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궁 23부-채경과 율군에게 태클 걸기 본문
이 마당에,
즉 신군이 채경을 부여안고 철철 울며
어린 소년처럼 매달리는 마당에,
게다가 궁도 이제 막바지에 이르러 마지막 스포트를 내는 마당에
태클을 걸기가 심히 미안하지만,
그래도 한 마디 안하고 넘어갈 수가 없다.
우선,
채경인데...
그녀의 폐비껀은 22부인가에 이미 터졌다.
그때
그녀는 궁에서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은 정도로만 여기는 듯
기꺼이 폐비를 받아들이다 못해
아예 황실 어르신들을 찾아가서
'폐비시켜주셈!'
하고 눈물콧물 짰었다.
그런데,
폐비껀이 다시 거론되고,
그걸 유배 정도로 무마하려는 황실의 고육지책을 듣자,
폐비도 아닌 기껏 유배 정도로
화들짝 놀라며
천지가 뒤집힌 얼굴을 한다.
게다가,
숙연한 표정으로
황실과 신군을 위하는 길이라면
그또한 씩씩하게 가겠노라고 천명한다.
이건 좀 너무 심하다.
시간 상으로 얼마나 흘렀을까?
폐비를 받아들이려는 채경에게
결사적으로 매달리는 신군을 향해,
'너나 황태자로 사셈!'
이라는 한 마디 던져주고
돌아서서 사라졌던 채경이가
횟수로 치면 불과 한 회만에
청천벽력을 맞은 얼굴로,
그러나 사랑하는 황실 가족(!)과 남편을 위해서라면
이 한몸 불사르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너희 황족들!'
이라는 말을 아주 입에 달고 살더니
그새 '황실은 나의 가족'이 되기까지 했다.
'황태자비가 시러! 난 신채경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엉!'
라고 절규하던 채경이가
'난 대한민국의 황태자비이다'
라고 선언한다.
그것도
'나 집에 가면 안되?'
라고 혀짧은 소리로 징징대던 부모 앞에서 말이다.
뭐 사람 맘이야 변하자고 들면
물론 하루 아침이고,
남편이 이쁘면
웬수같던 시집 식구들도 하루 아침에
고와 죽을 지경이라지만,
그래도 드라마에서 그럼 참 곤란하다.
논리적 비약이 아니라
아예 논리를 무시하고 있으며
감성적인 비약이라기엔
너무 지나치다.
서서히 뭔가를 깨달아가면서
황태자비로서의 자각과
황실에 대한 책임감과
남편에 대한 애정을
되찾아가면 참 좋았으련만,
나와 신군이 합세해서 입이 아프게 타이를 땐
사사건건 말도 안되는 싸가지 없는 소리만 한다고 생난리를 치더니,
어째 불과 한 회만에 그토록 자기가 한 말을
하나도 남김없이 뒤집을 수가 있단 말인가!
아쉬운 일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더욱 가슴 아팠을 장면들이
그 바람에 다소는 희극적으로 여겨져서
몰입을 방해한 것이 정말 디따시 큰 옥의 티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바로 그 옥의 티를 만든 것이
궁에서도 중요한 인물인 '채경이 캐릭터'라는 것이
다시금 아쉽다.
채경이 캐릭터는 궁 후반 내내 궁을 진절머리나게 만들더니
하루 아침에
보는 사람 민망할 정도로 어른스러워지니
역시 난해한 캐릭터이고
궁의 널뛰기의 중심 인물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두번째로,
율군에 대해 태클 들어간다.
역시나,
율군은 22부인가에서 신군에게 폐비건에 관한 부탁을 받는다.
그때 율군은 얄미우리만치 태연하고 도도하게
'내가 왜 그래야하는데?"
라고 신군과 내 속을 뒤집었다.
그러더니
23부에선
역시나 폐비도 아닌 유배라는 험한 말을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듣는 언어의 폭력이라는 듯
펄펄 뛴다.
나참..
어째서 궁에서 뭔가 이상타 하는 부분을 보면
하나같이
채경이와 율군이 주도하고 있는걸까?
더더우기,
율군이 '채경이를 싸랑해요'
라고 선언한 이유가 바로 저렇게 폐비 내지는 이혼을 시켜서
궁에서 내보내자는 것 아니었나?
그럼,
자신이 그런 선언을 한 것이
채경에게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나?
신군이 니가 그러면 그럴수록
그 피해자는 채경이가 된다고
그리고 결국엔 니가 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타이르고 애걸하고 화를 낼 땐
들은 척도 안 하고
오히려 신군을 경멸하더니
이제와서
뭘 놀라시나?
내 무지하게 사랑하는 궁이요, 거기에 주지훈의 신군이 있어서
더욱 귀한 궁이라
웬만하면 참고
이런 글까진 이젠 안쓰려 했지만,
그리고 그동안 하도 채경이와 율군을 씹어대서
미안할 지경이라서도
더이상은 안하려 했지만,
그들은 어찌하여
마지막까지 그토록 날 화나게 한단 말인가!!
아무튼,
폐비와 유배 얘기를 들은 율군이
무지하게 열받아서
엄마에게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라고 외치는 걸 들으며
물론,
아직까지도 아무 짓도 하지 않고 있는 게
좀 걸리긴 하지만
하루 빨리
그 '무슨 짓'을 해주기 바란다.
신군을 위해서가 아니라
율군의 자존심과 존엄성을 위해서 말이다.
신군을 모함해서
얻은 황제 자리에 오르는 거
쪽팔리자나!!
세번째로,
채경과 율군에게 태클 들어간다.
여기서 율군이 하는 말이 다시금 날 슬프게 한다.
'자기는 너무나 작은 것을 바랬을 뿐'
이라는 것이다.
'그저 채경의 햇살 같은 미소 하나'
볼 수만 있다면 초라한 농부로 살아도 좋았다는 것이다.
하기야, 율군이 바란 건
그저 채경이와 사랑뿐이긴 했다.
그런데
채경이가 그토록 소박한 꿈인가?
아니다.
채경이 자체는 소박할지 모르나,
그녀의 신분은 무려 일국의 황태자비요, 사촌의 아내이다.
즉 남편 있는 유부녀란 말이다.
게다가 채경이는 신군을, 신군은 채경이를 사랑한다.
그런데
어째서 그녀 하나 바라는 게 그토록 소박하고 작은 꿈이라는 건가?
그건 일국의 황실을 들었다놨다 할 정도로
대단히 거창한 꿈이라는 걸
율군이여!
아직도 모른단 말인가?
그리고 아직도 모르는 게 하나 더 있는데,
나 혼자 바라는 건
아무리 작고 소박한 꿈일지라도
상대가 인간인 한,
절대로 작고 소박할 수가 없다는 걸 아직도 모른단 말인가?
그가 꿈꾼 것이 '사랑'이라면,
그 대상도 함께 바랄 때만
가능하다는 너무나 간단한 진실을
어찌하여 율군은 모른단 말인가!
어려서 그렇다쳐도
효린이가 알려주지 않았는가!
'사랑은 둘이 하는 거라고!'
아니,
저 대본을 쓴 작가가 모르는 건가?
작가는 때론 매우 정상적이다가
떄론 매우 비정상적인 사고를 하며
정신 없이
2차원과 3차원을 들락거리니
내가 다 어지럽다.
그렇다고 채경이가 율군에게 하는 말은 더 심하다.
'신군을 위해서라면 못할 짓이 이젠 없다'는 것이다.
궁에 들어와서 너무나 힘들었다해도
신군을 만난 것만으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참 좋은 말이긴 한데,
굳이 율군에게 할 필요가 있냔 말이다.
하려면 진작 하던가,
이제 와서
가뜩이나 피눈물흘리는 율군에게
대못을 박아댈 필요가 있는지..
하기야
율군도 그동안 채경에게 온갖 종류의 대못이란 대못은
모조리 박아댔으니
그 보복인가?싶기도 하다.
설사 보복이라해도,
저 와중에
율군에게 저런 말까지 해주는 건 좀 심하다.
저런 말은 그저 신군 앞에서만 해줬음 하는 소망이 있다.
율군에게도 끝없이 그의 그 '사랑'이라는 이름의 미망에서
그만 나오도록 채경이가 도와줘야하지만,
그건 저런 지독한 말이 아니래도
달리 얼마든지 있다.
어떻든 율군은 채경이를 사랑하고 있으며
그걸 채경이도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동안엔
율군에게 미안하다며 하다못해 입맞춤까지 허락하며 꾹 참더니
이젠 눈에 보이는 게 없나보다.
율군이 그동안 해온 짓들이 제아무리 얄밉고 치사빤쥬이고
남자답지 못했다해도
막상 저렇게 당하니 좀 안쓰럽긴 하다.
마지막으로,
율군은
'채경이를 탐낸 게 욕심이었고, 나에게 허락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고 하는데,
사실, 그는
채경이만 빼놓고 뭐든지 그는 원하는 걸 가질 수 있는
원하는 건 뭐든지 이룰 수 있는 대한민국의 왕자님이시다.
절대로 원해선 안될 것을 원했을 뿐이지
그에게 허락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건 아니라는 걸
좀 깨달았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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