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터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묘한 느낌이 든다.
구태의연한 것을 신선한 것으로 재창조하는 첫걸음을 이 포스터에서 발견할 수가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헴릿은 몰라두 리어왕은 몰라두 아니 세익스피어의 고매한 4대 비극에 대해선 제목만 알 뿐인 사람도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해선 하다못해 줄거리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진부하고 만들기 힘든 영화일거라고 생각한다.
근데 저 포스터만으로도 참 많은 걸 표현했다는 느낌이다.
신선한 주인공들의 프로필과 현대적 감각과 고전적인 원작의 조화 뭔가 새로운 것이 있을 것만 같은 느낌..
그래서 난 이 포스터를 참 좋아한다.
이 포스터를 보고 있노라면 뭔가 설레고 들뜨고 궁금해지며 흔해빠진 비극적 사랑 얘기가 아닌 아주 새로운 뭔가를 발견할 수 있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집에 굴러다니는 오래된 잡지에서 난 어떤 사진들을 보았었다.
난 영화 제목은 보지도 않고 그 몇 개의 사진들을 한참을 들여다보았는데 워낙 옛날 잡지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그 사진들은 모두 흑백이었다.
그래서 더 느낌이 생생하다.
사진 속의 인물들은 모두 생경했다.
한참 배우나 영화, 혹은 티비에 관심이 많던 시절이라 적어도 흔히 볼 수 있는 배우들은 아니라는 거 뭔가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긴다는 거 근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는 거
이런 것들이 내가 당시에 얼핏 받은 인상이다.
그 사진 중에서 내가 가장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뭔지 모를 강렬한 인상을 받은 장면은 어떤 여자가 머리를 풀어헤치고 고개를 뒤로 제치고 있는 장면이었다. 그 여자는 쓰러져 있는 남자를 앞에 두고 있었다.


그 남자는 잠든건지 죽은건지 도무지가 알 수가 없었지만,
또 대체 뭐하는 건지도
알 수가 없었지만,
어린 마음에도 저 사진들에게서 풍겨나오는 느낌이
참으로 가슴을 흔드는 것이었다.
이상한 비장미가 느껴졌던 것이다.
난 그게 설마 줄리엣이 칼로 가슴을 찌르는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이자 종착역이라는 건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저 장면이 주는
뭔지 모를 느낌은
두고두고 뇌리에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게 다름 아닌 로미오와 줄리엣의 스틸 사진이라는 건 후에야 알고 놀랐던 것이다.
저 외의 몇몇 사진들이 나로 하여금 그 영화에 대한 집요한 관심을 품게 만든 주요한 계기가 된 것이다. 그리고 내가 실제로 보지도 못한 영화.. 사진 몇장 본 게 전부인 이 영화를
그러나 난 볼 수가 없었다. 워낙 옛날 영화였으니까. 그리고
사진만 보고 그렇게까지 보고 싶어 안달한 영화도 드물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워낙 옛날 영화라 감히 극장에서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조차
품을 수 없었던 저 영화가
리바이벌 상영된 적이 있다.
난 만사를 제치고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그 누구도 날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받은 감동은
상상 이상이었다.
당시에 극장의 대형화면으로 본 영화는
사춘기 소녀의 마음을 뒤흔들어
매니아로 만들었다.
하긴,
그건 어릴 적 얘기고
지금 보면 솔직히
경박하고 유치하기도 하고 연기가 어색하고
연출은 혼란스럽고 소란스럽다.
제피렐리 감독 특유의 오버된 감성이
화면에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로미오와 줄리엣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선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 희곡은 유난스레 여러 차례 영화화되면서 차츰 진부해졌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진부해진 이유는 하품이 나올 정도로 나른하고 재미 없고 맥빠진 연기와 연출 탓이었으니 말이다.
68년이면 참....
지금 생각하면 거의 원시시대에 가깝다.
따라서 이 영화는 당대엔 상당한 충격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다.
60년 대 말쯤해서 어린 배우들이
수위 높은 키쓰신과 베드씬을 (로미오의 뒷모습이나마 완전 나체.. 두 사람의 첫날밤의 여운을 그토록 노골적으로 보여준 로미와 줄리엣이 과연 있었던가?)
하여튼 그것만이 전부는 아닐지라도 여러 모습을 과감하게 보여준 것만으로
일단은 화제성을 가졌을 것이고 배우들이 생판 신인이었다는 점과 매우 독특한 감독의 연출이 시대를 앞섰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어린 시절 티비에서 본 로렌스 하베이의 로미오는 정녕 충격이었으니..)
게다가 배우들의 나이들이 극중 나이에 최대한 접근했다는 점도 화제가 되지 않았을까?
영화를 보기 전부터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내가
저 영화에 대해 샅샅히(?) 조사한 바로는
배우들을 뽑을 때
실제 희곡 속의 나이와 같은 배우를 골랐다는 것이다.
(근데 약간은 뻥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다. 십대인 건 확실하지만 아무리 조숙하다하나 올리비아 핫세가 정말 당시에 14세였을까? 믿을 수가 없댜.. 적어도 18세는 되지 않았을런지... 그 나이에 관한 건 영화를 위한 과대 홍보라고 믿고 싶다. 뭐 아님 말구...)
빠르고 격렬한 카메라 웍은 역동적으로 배우들의 혼란스럽고
춤추는 듯한, 약간은 과장된 연기를 숨가쁘게 담아내고,
마치 연극 무대를 보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전한다.
반면에 한폭의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을 보는 듯한 무도회 장면의 무겁고도 장중한 색상은 고전적인 아름다움과 현대적인 감각의 조화를 극대화시킨다.



현대적 감각과 고전적 색상, 장중한 음악, 그리고 배경 등등은
그 어린 배우들의 다소는 어수선한 움직임과 더불어
어쩐 일인지 다른 로미오와 줄리엣에선 찾아보기 힘든
생동감과 리얼리티를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니노 로타의 불멸의 음악들이다. 메인 테마도 그렇지만 몇 개의 음악을 다각도로 변주해서 기타나 합창 오케스트라 등등으로 들려주는 센스에 놀란다. 그리고 그 세련된 듯 하면서도 역시 고전적인 느낌이 물씬한 음악들은 어린 남녀의 비극을 고조화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여러가지 면에서
그때까지의 구태의연한 로미와와 줄리엣에 비하면 당시엔 상당한 충격이요 대단한 화제였을 것이며 인기였을 것은 안봐도 비디오이다.
적어도 디프카리오의 포스트모던한 로미와줄리엣보단 다소 유치하긴 해도 이 영화 쪽에 손을 들어주고 있은 데는 이유가 있다.
내가 이 영화를 높이 사는 이유는 설득력이다.
다른 로미오와 줄리엣은 마치 희곡에 그렇게 써 있으니까 그대로 따라 하는 느낌이 강했다.
그러나 제피렐리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희곡에 생명력을 주었다. 재해석이라고 해도 좋겠지만 그보단 같은 희곡이라도 연출에 따라서 얼마나 설득력이 강해질 수 있는지
희곡에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라고 나와 있기에 졸음에 가득차서도 사랑한다고 대사를 외던 다른 영화와는 달리 어린 배우들은 정말로 사랑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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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랑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희곡에서 느껴지는 매우 에로틱한 느낌을 잘 살린 격정적인 사랑인데
졸리는 표정으로 표현할 수 없었던 타영화와는 달리 생동감 넘치는 연출로 입체성과 타당성을 주어서 희곡을 잊게 만든다.
우린 당연히 그들이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을 아는 따분한 관객이 아니라
생각지도 않게 사랑에 빠지는 어린 연인들을 보고 있다.
그들은 애처롭게 아름다와서 나도 모르게 그들의 운명에 휘말린다.
어린 나이에 본 올리비아 핫세의 아름다움은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었다.
요정 같기도 하고 소녀 같기도 하고 여자 같기고 한
청초한듯 요염한 듯 풍만한 듯 가련한 듯 여러가지 여성의 이미지를 풍기면서도 단순히 서구적이지도 이태리적이지 않은 특이한 용모도 신선하다.
두 어린 배우의 서툰 연기력은 일단 제외하고 영화는 참으로 눈이 즐겁다.
아름다운 장면들의 연속에 연출은 다소 경박하고 가벼운 느낌이 없지 않지만
현대적인 감각이 물씬한 그 사랑의 주인공들은 정작 의상은 고전적이고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대사는 시적이며 살고 있는 시대도 까마득한 옛날이다.
나를 가장 감동시켰던 것이 바로 너무나 아름다운 대사들이었다. 번역에 따라 전혀 달라질 수 있는 시적인 대사들이라 그게 딜렘마이지만.
물론 세익스피어의 대사이니 더이상 거론할 필요도 없겠지만 현대적인 필이 강한 빠르고 격동적인 화면에 심히 시적이고 고전적인 대사들의 우아한 조화는 나를 매료시켰던 것이다.
후에 티비에서 이 영화를 보여줬을 때 더빙을 한 대사들을 보면
똑같은 대사라도 번역에 따라 얼마나 느낌이 달라질 수 있는가 깨달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더빙을 절대로 해선 안되는 영화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세익스피어의 천재적인 대사에 감동을 받고 정신을 놓았던 기억이 생생하고 그 대사의 아름다움이 영화의 격을 한층 높여준 반면 자칫 십대용 탈선 영화처럼 보일 수도 있는 경박한 연기들과 연출이 그 대사에 의해서 묘한 화확작용을 이루어 매력적이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매우 드라마틱하면서 흐르는 듯한 아름다운 장면들과,
혹은 감정 과잉이 넘치긴 하지만 격렬한 장면의 연속에 연출은 다소 경박하고 가벼운 느낌이 없지 않지만
어딘지 4차원의 세계에서 온 듯,
20세기적이면서도 국적불명의, 혹은 이 세상에 속해 있는가 싶을 정도로
요정같기도 하고, 낯선 주인공들은 그러나 정작 의상은 고전적이고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대사는 시적이며 그들이 배경으로 두룬 세계는
까마득한 옛날인 것이다.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1968버전 중에서
나를 가장 감동시켰던 것이 바로 너무나 아름다운 대사들이었다.
만일 느릿하고 졸리는 표정의,
나이 잔뜩 먹은 배우들의 입에서 나왔다면,
그 매력은 반감되었을 것이다.
그 대사들이 매력적으로 들린 것은
다름아닌,
그 생생하고 묘한 프로필의 두 어린 배우들 입에서
쏟아지기 때문이다.
번역에 따라 전혀 달라질 수 있는 시적인 대사들이라 그게 딜렘마이지만.
물론 세익스피어의 대사이니 더이상 거론할 필요도 없겠지만 현대적인 필이 강한 빠르고 격동적인 화면에 심히 시적이고 고전적인 대사들의 우아한 조화는 나를 매료시켰던 것이다.
후에 티비에서 이 영화를 보여줬을 때 더빙을 한 대사들을 보면
똑같은 대사라도 번역에 따라 얼마나 느낌이 달라질 수 있는가 깨달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더빙을 절대로 해선 안되는 영화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세익스피어의 천재적인 대사에 감동을 받고 정신을 놓았던 기억이 생생하고 그 대사의 아름다움이 영화의 격을 한층 높여준 반면 자칫 십대용 탈선 영화처럼 보일 수도 있는 경박한 연기들과 연출이 그 대사에 의해서 묘한 화확작용을 이루어 매력적이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어린 시절 가슴 설레고 눈물지으며 봤던
이 영화를
나이 들어가면서 보다 냉소적이고, 순수함을 상실한
눈으로 보게 되었을 때
난 문득 줄리엣은 왜 자살했을까?
궁금했다. 정말 그토록 로미오를 사랑해서?
아니..
우선 나이가 어리고 사랑이 세상의 전부일수 밖에 없는 나이고
장소는 주검이 가득차고 죽음의 냄새가 진동하는 무덤이고 바로 앞에 남편이 죽어 있고 밖에선 사람들 목소리가 들리는데 그들은 이미 자기완 너무 동떨어진 세상에 속해 있고
이미 오갈 데 없어진 어린 여자의 필사적인 선택이 아닐까?
이 영화의 몇몇 치명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일단 60년대 영화라는 것을 감안해주고 주인공들이 생짜 신인임도 점수를 주고 또한 감독의 참신한 시도까지 가산점을 준다고 쳤을 때
그 영화가 가진 가장 큰 장점. 즉 앞서도 말했듯이 희곡에 따라서 일이 진행된다는 느낌이 없이 운명적으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는 필연성이 자연스레 관객이 그들의 운명에 관심을 갖고 애틋한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별 것 아닌 듯 하지만 동시에 영화에선 참으로 중요한 몰입이라는 것 그리고 빙의라는 것을 가능케하는 능력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무도회에서 만나 사랑에 빠져 담날 결혼했으나 로미오가 자신의 친구 머큐쇼를 살해한 줄리엣의 사촌 오빠 티볼트를 복수심으로 찔러 죽이는 바람에 생이별을 하고 어쩌구 저쩌구하다가 끝내는 둘다 자살한다...
이 진부한 스토리에 생명력을 집어넣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 아닐 수 없겠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훤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절치에 따라 하나하나 벌어지는 사건들에 대한 긴박함은 커녕 하품이 나올 지경이다.
그러나 실제론 기왕에 입력된 그 진부한 스토리는 머리 속에서 하얗게 지워진다.
그 이유는 당위성이다.
무도회에서 사랑에 빠져야하기에 빠지는게 아니라 빠질 수 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감독은 무도회 장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리고 사춘기 소년 소녀가 첫눈에 가슴이 설레는 과정을 납득할 수 있도록 보여준다.
그 사춘기 소년 소녀는 그러나 장중한 세익스피어의 대사를 읊는다.
가벼워 보이지만 설레는 어린 청소년의 사랑 놀음에 진정성을 부여하는 장엄한 대사들의 조화는 참으로 아름다운 색상의 화면과 어우러지면서 매력적이다.
발코니 장면도 로미오와 줄리엣에선 유명한 장면 중 하나이다. 따라서 잘못 만들면 정말 졸릴 수 있다.
실제로 내가 정작 보고 싶어 견디기 힘들었던
이 영화 대신에
가끔 티비에서 보여주는
빛바랠 정도로 오래된 로미오와 줄리엣은
도무지가 둘이 왜 사랑하는지 이해도 할 수가 없을 뿐 아니라.
발코니씬도 따분하기 그지 없고,
둘이 죽는 장면에선 하품이 나올 지경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선 무도회씬에서 가슴 설레는
두 사람의 심장의 고동에 실컷 젓게 만들어 준 후에,
발코니 씬을 길게 세심하게 곁들어 격정적으로 묘사한다.
사실 발코니씬은 그리 잘 만들어진 장면은 아니다.
그러나 매우 아름답다.
그들이 내뱉는 장엄한 대사들이 웅장하고 리얼리티가 느껴지는 무대장치와 아름답고 어린 두 남녀의 격정적인 사랑과 부조화의 조화를 이루면서 다시금 환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대사가 장면을 만드는게 아니라 장면이 대사를 만들어내는 듯한 느낌
그것이 다른 로미오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리라.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백미는 드디어 로미오가 티볼트를 죽이는 장면이 아닐까?
그 장면도 무도회나 발코니씬 못지 않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고 극적인 구성이나 긴박함과 비극적 우연성으로 인한 필연적 결과는 희곡을 따라가기보다 그냥 로미오의 기구한 운명에 동참하게 만든다.
티볼트가 죽은 후에야 비로소 제정신이 든 후의 로미오의 표정과 그가 울부짖으며 내뱉는 대사는 지금도 생생하다.
그것이 글자로 써 있을 때는 무의미한 싯귀였지만 그 장면에선 심금을 갈기갈기 찢는 진정성이 있다.
솔직히 자세히 뭐라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차라리 원본에 나온 대사를 기억한다.
한 마디로 로미오와 줄리엣 68년 판엔 진정성이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리얼리티까지 살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모든 것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켜주는 즉 저것이 그저 세익스피어의 희곡을 영화화한 드라마가 아니라 실제로 벌어진 일인 듯 하다는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 있는데 그게 다름 아닌 바로 영화 속에서 등장 인물들이 입은 의상이 아닐까 싶다.
난 그 시대의 의상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고 다른 동영화에서 어떤 의상을 입었는지도 아는 바가 없지만
정말이지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의상의 독특한 아이템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난 오랫동안 그 의상들에게 집착했었고 자세히 연구하기까지 했다. 정말 그 시대의 이태리는 그런 의상을 입었을까? 새삼 궁금해진다.
그런데 문제는 줄리엣이다.
포스터의 그 모습..
자잘한 장식으로 뒤덮인 작고 궁근 모자를 귀를 가린 검은 머리위에 살짝 올려놓고는 긴 머리를 그 모자에서 파생된 듯한 장식으로 땋아내렸다. 참 독특한 코디 아닌가?
그리고 새빨간 드레스를 입었다. 그 드레스는 정말 맘에 안들지만 고풍스럽고 장엄했던 무도회의 다른 여인들과 차별화가 목적이었다면 성공한 셈이다.
이태리 귀족들의 우아한 놀음에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깜찍한 소녀는 자칫 그들의 위엄과 귀족적인 자태에 묻힐 뻔 한 위험을 그 드레스 덕분에 모면했으니까.
실제로 로미오와 줄리엣은 아카데미에서 의상상을 받았던 것이다.
하여튼
나의 어린 시절 최대의 로망이었던
로미와 줄리엣..
저 포스터를 보면서
가슴 설레고,
음악을 들으며 황홀해하고,
영화를 보면서
정신을 잃다시피 했던
그 시절..
나의 어린 시절과
그들의 어린 시절..
두 시대가 겹친다.
나의 가장 소중한 기억 중의 하나인,
로미오와 줄리엣...
그 영화를 이제
영상으로 소장해서
내가 좋아하는 장면을
맘껏 캡쳐할 수 있는
21세기에
이제 난 살고 있다.
좋아해야하는건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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