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궁 16부-효린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본문
궁으로 돌아온 신군과 채경이
그 화려한 휴가의 뒷맛을 음미하며
화려한 미소로 온 몸을 적시고 있을 때...
효린은 홀로,
타임머신을 타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그녀 또한 여행을 떠난다.
신군과 채경의 테마가
'사랑인가요"
라는 가슴 설레게 하는
젊음과 미지의 것에 대한 동경에 가득찬
풋풋한 노래라면,
신군과 효린의 테마는
이상할 정도로
고풍스럽고 무거우며 답답하다
사실,
난 그 음악도 매우 좋아한다.
현악기가 연주하는
묵직한 왈츠 풍의
그러나 어두운 그 음악은
그야말로
신군과 효린에게 잘 어울린다.
그런데 현악기 홀로 연주하는 음악만큼
사람의 마음을 우울하게 하는 것도 없다는 사실....
그런데 말이다.
그녀는
왜 자신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그런 여행을 떠난단 말인가~!
얼마나 처연한 여행인가...
누구나 실연을 당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으며,
그때 제일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게 있다면,
바로 그와 내가 처음 만났을 때를
회상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
그와 함께 즐거웠던 시간들,
그와 함께 웃었던 시간들을 자꾸만 돌아보는 것이다.
이젠
내 앞에 없고,
설령 있다해도
더이상은 웃어주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이
나를 향해 웃어주던 시간을 자꾸만 돌아보는 것이다.
효린의 시간 여행은,
사랑을 잃은 모든 사람을 위한
레퀴엠같다.
보고 있으면
절로 가슴이 미어지고
호흡은 답답해지고
차마 지켜보기 힘들다.
그들이 처음 만났던
그 살풍경한 작은 역의 대합실..
그때도 살풍경했었다.
그러나
그가 있어
그 장소는 빛났다.
화려한 장소가 아니라.
고적한 이름모를 시골의 작은 대합실이라,
더욱 더 빛났다.
왜냐면
단 둘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가 나를 보고 웃었으니까.
그런데
이젠 그 빛을 잃어버린 대합실은
그대로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앙상한 뼈다귀만 남은 해골처럼..
퀭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본다.
그녀는
그와 나란히 앉았던 벤치를 바라보고,
그가 앉았던 자리를 바라보며,
그 자리를 만져본다.
거기에 그가 있었던 순간이 있었다.
그가 거기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고,
나에게 말을 걸고,
나를 향해 활짝 웃었던 순간이 잇었다.
그러나..
그건 이미
신석기 시대처럼 아득히 먼..
옛날 얘기이다.
그건 너무나 아픈 일이다.
빌어먹을 효린은
굳이 그런 쓸쓸한 여행을 하고 자빠졌난 말이지.
가슴 미어지게시리..
그러나
그녀 덕분에 우린
그녀가 잃어버린 그 시간 속으로
들어가서
그들이 어떻게 만났는지 엿볼 수가 있었다.
헉..
황태자께서,
아니 신군이
이쁜 여자에게 홀려서
졸졸 따라다니는 광경을 보고야만다.
세상에나..
효린은 무지하게 기분이 좋아보인다.
세상에 어떤 여자가,
황태자가
자기를 졸졸 따라다니는데
게다가 그의 눈빛엔
자신의 미모에 대한 찬미의 빛이 숨길래야 숨길 수 없을 정도로
노골적인데
기분이 안좋겠는가~!
아..
효린아..
너의 그 허영심을 만족시키고
그의 찬미어린 시선을
음미하며
나르시즘에 빠지기 시작한 게
처음부터였구나.
그리고
바로 그 나르시즘이
그를 잃은 가장 큰 이유라는 건
여전히 모르는 것 같구나.
넌 여전히
그가 너에게 던졌던 그 시선들만
아쉬워하는구나.
그때,
그의 모습말고
니 자신의 모습도 돌아보면 좋으련만..
이해는 한다.
이 언니도 진짜 이해한다.
넌 이쁘고,
황태자 전하께서
홀라당 빠져서
너를 감상하고,
감상하는 걸로 모라자
사진기까지 들이대시니
기왕이면 더 이쁘게 나올 수 있도록
잘 찍으라고 포즈까지 취해주며,
그의 시선을 흠뻑 들이마시던
너의 그 나르시즘을 이해한다.
그 이면엔...
심한 컴플렉스가 있겠지.
채경에겐 컴플렉스라는 게 없다.
하지만
실은 완벽해보이던 너에겐
그것이 있었다.
그래서
넌 니 자신을 사랑하는데 더 급급했다.
신군의 시선을 흠뻑 받으며 만족하고,
이후로
2년동안 그의 여친 노릇을 하며
줄곧
그렇게 우아한 너의 모습들을 두루 보여주면서
그때마다 그가 던졌을
찬미의 시선을 들이마시며
너의 열등감들을 채웠겠지.
비록 파출부의 딸이지만
난 재원이고
난 잘났고
난 아름답다.
학교에서 제일가는 귀족층이
내 비호 세력이고,
황태자 전하가 내 남친이며,
그는 그저 나만 보면
눈빛에 선망을 가득 담고
넋을 잃고 바라본다.
아...인생은 아름다워라..
이 민효린도 아름다워라..
그것은 참 뼈아픈 함정이다.
그리고,
이제 돌이킬 수도 없는
무서운 과오였다.
10년후를 기약하던 그 시절..그 순간은
지금의 효린을 얼마나 초라하게 하는가!
그 나르시즘이 빠져나간 자리에
남은 건 대체 뭔가!!
그녀는
모래처럼 빠져나간 시간들을
찾아서
가슴 아픈 여행을 떠나지만,
그러나
과연
그 여행에서
그녀는 무엇을 얻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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