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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 -거짓과 진실의 비좁은 거리-

모놀로그 2010. 12. 18. 20:35

프리즈는 인간대 괴물의 구도이며,

 

다르게 표현하면 진실과 허위의 싸움이다.

 

그 대결은

인간이나 괴물이나 별 차이가 없음을 보여주는 구도로 사용된다.

 

인간은 영원한 존재가 아님에도 영원히 살 것처럼

이 지구상의 한 귀퉁이에 자기 나름대로의 기반을 잡으려고 기를 쓴다.

 

그래야 안심을 하고 자기가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자기 만족감에 빠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진실일까?

 

우리는 언젠가는 죽어야할 운명의 작은 모래 같은 존재들이다.

그런데 죽어야하는 의무와 죽을 권리를 가진 인간이기에

삶이 소중하고

그래서 그 삶을 어떻게든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 몸부림친다.

 

두 흡혈 인간인 중원과 이화는 거짓된 세계의 거짓된 존재들이다.

그들의 안정적인 사회적 기반은 모든 인간들의 꿈이며

괴물인 주제에 그들은 인간들의 꿈을 간단하게 누리며 살고 있다.

 

 

그러나 그들과 우리가 다를 바가 뭐가 있을까?

결국 허위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진실을 바로 보지 못한 채 욕심을 부리는 우리나

소멸할 수 없어서

모든 진실을 꿰뚫은 댓가로 얻은 거라곤 아무것도 없이

흐느적거리며 나름대로 퇴폐적인 생활을 즐기는 이화,

혹은 지겨움에 넌더리치면서 하루하루 지탱해 가다보니

피폐해진 중원..

 

그들의 진실에 비추어 우리 인간의 삶이 그리 나아보일 것도 없다.

우린 죽을 것이지만 영원히 살 것처럼 착각하고

그들은 죽을 수 없는 괴물임에도

인간인척 살아갈 뿐인 것이다.

 

 

그들과 우리의 거리는 실제로는 아주 비좁다.

 

소녀 지우가 사랑하는 중원만 해도 그러하다.

 

지우는 자기 멋대로 중원의 존재를 규정짓는다.

 

그는 자기 어머니를 사랑했던 남자의 아들이오.

세련되고 멋진 한창 나이의 괴팍하지만 웬지 마음이 끌리는 남자이다.

 

그녀가 생각하는 중원과

실제의 중원 사이엔 돌이킬 수 없는 강이 흐르고 있다.

 

그러니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녀의 사랑도 거짓이여야한다.

그녀는 그의 실체를 모르고 있으니까..

 

그런데도 그녀의 사랑이 허위가 아닐 수 있었던 힘은

지우는 그 모든 거짓과 허상을 뚫고

중원의 본질로 성큼 다가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그것이 또한 중원이 지우를 사랑할 수 있었던 힘이 아닐까..

 

 

우리가 구원받을 수 있는 건

바로 본질에 닿기 위한 몸부림이 아닐까?

 

중원은...그 이름도

와인바의 사장이라는 타이틀도 모두 거짓이지만

아니 소녀 지우의 눈앞에 서 있는 실체 자체가 거짓이지만

 

그가 가진 진실은

괴물의 가치관은 아니다.

 

그의 심장은 인간의 그것처럼 고통스러워하고

그의 뇌도 인간의 사고를 하고 있으며

 

그가 괴물이라는 것 또한 진실이 아니다.

그는 괴물이지만 또한 괴물이 아니란 말이다.

 

인간은 인간이지만 괴물처럼 영악하고 교활하다.

인간다운 인간이 그리 많은 게 아니니까.

 

 

이렇듯 프리즈는 중첩되는 진실과 허위로 뺑뺑이를 돌고 있다.

 

인간의 심장이기에

350년을 살아야하는 고통에 얼어붙었고

 

그 얼음을 녹여줄 수 있는 건

사랑을 믿고 겹겹히 에워싸인 자기의 허위에 가득찬 얼음성을 녹일 수 있는

소녀의 천진한 진실이 아니었을까?

 

진실과 허위는 그렇게 끝과 끝이 맞닿아 있다는 걸

프리즈를 통해서 느끼게 된다.

 

또한 허위를 깨뜨릴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진실뿐이라는 것도...

 

프리즈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것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의 활용이었다

 

 

극 중에서 혈액은 실제론 마약거래처럼 이루어진다.

즉 혈액이 밀거래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간책은 바로 흡혈 여인 이화이다.

 

21세기의 뱀파이어는

마약 거래를 하듯 음성적으로 혈액을 조달하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이빨로 목을 물어뜯는 촌스런 짓은 안하는 것이다.

 

하지만, 거기엔 또다른 뱀파이어가 등장하는데,

그는 구시대적인 흡혈귀의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진화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소멸하지도 못한 채로

떠돌면서 말썽을 부린다.

 

사실, 이 시대에 들끓고 있는 뱀파이어들,

그들의 조직적인 혈액 밀거래를 만천하에 드러나게 하는 것도

바로 그 순진한 구시대적 뱀파이어였다.

 

하지만

그래서 그는 그 생활을 견딘다.

 

이화가 퇴폐적인 생활로 지겨움을 잊으려 하듯이,

 

그 촌시런 뱀파이어는

구시대적인 마인드를 벗어나지 못했기에

인간들 목을 물어뜯는 촌시런 짓을 하지만,

그러나 그렇게 순진하기에

그는 자신의 불행도 나름 이겨내는 것이다.

 

 

원래 인간들도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존재들은

그만큼의 몫으로 행복하잖은가~!!

 

 

이제 21세기의 뱀파이어들은 대낮에 거리를 활보하고

성당에 들어서는 걸로 모자라 파이프 오르간까지 연주할 수 있는 것이다.

마늘을 보면 발로 걷어찰지도 모른다.

십자가 따위는 물론 씨알도 안먹힌다.

 

 

뱀파이어는 그토록 진화했는데

우리 인간은 진보라는 이름으로 퇴보해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뱀파이어와  만날 수 있는 거리는 점점 좁혀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