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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로망'로미오와 줄리엣'(3) 본문
위의 사진들은
내가 발코니씬에서 아름답다고 느낀 장면들이다.
로미오와줄리엣은 수차례에 걸쳐서 영화화되었다.
가장 최근 것이 아마 1996 년작일 것이다.
하지만 '로미오와 줄리엣' 하면 누구나 1968년판을 떠올릴 것이고,
앞으로도 이 영화를 뛰어넘는 작품은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이 완벽해서는 아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진부한 소재를 가지고 재창조해낸
각 장면의 빼어난 아름다움을 뛰어넘기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 영화는,
완벽한 감독의 창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가지고 만들어낼 수 있는
극상품인 것이다.
그는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서 배경과 의상, 소도구에 인물의 배치도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어찌보면 두 배우도 이 영화의 소품 중의 하나이다.
그들은 서투르고 엉성하지만,
그러나 아름다움으로 그것을 카바한다.
난 발코니씬에 대해선 은근히 기대하는 바가 컸다.
사실 로미오와 줄리엣의 타이틀 홍보는
무도회씬이었지만,
포스터 한 귀퉁이에 살짝 선보인 발코니씬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난 발코니씬에서 감탄을 했다.
무도회씬도 한정된 공간을 최대한 이용해서
멋들어진 장면들을 연출하지만
그것은 발코니씬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단조로운 어느 건물의 뒷편쯤에 해당되는 길다란 발코니뿐이다.
무도회보다 훨씬 공간이 좁아졌다.
그런데도 역동적인 배우들의 움직임은 여전하다.
카메라웍이 시대를 반영할 때 기가 막힐 정도이다.
난 그래서 발코니씬은
인물들의 클로즈업보단,
차라리 장면의 아름다움을 완전하게 해주는 소품으로
두 배우를 배치했을 때가 훨씬 아름답다.
그래서 위 장면들을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발코니씬의 올리비아 핫세는 제피렐리 감독의 비장의 무기이자 히든카드였다는 생각이 든다.
무도회씬의 화사하고 깜찍한 인형같은 모습으로 우리의 혼을 빼놓은 후에
갑자기 발코니씬에서 전혀 다른 아름다움으로
다시금 놀라게하기 때문이다.
타이틀 홍보는 무도회씬을 주구장창 써먹었지만
발코니씬은 극도로 노출을 아꼈던 것 같다.
그리곤 갑자기 우리 앞에 들이대며
어때??
라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 것 같다.
어쩌면 제피렐리 감독은 올리비아 핫세의 아름다움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그것을 극대화해서
카메라에 담으며 쾌감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만큼,
발코니씬의 올리비아 핫세는 아름답다.
조명을 일체 죽여서 모노톤의 단조로운 색채감과
앞서 말한 한정된 비좁은 공간이 꽉 채운 화면 안에서
올리비아 핫세의 푸른 요정같은, 성숙하면서도 청조하고
그러면서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남김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마치 나르시스처럼 올리비아 핫세도
자신의 아름다움에 도취된 듯
맘껏 과시하고 있다.
발코니씬에서도 로미와줄리엣 특유의 역동성은 여전하다.
그것이 발코니와 달랑 한 그루의 나무를 이용한 역동성이라
더욱 돋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역동적인 움직음을 보인다는 건
참으로 천재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아마 그래서 발코니를 유별나게 길다란 것으로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
두 배우, 특히 줄리엣의 부산스러운 움직임을
카메라는 숨가쁘게 따라다니며
발코니씬에 생동감을 준다.
사실, 원작의 발코니씬도
그저 둘이 주고받는 몇 개의 대사가 전부이다.
게다가 그 대사는 참으로...ㅋㅋ
매우 닭살스럽다고 해도 좋다.
로미오의 대사는 느끼함의 정수이니까.
그러나
앞서도 말했듯
이 영화에서의 대사는
이상할 정도 신선하다.
그것이 바로 역동적인 배우들의 움직임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위의 장면들은 두 사람을 한 화면에 잡은 것이다.
역동적이었다 한템포 쉬면서 다소는 정적으로 변하지만
내면엔 여전히 격정을 품고 있어
가슴을 달뜨게 한다.
두 남녀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발코니씬에는 다소는 서투르지만 그만큼 리얼리티를 느끼게하는
격정적인 러브씬들이 있다.
1960 년대의,
다름아닌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고전 명작을 영화화함에 있어
이런 파격적인 러브씬이,
그것도 아직은 어린 배우들에 의해서
표현됨에 상당히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안녕...안녕...작별은 달콤한 슬픔..이라는 대사가 아름다왔던 작별씬
로미오역의 배우는 올리비아 핫세의 개성적인 미모와 오버하는 연기와 감독의 편애에 의해 심히 가려진다.
실제로 그에겐 매력이 좀 부족하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의 표정만큼은 일품이다..
격정적이던 발코니씬은 이렇듯 고적하게 막을 내리는데...
사랑의 홍수 속에
결혼을 약속하고 행복에 겨운 두 연인의
그러나..운명적인 비극의 싹은
이미 보이지 않는 곳에서 트고 있었으니..
그래서일까??
두 연인의 작별에 기나긴 시간을 할애하며
아쉬움의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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