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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수영을 했다

모놀로그 2022. 10. 1. 11:16

사정이 있어 2주 만에 겨우 시간을 내서 수영장에 갔다.

마지막 갔을 때도 그랬지만, 어제도 과연 내가 이런 상태로 수영을 하는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컨디션이 안좋았다.

특히나 그 2 주간 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그대로 축적된 듯,

오한이 나고, 두통이 심하고, 세상만사가 귀찮은데, 식탐이 심해진다.

그러면서 전처럼 운동을 하진 않는다.

전엔 그래도 걷기 운동을 꾸준히 했지만, 수영을 하게 된 후론 그걸 핑계로 거의 움직이려 들지

않는 것이다.

 

마지막 수영하러 갔을 땐, 어지럽고 식은땀이 흐르는 데다가, 기운이라곤 한 조각도 없어서

이 상태로 수영하다가 물 속에서 죽겠구나 싶었다.

 

게다가, 수영이란 건 정말 귀찮은 여러 관문을 거쳐야 겨우 할 수가 있다.

 

우선 수영장까지 가야 한다.

난 여름엔 주로 토요일에만 갔는데, 토요일엔 셔틀  버스가 운행하지 않는 관계로,

걸어가거나, 아니면 버스를 타야 하는데,

사실 걸어가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 하기 때문인데, 재수 없으면 10분 배차의 두 버스를 고스란히 기다리면서

20분을 거리에 서 있어야 한다.

전같으면 걸어 갔겠지만, 요즘은 게을러져서 자꾸 버스를 타려 든다.

 

어떻든 거기까지 가선 옷을 벗고 샤워을 하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그렇게 긴 시간을 소비해야 겨우 물 속에 들어갈 수가 있다.

그렇게 힘들게 가봤자 20분 정도를 쉬지 않고 레인을 돌고나면 싫증이 난다.

그래서 나오면, 이버엔 다시 샤워를 좀 더 꼼꼼히 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가는 여정...젠장..더럽게 힘들다.

 

두 대의 버스를 기다리는 건 고문이다.

하지만 예전처럼 걸어가는 게 힘들 정도로 수영을 마치면 기분도 좋지 않고, 울적해지거나,기운이 빠진다.

설사 기분이 좋아도 걸어갈 기운은 남아 있지 않다.

 

어젠 2주 만에 갔기에, 걱정을 했다.

오랜 만에 가면 이상하게 수영이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그런데 어젠 접영까지 완주까진 아니지만, 그 비슷한 거리를 할 수 있었다.평영도 많이 좋아져서 남들처럼은 아니지만, 제법 속도를 낸다.자유영이나 배영이야 내 주종목이라 별 재미를 못느낀다.

 

나이가 들면 평영이나 접영은 하지 말라고 한다.오히려 척추에 좋지 않다나?

 

예전,그러니까 젊었을 땐 오히려 허리가 너무 안좋아서 수영을 시작했고,평영이나 접영을 하고 나면 그야말로 허리가 너무 아파서 겨우 걸어다닐 지경이었지만,물속에서 느끼는 그 아픔엔 묘한 쾌감이 있었다. 치유의 아픔이랄까?

 

실제로 고질적인 허리근육병은 수영 2년만에 씻은 듯 나아졌다.뿐이랴, 자질구레한 병치레도 사라졌었다.

 

척추는 모르겠고, 난 허리가 약하므로,(피아노 전공자들은 대개 그렇지 않을까? 심하면 하루 8시간 이상을 연습하기위해 앉아 있어야 하니)뿐이랴, 어릴 적 앓았던 뇌막염 때문에 척추에서 거의 한 달을 매일같이 뇌수를 뽑았었기에더욱 약해졌다.

 

수영을 하면 잔병치레가 많이 사라지는 건 사실이나, 젊었을 때같은 뿌듯한 성취감은 없다. 오히려 아주 울적해지거나, 혹은 서글퍼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젠 다행히 기분이 좋았다.

 

쉬지 않고 20분이라해도, 강습을 받는 편이  더 운동이 되겠지만,새삼 무리에 끼어드는 게 싫어서 자꾸 미루고 있다.

 

이젠 강습을 받아도 될 만큼 많이 예전 실력을 찾았지만,자꾸 미룬다.

 

어딘가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괴퍅함 때문이다.난 자유롭고 내멋대로 살고 있음에도더욱 더 자유를 원한다.

 

아주 사소한 방해도 받기 싫고, 제약도 싫다.

 

암튼 어제 수영은 꽤 만족스러웠다.오늘도 가고 싶지만,오늘은 강아지 쉐이 털을 깍는 날이라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