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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낙서

아듀! 내 사랑

by 모놀로그 2022. 11. 2.

내 사랑하는 유니콤프 키보드가 죽어버렸다.

그것도 내 실수로 어처구니 없이 죽어버렸다.

 

책상 위에 살짝 물을 쏟았는데,

컵에 물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바닥에 조금 흘린 정도였다.전에도 수없이 물을 엎질렀고

심지어 커피를 쏟은 적도 있지만

 

그때마다 물이 흥건했던 키보드들은 별 탈이 없었다.

하긴 그땐 내가 얼른 키보드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지만...

이번엔 워낙 물이 적어서 바닥에 조금 튄 정도였고,

키보드는 케이스로 보호하고 있었기에 별로 신경을 안 썼다.

그런데 잠시 후 무심코 눌러보니 반응이 없다.

 

그제야 놀라서 그 정도 물에 고장이라니? 천한 것들은 웬만해선 고장도 안 나는데

비싸고 정교한 것들은 고귀한 몸이라 이 정도에 탈이 난단 말인가? 

키보드 위에 물을 왕창 쏟은 것도 아니고

그저 바닥에 조금 흘린 정도인데

그것만으로 저렇게 허망하게 가버리다니,

 

물론 살리기 위해서 용을 쓰고별별 짓을 다했지만

영 돌아오지 않는다.

 

뿐이랴,망가진 키보드를 어거지로 연결했더니 멀쩡했던 얘마저 이상해지는 것이었다.

 

망가진 키보드를 연결하면 컴퓨터도 그 영향을 받는 건가?

 

이런 예는 듣도 보도 못해서 난감하고

무엇보다 아끼던 키보드가 갑자기 죽어버리는 바람에 그 충격과, 그 좌절감과, 그 상실감에 병이 나 버렸다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25만원 짜리 가넷과 은으로 만들어진 수제 묵주가 너무 가지고 싶어서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겨우 샀다.

 

정말 큰맘 먹고 샀다,

 

그런데 불과 1주일 만에 잃어버린 것이다.

 

경찰에 신고까지 할 정도로 기를 썼지만,돌아오지 않았다.

 

내가 잘못한 게 있다면그 비싼 묵주를 그것도

무겁고 무지하게 길고 큰 묵주를 굳이 주머니에 넣고 다닌 것이다.

 

하지만 난 그게 왜, 어떻게 사라진 건지 전혀 짐작할 수가 없다.

 

그 뒤로 난 며칠을 앓고, 눈물을 쥘쥘 흘리며 밤거리를 헤매고

상실감과 분노에 몸을 떨며 안정을 잃었다.

 

그 꼴을 보다 못해 엄마가 다시 사주었고, 덕분에 미칠것 같은 심정에선

해방이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애착을 더이상 살아나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먼지 구덩이 속에 파묻힌 채거의 그 묵주로 기도하는 법도 없다.

 

이번에도 엄마는 키보드를 다시 사주겠다고 한다.문제는 그 키보드를 살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환율이 엄청 올라서인가?

갑자기 해외직구의 길이 모조리 막히고 말았다.

나같은 무지한 인간은, 대개는 쇼핑몰이 직구대행을 통해 사는 것이 안전한데

그 길이 차단된 것이다.

 

전에 내가 사용했던 스마트 스토어의 그 온라인 상점은 문을 닫아버렸고

굳이 산다면 이베이의 중고품 뿐이다.대체 왜 이베이는 중고만 파는 것일까?

 

결국 유니콤프 홈피에 들어가서 내가 직접 구하는 길뿐이다.

내가 이 미칠 것 같은 상실감과 좌절감, 그리고 불안감과 두려움에서 해방되는 길은 그것 뿐이다.

 

그런데 난 그 곳에서 주문하는 법을 모른다.

그래서 번역기를 통해 메일을 보냈다.

 

이해할 수 없는 답장이 왔지만 뭔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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