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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최악의 해!

모놀로그 2010. 12. 10. 01:23

올해는 정말 이상하다.

 

되는 일이라곤 하나도 없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개쉐이들 때문에 한시도 편할 날이 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다 가버렸다.

 

 

여름엔,

늙은 개쉐이가 덜컥 병에 걸려, 입원을 하고

것도 모자라,

수술까지 하는 바람에,

 

울고불고하면서

그 뒷수발 들다가 한 여름 다 보낸

보람도 없이 허무하게 보내고 말더니,

 

겨울엔

어린 개쉐이 중성화 수술을 시켰다가 된통 당하고 있다.

 

사실,

테리를 굳이 중성화 수술 시킨 것도

따지고 보면

떠난 녀석 탓이다.

 

녀석은 이미

나이가 들어서 왔기에,

 

수술을 하기에도 늦어 있었지만

 

게다가 녀석은 내가 게이라고 놀렸듯

도무지가 여자한텐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수컷에게 관심이 많았던고로

 

우린 중성화 수술을 시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지만,

중성화 수술의 의미도 잘 몰랐다.

 

사실,

중성화 수술의 가장 큰 의미는

강아지들의 질병 예방이다.

 

떠난 녀석만 해도,

수술만 시켰다면

그렇게 허무하게 가진 않았을 것이다.

 

결국 녀석도 비뇨기과 계통의 질환이 신부전증으로 발전한 것이다.

 

녀석은 따지고보면

평생 병원만 다니다가 끝났는데,

이제와 생각하니 것도 중성화 수술을 안해줘서가 아닌가 싶다.

 

교배를 시키지 않으면

사람도 그렇지만

짐승들도 건강에 무척 해롭다한다.

 

잔병 치레가 끊이지 않았던 녀석에게 혼나서

우린 아직 어린 테리는 일찌감치 수술을 시키자고 결심했던 것이다.

 

어릴 때 하는 수술이고

간단한 수술이니 별일도 없을거고,

나이 들어가면서 건강에 이상이 올 확률도 낮다.

그런데

 

도무지가 이 유별난 개쉐이가

하필 알레르기 체질이라는 것이다.

 

처음 우리 집에 올 때도

피부가 엉망이었다.

 

예민한 피부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다보니

피부 여기저기가 탈이 나 있었다.

 

그걸 겨우겨우 치료하고,

약용 샴푸로 목욕을 시켜

말끔하게 해놓긴 했으나,

 

평소 우스운 일도 많았다.

 

가족들끼리 모여서 술이라도 한 잔 할라치면

녀석이 재채기를 해댄다.

 

엄마가 손톱을 아세톤으로 지우면

곁에 있다가 재채기를 하며 도망친다.

 

알콜 계통의 알레르기가 특히 심해서

하다못해 주사를 맞아도

재채기를 해댄다.

 

 

간단한 수술이라 별로 신경 안썼는데,

예민한 피부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후유증들이

마구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우선 이놈이

도무지가 가려운 걸 참지 못한다.

하긴, 나도 알레르기 체질이라

아주 사소한 걸로도 가려움증이 생기곤 하기에

테리를 이해한다.

 

그리고 가려운 게 얼마나 괴로운가도....

 

 

테리가 수술 부위를 핥게 될 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심했다.

 

그래서

거기에 대일밴드를 붙이는 우를 범한 것이다.

 

ㅠㅠ

 

대일 밴드를 붙이자,

자연 알레르기 체질인 태리의 피부는

손상되고 심한 가려움증이 유발된 모양이다.

게다가 대일밴드를 붙인 자리가 부풀어 올랐다.

 

게다가

넥칼라까지 두르니

 

녀석은 극도로 스트레스 받아

상태가 악화되고 말았다.

 

난 녀석을 너무나 잘 알기에

넥칼라로 목을 조인 녀석을 차마 볼 수가 없어서

풀러버렸다.

 

그리고

내내 안고 다녔다.

 

내가 안은 채로 밥을 먹고 잠을 자는 한이 있어도

날카로운 플라스틱 넥칼라로

테리의 목을 조일 순 없었다.

마치 내 목을 조이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녀석을 두터운 천으로 싸서 돌돌 말아

안고 다니니,

마치 강보에 싸인 아기처럼

보인다.

 

테리는 이상하게

난리를 피우다가도

그렇게 강보에 싸기만하면

안정감을 느끼는 듯

잠잠해지고 잠이 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내

돌돌 말아서 안고 다니며

내 일을 보았을 정도이다.

 

잠이 든 녀석의 상처를 들여다보니,

수술 부위 주변이 벌겋게 부풀어올라 있었다.

 

난 그게 대일밴드로 인한 부작용인지도 몰랐다.

 

그래서

다시 붙여준건데,

 

그게 화근이었다.

 

녀석은 거의 광란 상태에 빠졌고,

그래서 떼어주려 했지만

여린 테리의 살에

찰싹 달라붙은 대일밴드는 도저히 뗄 수가 없었고,

 

테리도 밴드를 떼려하면

거의 발광을 하는게 아닌가~!

 

엄마와 둘이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의사에게 수없이 전화를 해대며

 

어찌할 바를 몰라

전전긍긍하다보니

 

올해는 대체

왜 개쉐이들마다 수술을 하게 되고,

우린 그 뒷수발을 하느라 개고생을 하고 있나 싶다.

 

중성화 수술만 해도 남들은 수월하게 하더만,

이넘은 왜 하필 알레르기 체질이란 말인가~!

 

대일밴드를 붙여서 수술부위를 핥지 못하게 하는 건

누구나 하는 일이라던데,

 

그리고

웬만하면

그냥 떼어내도 된다던데

 

왜 테리는 펄펄 뛰고 비명을 지르며

손도 못대게 하고

그래서 점점 더 밴드는 피부에 달라붙고,

 

점점 더 벌겋게 부어오르고

 

그래서

나와 엄마는 점점 더 전전긍긍

진땀을 흘리고..

 

결국

별별 짓 다한 끝에

밴드를 떼어내긴 했지만,

 

떼어낸 자리에 피가 맺혀 있다.

 

내 살이 아프다.

 

흑흑

 

개쉐이들이

올해 왜 날 이렇게 아프게 하고

힘들게 한단 말인가~!

 

정말 싫다.

 

빨리

올해가 가버렸으면 좋겠다.

 

 

우리 생애 최고의 해라는

영화가 있다던데,

 

나에겐

 

내 생애 최악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정말 지워버리고 싶은 한 해였다.

 

며칠 안남았다.

 

빨리 가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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