 자살행이다. 죽음으로 가는 기차표이다.

 

그들은 모두 어떻게 되었을까?

주로 울었다. 통곡을 했다. 그러면서 기도했다. 구토를 하듯이 눈물과 울음과 주님을 부르는 비명을 토해내고 나면,

어느 정도는 안정이 되곤 했다.

 

내가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매달린 것은 주님이었다. 그리고 묵주였다.

덧붙여 성당 생활, 특히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소모임, 예를 들어 레지오에 가입해서

미친 듯 활동하는 것이었다. 레지오의 주 활동 중 하나인, 조문이 뜨면 병원으로 달려가서

연도를 바치고 입관에 참여하는 것을 1년 가까이 혐오와 공포를 이겨내면서 열심히 했다.

장례미사도 죽어라고 참여했고, 반주도 일주일 내내 했다.

처음엔 미치게 고통스러웠다. 나는 고통스러워 미칠 것 같은데, 너무도 멀쩡하고 명랑하고 즐겁게 수다 떠는

사람들 틈에 끼어 있는 건, 마치 지옥불에 타는 느낌이었다. 난 그것을 견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때만 해도 난 병에 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주님은 응답해주셨다.

 

내 병은 차츰 좋아졌고, 물론 약물치료도 병행했지만, 무기력과 무의욕과, 마음에 넘치는 온갖 부정적 생각과

죽고 싶다는 열망과, 인간에 대한 혐오와, 싸우는 내 모습을 보고 주님은 날 그 수렁에서 꺼내 주셨다.그것도 한 방에!

 

하지만 이어서 코로나 시대가 도래했고, 모든 건 원점으로 돌아갔으며

난 다시 나태해지고, 무기력해지고, 분노조절장애까지 왔다.

난 주님을 잊어가기 시작했고, 성당에 가기 싫어했다.

 

누군가, 우울증의 끝은 자살이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했는데 과연 그러했다.

난 모든 것에 무관심해졌고,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난 4년 가까이 쓰지 않았던, 아니 쓸 수가 없었던 글을 지금 다시 끄적이기 시작했다.

드라마 리뷰는 쓰지 않지만, 아니 그렇게 깊이 드라마를 보지도 않지만,그냥 뭔가를 쓰고 있다.

그래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은 하고 싶은 말이 여전히 별로 없다.전엔 정말 많았다.

그래서 난 열심히 블로그에 글을 올렸었다.

 

게다가 난 포토샵이니, 에펙이니, 베가스니, 프리미어니이런 프로그램을 독학으로 배워서 영상을 만드는 게 취미였지만지금은 전혀 관심이 없다.

 

난 아무도 좋아하지 않고, 싫어하지도 않는다.

 

난 모든 것에 무관심하다.그리고 점차로 조울증으로 발전하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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