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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궁

궁 16부-황제폐하!

모놀로그 2011. 2. 16. 10:11

 

 

참 묘한 일이지만,

혜정전의 유치하기 그지 없는 황태자 이미지 구기기 작전에

가장 쉽게 말려든 인물이

바로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황제 폐하이시다.

 

하긴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그저  답답하고 심약해빠진,

21세기의 황제에 잘 어울려서이지만,

아무튼 그 폐하 덕분에

드라마 '궁'이 심하게 리얼리티를 얻은 건 사실이니..

 

황제는

아들 이신에 대해선 별로 관심이 없다.

대신에 황태자 이신에 대해선

늘 불만투성이이다.

 

왜 그럴까?

 

특히나 황태자 자질이 의심스럽다 운운할 땐

나도 모르게,

 

폐하, 니나 잘하세요

 

라고 말해주고 싶은 것이다.

 

아니..굳이 황제를 위해 변명해주자면 

폐하의 태자에 대한 불신은 스스로에 대한 불신과

일맥상통하는걸까?

 

 

황제는 늘 좌불안석하고

제 그림자에 놀라듯

행여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서

황실을 폐하라고 외칠까봐 노심초사한다.

 

황제란 인물은 어찌 보면 모순투성이의

좀 잘못된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는 지성인답게,

늘 자신이 황제에 어울리는가에 대한

회의에 시달리고 있는가 하면,

 

전혀 지성인답지 못하게

자기 성찰이라곤 없는

도무지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알길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즉 문제를 늘 자신의 내면이 아니라

밖에서 찾으려고만 든단 말이다.

 

지성인이라는 인간들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햄릿처럼

우유부단하게

자기 자신을 닥달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또한

그는 궁에서 가장 허위에 가득찬 인물이다.

 

우선 그의 삶이 몽땅 거짓이다.

그는 아내를 사랑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자식들,

특히 신군을 사랑하는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고

사랑하지 않는 명문대가의 규수와 혼인하여

그럭저럭 살면서 

이게 내 팔자려니...하는 단순한 황족도 아니다.

 

그는 사랑해본 적이 있고,

그 사랑에 목을 매본 적도 있는 인물이다.

 

후에야 나오지만,

그것도 쪽팔리게 아들에게 들키지만,

 

신군의 말에 의하면

 

'낯뜨거운 3류 연애질'

을 그것도 다름아닌 자신의 형수와 나누었던 사람이다.

 

따라서 그는 누구보다

아픔을 잘 이해하고,

누구보다 인간에 대해서, 인생의 이면에 대해서

풍부한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할

비극적 인물이다

 

그러나..

 

그런 과거를 지니고 있음에도

그는 그런 과거를 지닌 인물다운 점이 하나도 없다.

 

황후는 그저 남처럼 예의를 갖추고 대할 뿐이며,

그것이 별로 괴롭지도 않은가보다.

 

간은 콩알만한지

형이 죽은 바람에 얼결에 앉은 황제 자리가

늘 불편해서

주변을 둘러보며 전전긍긍한다.

 

그러다보니

마음에 여유가 없어

늘 아들만 들볶는다.

 

거참..

 

묘한 인물이기도 하지.

 

 

그는 사실,

아들에게 황태자의 자질 운운할 처지가 못된다.

자기 자신 그다지 우아하지 못한 과거를 지니고 있으며,

다시 말해서

형수를 사랑한 사람이며,

그로 인해

결국엔 그 형수는 외국으로 쫓겨났으며,

물론

형수가 꼬리를 쳤는데

그것에 넘어간 것도 있지만,

 

절반의 책임은 그 역시 회피할 수 없는 바,

 

그가 그다지 투명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극도의 도덕성을 태자에게 요구하는 건

보상심리일까 뭘까..

 

스스로가 떳떳하지 못하기에

아들에게는 극도로 민감하게

최고의 도덕성과 자질을 요구하는걸까?

 

그렇다면

신군에겐 참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겠다.

 

선대의 업보를 왜

신군이 뒤집어 써야 하는가~!

 

그리고 실제로 그는 이미 선대의 업보를 뒤집어써가고 있는 중인데

그건 꿈에도 모른 채

그저 아들이 못마땅하기만 한 아버지는,

그러나

그건 아들의 실체와는 무관하게

그가 사랑한 여자,

혜정전이 꾸민 허상을 보고 우왕좌왕하고 있으니..

 

어찌보면

그녀의 음모에 가장 쉽게 말려든 인물이

다름아닌 태자의 아버지란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그 모든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밖에 내지 못하는 황후는

그저 속이 새까맣게 탄다.

 

황후는,

모든 걸 알고 있다.

 

황제가 그 여자를 사랑했었다는 것도,

혜정전이

자신의 아들을 밀어내기 위해

갖가지 음모를 꾸미며,

한편으론

눈물젖은 가련한 여인 노릇으로

자기 남편의 심약한 마음을 여전히 휘어잡고 있으며,

 

그래서

나날이 자신의 입지는 물론,

태자의 지위까지 위태로와지는데.

 

이 바보같은 남편이

최전방에서 아들을 비호하긴 커녕

제일 먼저 그 수법에 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단 한 마디도 할 수가 없으니..

 

 

 

 

 

그 틈새를 파고들어

잽싸게 율군은 황제의 마음에 들만한

구상들을 가지고 그를 홀리니

 

태자의 지위는 날로 위태롭다.

 

그는 실은

자신의 비와 더불어 희희낙낙할 때가 전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어찌 보면

황제의 불신에도 타당성이 있다.

 

내가 생각해도

 

황제라는 자리에

신군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는 황태자엔 어울릴지 모르나,

황제는 아니다.

 

그리고

실은 율군이 훨씬 더 황제에 어울리는 것도 사실이다.

 

 

 

 

 

신군도 그걸 알고 있다.

황후도 알고 있다.

 

그래서

황후는 하루도 맘 편할 날이 없고,

신군은 무사태평이다.

 

별로 연연하지도 않고,

별로 하고 싶지도 않은 황제 노릇에 목숨을 걸 이유가 없으니

그들이

별별 유치찬란한 공격을 해와도

그는 아랑곳할 이유가 없다.

 

단,

자신의 지극히 내밀한 영역을

자꾸만 침범하여

그걸 이용해먹는 게 역겨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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