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오랜만에 수영을 했다 본문
사정이 있어 2주 만에 겨우 시간을 내서 수영장에 갔다.
마지막 갔을 때도 그랬지만, 어제도 과연 내가 이런 상태로 수영을 하는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컨디션이 안좋았다.
특히나 그 2 주간 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그대로 축적된 듯,
오한이 나고, 두통이 심하고, 세상만사가 귀찮은데, 식탐이 심해진다.
그러면서 전처럼 운동을 하진 않는다.
전엔 그래도 걷기 운동을 꾸준히 했지만, 수영을 하게 된 후론 그걸 핑계로 거의 움직이려 들지
않는 것이다.
마지막 수영하러 갔을 땐, 어지럽고 식은땀이 흐르는 데다가, 기운이라곤 한 조각도 없어서
이 상태로 수영하다가 물 속에서 죽겠구나 싶었다.
게다가, 수영이란 건 정말 귀찮은 여러 관문을 거쳐야 겨우 할 수가 있다.
우선 수영장까지 가야 한다.
난 여름엔 주로 토요일에만 갔는데, 토요일엔 셔틀 버스가 운행하지 않는 관계로,
걸어가거나, 아니면 버스를 타야 하는데,
사실 걸어가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 하기 때문인데, 재수 없으면 10분 배차의 두 버스를 고스란히 기다리면서
20분을 거리에 서 있어야 한다.
전같으면 걸어 갔겠지만, 요즘은 게을러져서 자꾸 버스를 타려 든다.
어떻든 거기까지 가선 옷을 벗고 샤워을 하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그렇게 긴 시간을 소비해야 겨우 물 속에 들어갈 수가 있다.
그렇게 힘들게 가봤자 20분 정도를 쉬지 않고 레인을 돌고나면 싫증이 난다.
그래서 나오면, 이버엔 다시 샤워를 좀 더 꼼꼼히 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가는 여정...젠장..더럽게 힘들다.
두 대의 버스를 기다리는 건 고문이다.
하지만 예전처럼 걸어가는 게 힘들 정도로 수영을 마치면 기분도 좋지 않고, 울적해지거나,기운이 빠진다.
설사 기분이 좋아도 걸어갈 기운은 남아 있지 않다.
어젠 2주 만에 갔기에, 걱정을 했다.
오랜 만에 가면 이상하게 수영이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그런데 어젠 접영까지 완주까진 아니지만, 그 비슷한 거리를 할 수 있었다.평영도 많이 좋아져서 남들처럼은 아니지만, 제법 속도를 낸다.자유영이나 배영이야 내 주종목이라 별 재미를 못느낀다.
나이가 들면 평영이나 접영은 하지 말라고 한다.오히려 척추에 좋지 않다나?
예전,그러니까 젊었을 땐 오히려 허리가 너무 안좋아서 수영을 시작했고,평영이나 접영을 하고 나면 그야말로 허리가 너무 아파서 겨우 걸어다닐 지경이었지만,물속에서 느끼는 그 아픔엔 묘한 쾌감이 있었다. 치유의 아픔이랄까?
실제로 고질적인 허리근육병은 수영 2년만에 씻은 듯 나아졌다.뿐이랴, 자질구레한 병치레도 사라졌었다.
척추는 모르겠고, 난 허리가 약하므로,(피아노 전공자들은 대개 그렇지 않을까? 심하면 하루 8시간 이상을 연습하기위해 앉아 있어야 하니)뿐이랴, 어릴 적 앓았던 뇌막염 때문에 척추에서 거의 한 달을 매일같이 뇌수를 뽑았었기에더욱 약해졌다.
수영을 하면 잔병치레가 많이 사라지는 건 사실이나, 젊었을 때같은 뿌듯한 성취감은 없다. 오히려 아주 울적해지거나, 혹은 서글퍼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젠 다행히 기분이 좋았다.
쉬지 않고 20분이라해도, 강습을 받는 편이 더 운동이 되겠지만,새삼 무리에 끼어드는 게 싫어서 자꾸 미루고 있다.
이젠 강습을 받아도 될 만큼 많이 예전 실력을 찾았지만,자꾸 미룬다.
어딘가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괴퍅함 때문이다.난 자유롭고 내멋대로 살고 있음에도더욱 더 자유를 원한다.
아주 사소한 방해도 받기 싫고, 제약도 싫다.
암튼 어제 수영은 꽤 만족스러웠다.오늘도 가고 싶지만,오늘은 강아지 쉐이 털을 깍는 날이라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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