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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 16부-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모놀로그 2011. 2. 16. 10:31

 

누군가 행복할 때,

또 다른 누군가는 불행하다.

 

자기가 행복할 때

나의 행복으로 인해

어디선가 누군가는 불행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역시 쓸쓸하다.

 

 

 

 

 

여기만 오면 절로 이렇듯 세상에 홀로 남은 듯한
모습이 되는걸까?
하긴..나도 이런 곳이 있다면
저런 모습으로 하염없이 서 있고 싶을 것 같다.

그만큼 세상과 동떨어지고 고적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신군과 효린의 데이트 장소였다하니

이 고적한 곳에서 둘이 대체 뭘 했을까 싶다.

그들의 관계가 싱싱한 고딩다운 그것이 아니라

무지하게 고적하고 쓸쓸한 것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 장소는 이제 정말 더더욱 고적하고 쓸쓸한 곳이 되버렸다.

전엔 이곳에서 그래도 나름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데이트를 즐겼을 두 사람은

이제 그 시절의 공감대를 상실한 채로

만나야한다.

 

 

 

 

 

 

 

나같으면 과거에 좋았던 그곳이 변질된 것이 끔찍스러워서

절대로 안갈 것 같은데

효린은 꿋꿋하게 그곳으로 이끌리듯

신군을 찾아간다.

 

아니

신군이 있을 걸 몰랐을지라도

어떻든 그런 쓸쓸한 타임머신은 안탔으면 좋겠다.

 

같은 사람..같은 장소..

그러나 전혀 다른 공기와 단절감이 주는

숨막히는 상실감..

 

그걸 굳이 찾아다닐 필요가 뭐가 있는가..

 

 

지금의 신군은 이제 혼자 있고 싶을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가 아니라..

 

그는 변했고,

이곳에서 그는 이전의 자기 모습을 떠올리며,

달라진 거리를 재보며,

그래도 완전히 채워지진 않은

틈새로

자기와 시간을 잊고 망연히 서 있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함께 있으면 언제나 감도는 쓸쓸한 냉기가 매혹적이다.
그러나 신군에겐 이제 그것이 버겁다.

그래서 신군의 시선은 이미 효린에게 머물지 않는다.
아니 지난 시절의 자신의 외로움을 외면하듯.

그 외로움과 그 시절을 상징하는 듯한 효린을 외면한다.

아울러 그녀가 뿜어내는 집착을 외면한다.

 


 

 

 

 

 

 

 

태국의 추억담을 꺼내서
신군의 마음을 움직여보려는 효린의
어리석은 안간힘이 신군을 아프게한다.

 


태국 사건은 신군이 많은 희생을 치루며
효린에게 나름 좋은 추억으로 남기를 바란
선물이었는데..

그 바람에 신군으로선 두번 다시
생각하기도 싫을만큼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채경에게는 커다란
상처를 준 사건이건만....

그럼에도 효린을 위하여
묵묵히 감내했던 사건이건만..

솔직히 신군 입장에선 두번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라면 효린에겐 너무 가혹하겠지만
이제 그것은 신군의 깊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효린이 감당해야할 몫이다.

 

 

여전히 사태 파악을 못하고
태국에서의 일이 너무 좋았었다는 둥..
그때의 추억을 되살려
신군의 마음을 자기에게로 돌려보려는
효린의 안간힘이 너무 안타깝다.
동시에 참..어리석다.

그들은 더이상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던
그런 소통이 불가해진 듯하다.

 

 


효린의 집착이 그들의 사이에 장막을 치고 있다.
자신의 마음이 더이상 순수하게 전달되지 않는 효린에게
애처로움과 약간의 염증,그리고 체념마저
느끼는 듯한 눈빛으로 효린을 바라본다.

 

 

 

 

 

 

그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돌아선다.
더이상 대화가 무의미하다고 느낀건지..

많은 댓가를 치루며
지켜준 자신의 진심을 엉뚱하게 이용하려는
효린을 차마 볼 수가 없는건지..

 

 

 

 


 

아...그러나 효린은 역시 마지막 밧줄마저 끊어버리고
밑바닥을 향하여 용감하게 돌진한다.

 

그 아이를 정말 좋아하니?
니가 어떻게 그런 아이를 정말 좋아할 수가 있니?
내가 훨씬 낫잖아~!
내가 너를 훨씬 더 잘 알잖아.
우리가 함께한 2년이라는 세월이 있잖아.
그런데 그런 나를 두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니?
그 아이의 어떤 점이 너의 마음을 차지한거니?
그 유치하고 푼수 같은 애가 어떻게 네 마음을 가진거니?
뭐가 잘못된 거니?

 

 

 

 

 

신군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채경이만 생각해도 미소가 떠오르는걸까?
아니 어쩌면
효린 말대로 생각지도 않게 채경에게로 가버린 자신의 마음에게
보내는 미소인지도.

그래 좋아해...

그 아이와 있으면 외롭지 않아..
두렵지도 않아..
웃을수가 있어..
어린 소년이 된 것처럼 맘껏
장난도 칠 수 있어.
지금 니 앞에 서 있는 이런 모습이 아닐 수 있어.
내가 생각해도 신기할만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아.
아니 원래의 나로 돌아가는 건지도 모르지.

그래서 좋아하게 된 것 같아...

 

 

 


사랑..그 쓸쓸한 이름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가 되어 사라지는 신군

그런 신군의 뒷모습은 효린의 지옥같은 마음처럼 점점 짙은 어둠으로 변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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