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악마를 보았다 본문
이 영화를 보면서
얼마 전에 mbc에서 방영된
'혼' 이라는 드라마가 생각났다.
두 작품엔 공통점이 많다.
그 드라마에도
비슷한 싸이코패쓰가 등장하며,
웃으면서 사람 내지 여자들을 죽이는
인간들과,
그 인간들을 심판하기 위해
역시 살인자가 되어
나락으로 떨어지는 주인공도 그러하다.
예컨대
그 드라마의 주인공도 역시
자기가 포획한 악마들을
난도질해 죽이는 작업실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도 세상에선 지식인이고, 남부럽지 않은 시민이다.
악마를 보았다는
그 드라마를 좀 더 미세하게, 집중적으로,
한 부분에 현미경을 들이대서
최대한 잔인하고, 최대한 극악한 인간을 창조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심한 영화같다.
그리하여
장경철이란 인물을 탄생시키는데,
과연
이후에 어떤 감독이
장경철을 앞서는 인물을 만들어낼까?
마치
어때?
이 인물을 앞설만한 인물을 더 만들 수 있어?
내가 만든 이 악마가 최고지?
인정해!!
라고 강요하며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다.
김지운 감독의 영화는 우선 색채감과 미장센만은 내가 인정해준다.
음악에 대한 감각도 좋다.
달콤한 인생이라는, 멋진 영화 한편으로
내겐 이 시대에서 그래도
그다지 잘난 체 하지 않으면서
제법 괜찮은 영화를 만들어내는 감독으로
일단 리스트에 올렸으나,
놈놈놈이라는 국적불명의 개폼잡는 오락영화로
실망을 주더니,
이어서
악마를 보았다
라는 영화를 다시 찍었다길래,
게다가 이병헌과 최민식이라길래,
하긴
최민식...
요 부분에서 좀 찜찜했으나
하여튼 꽤 기대를 하고 있다가
오늘 드디어 시간 내서 보았다.
영화건 드라마건
난 어떤 작품을 보겠다고 마음 먹을 땐
일단 그 작품에 대해서 아무런 지식 없이 시작한다.
어떤 종류의 지식도 편견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이 내리는 밤길을 운전하는 차안으로 비춰지는 어둠 속으로
시작되는 영화의 도입부와,
그때 흐르는 음악으로
일단은
멋지군;;;
하고 감상을 시작했다.
보면서 생각했다.
요즘엔 왜 이리 여자를 난도질해서 죽이며 쾌감을 얻는 변태들을
대상으로 영화를 만드는 걸까?
기왕 잔인함의 끝을 보여주려면
상대를 굳이 힘없는 여자들을 성적인 도구, 이어서
소모적인 일회적 강간의 대상으로 삼은 후엔
난도질을 하면서 즐거워하는 대신,
같은 남자들로 하면 어떨까?
왜 굳이 여자들을 상대로 그런 영화를 자꾸 찍어대는데?
왜 여자들은 변태들 앞에서 하나씩 옷을 벗어야하고,
벌벌 떨면서 살려달라고 애걸해야하고,
그러나 그 애걸은 그들에게 더욱 더 만족감을 주며,
그 비겁한 애원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잔인하게 난도질당하는 걸로 보답받아야하는걸까?
차라리
애걸하지 말고
담담하게 죽어라~!!
아니 그런 여인상을 만들어봐라~!
욕나오는 감독들아~!!
라고 외치고 싶었다.
약자들을 더이상 만들지 마라.
약자들도 얼마든지 필요하면
잔인해질 수 있거든?
그러니까
애걸하면서 죽어가게 만들지 말고
그들도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어달란 말이다.
추격자까진 봐주었다.
그리고 추격자는, 악마를 보았다에 비하면
진솔한 영화이고, 적어도 강한 자의식을 가지고
잘난 체 하는 영화는 아니었다.
하긴 그래서 인정도 받은 거지만.
원래 진정성이란 누구에게나 통하는 법이다.
이후에
mbc의 싸이코패스를 다룬 드라마의 엽기 살인 장면을 보며
욕이 나왔다.
그런데,
오늘 악마를 보았다에선
그야말로 내가 악마가 되고 싶은 심정이다.
아마,
이건 영화의 완성도와 무관하게 이 영화를 보는 여자들이라면
보편적으로 느끼는 분노일 것이다.
자극적이다 못해 잔인의 끝이 어딘가를 시험해보고 싶은 듯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유행이라면,
대상도 그저 여자의 몸뚱이로 국한 시키지 말고
다른 걸 개발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여자로서 정말 역겨우니까.
그리고,
차라리
여자가 남자를 그렇게 강간한 후에
하나하나 난도질하는 영화를 만드는 것도 권하고 싶다.
그게 더 독창적이고 재미있지 않을까?
여자들을 성적인 대상으로 이리저리 카메라로 훑어준 다음에
변태들을 만족시켜주고,
이어서 난도질시키는 영화는
이제 질린단 말이다.
왜 여자는 그래야하는거지?
왜 변태들의 먹이감 정도 밖엔 안되는 거지?
차라리 복수를
이병헌이 아니라,
그 처제가 해주었다면 그래도 참겠다.
이병헌은 복수를 한답시고
멋을 부리다가
희생자만 잔뜩 늘인다.
살인한 넘이나,
그 놈에게 복수를 한답시고 나서는 넘이나
결국은 똑같이 악마라는 건
이미 앞서 말한
mbc의 드라마에서 써먹은 것이다.
복수의 끝은
보이지 않는 길처럼
가도가도 막다른 골목이 나오지 않는다.
휴게실도 없다.
물론,
우리도 영화를 보면서 그 우라쥘 변태 쉐이들을
죽여버리고 싶어한다.
그리고 우리의 그 바램을
대신해주는 이병헌을 어느 새 응원하고 있다.
아니
내가 이병헌이 되서
어떻게 하면 더 잔인하게 상대에게 복수할까를
연구하게 된다.
하지만 난 방법도 모르고, 그럴 용기도 없으니
누군가 대신 해주는 것에
몰두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난 점점 더 불쾌해지기 시작한다.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복수하겠다던
이병헌의 욕망은,
너무 많은 댓가를 치룬다.
두 택시 강도는 둘째치고,
그의 장인과 처제는 뭔 죄란 말인가?
그 약사는?
그 간호사는?
간호사는 안죽었다고?
우라쥘
죽는게 낫지
그 여잔 평생 그 기억을 안고 살아야한단 말이다.
그 고통은 어떻게 책임질건데?
비록
최민식을,
최민식 부모의 손으로 죽게 만들긴 했지만
최민식이 죽어서까지 고통스러워한들,
그게 위로가 될까..??
모르겠다.
나라면
복수를 한 통쾌감보단,
그로 인해 치룬 댓가가 훨씬 크다는 것에
돌아버리지 않을까 싶었다.
아닌게 아니라
죽어서도 고통받을 방법으로 복수를 하고,
그 현장음까지 들으며
걷는 이병헌역은
전혀 통쾌해보이지 않는다.
통쾌해보이긴 커녕
점점 더 나락으로 빠져드는 것 같다.
아예 몸부림치면서
엔딩크레딧이 올라간다.
나도 같이 몸부림친다.
내겐
최민식역이나, 이병헌이
별로 다를 바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복수극의 끝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그러나
이제 복수도 별 의미가 없는
피폐함을 드러낸다.
왜냐면,
상대는 복수를 해도 복수가 안되는 종족이기 때문이다.
죽어서도 고통받을 방법?
그래,
아들의 손으로,
부모 앞에서
목이 댕강 잘려나간 것이
그 인간에게 복수가 될까..??
그는 여전히 비웃고 있을 것이다.
왜냐면 그에겐
자식도 부모도 의미가 없으니까.
그렇다면
복수를 당한 건
최민식이 아니라,
그의 아들과 부모이다.
그런데
그의 아들과 부모가 뭔 죄람?
하긴,
그따위 인간을 세상에 내놓은 부모는
일말의 책임은 있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식의 목이 발치에 나뒹구는 꼬라지를
늙고 죄없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그리고
부모에게 버림받아 일찌기 정신 상태가 이상해서
싸이코패스의 싹이 보이는
그의 아들을 또다른 싸이코패스로 만들기에 충분한 짓을
복수자는 한 것이다.
한 마디로 기분 더러운 영화이다.
인간이 점점 피폐함의 끝을 시험해보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구나 싶은 영화이다.
달콤한 인생을 내가 좋아한 것은,
비록 그 영화도 피로 얼룩졌지만,
그러나
그 영화 밑바닥에 흐르는 건
뭔지 모를 따스함이었다.
그러나,
역시 내가 늘 생각한대로
이제 영화는 삶의 극단적인 면을
더더욱 클로즈업해서
우리에게 들이대며 가학적인 기쁨을 맛보는 것 같다.
일찌기 그런 이유로 영화가 싫어지긴 했으나
악마를 보았다
라는 영화는
나로 하여금 구토증을 일으킨다.
배우들의 명연기나
어떻든 몰두하게 만드는 힘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역겹다.
여자로서 역겹고,
인간으로서 역겨우며,
그런 영화를 만드는 감독의 마인드가 역겹다.
최민식은,
드 니로 같아진다고 일찌기 생각했었는데,
과연 그러하다.
연기 잘하는 거야 누가 모르나?
엽기적인 연기 잘하는 거
그러나 난 별로다.
엽기적인 연기만 골라하다보면
얼굴도 점점 엽기적으로 변하는데
그것도 드 니로와 비슷하다.
한 마디로 참 추하게 늙어간다.
같은 엽기적인 역을 해도
최민식이 하면 특히 더 기괴한 건
아마 그의 외모 때문일 것이다.
그의 외모는 변장과 연기외에
그 아래 보이는 실제의 얼굴에서 벌써
엽기적이다.
엽기적인 연기처럼 하기 쉬운 것도 없다고 난 생각하니까.
그래서
이 영화에선
그래도 이병헌에게 더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리고
비록 역겨운 영화에
역겨운 캐릭터들이 판치지만,
마지막에
비통한 눈물을 쏟는 걸로
이병헌역은 조금은 용서해주고 싶다.
하지만...
그 인간도 더는 생존할 수 없겠지.
실제로 저런 변태 싸이코패쓰들이
세상엔 널렸을 것이다.
그들은 패배자들이다.
하지만
한 가지 재능은 있으니
바로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 패배감이 빚어낸 잔인함과 무감각함,
그리고 그로 인해 맛보는 성취감으로
보상받으려는 기묘한 정신 세계이다
실제로
최민식역도 인생으로나 인간으로 최하이지만,
그래도
자기 세계에선 최강자가 아닌가~!
고통을 받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것,
그게 그에겐 얼마나 대단한 자부심이겠는가~!!
하지만,
그런 인간들을 양산해내는
이런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게
갑자기 토가 쏠린다.
그리고
그런 인간들을 카메라로 끌어당겨
세세히 보여주는
영화에도
토가 쏠린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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