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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영의 눈빛과 그의 죽음

모놀로그 2010. 11. 5. 20:25

 

뒷북의 여왕인 나는

사실

그가 은퇴한 후에야

천녀유혼을 다시 보게 되었고,

그래서

내가 그에게 홀라당 빠진 후엔

그를 볼 수가 없었다.

 

그가 한참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건

알고 있었다.

 

얼핏 그가 출연한 광고를

티비에서 보기도 했다.

 

그가 한국에서 공연을 가진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건

이미 오래 전에 끝나버린 일이었던 거시다

ㅠㅠ

 

뒤늦게 발동이 걸린 나로선

참으로 아쉬웠다.

 

난 그가 은퇴한다는 기사가

신문을 온통 도배한 것도

당시에 봤다.

 

물론

은퇴를 하거나 말거나였지만..

 

이후

뒤늦게 불이 붙은 나는

이른바 유명한 레슬리의 마지막 콘서트를

비디오 테잎으로 빌려다보았다.

 

그리고

 

그 공연을 보고나서야

난 비로소

장국영의 팬이 되었다.

 

그 테잎을 제대로 보기 위해,

말하자면

그건 라이브 공연이었기에

일반 비됴로는

그 느낌을 살릴 수가 없었던고로

일부러 당시엔 희귀하고 디지게 비쌌던

6헤드짜리

하이파이 스테레오가 되는

티비와 비됴를

다시 구입하기까지 했으니..헉

 

 

아무튼

그 공연을 보면서

난 그야말로 그를 다시 보았다.

 

물론

거의 한 달 가까이 했다는 그 공연에서

 

마지막엔

반드시

그의 최고 히트곡인

 

..

제목은 기억 안나는 어떤 노래를 부르며

우는데,

 

사실

인간이 어떻게

같은 시각에 매일같이 운단 말인가~!

 

그때도 일말의 의구심은 있었지만

어떻든

설정이던 뭐던

 

한달 가까운 기간동안

매일 같이

수만명이 채운 공연장에서

두어 시간 동안 그가 보여주는

 

공연을 혼자 이끌어가는

그 에너지와 능력엔

찬탄을 금치 못했다.

 

과연 그게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인가?

 

홍콩 배우들은 대개가

가수를 겸한다.

 

아니 가수 출신들이

배우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

 

혹은 배우가 가수도 겸엽한다.

 

아마 주윤발과 양조위을 빼곤

대다수가 그럴 것이다.

 

이후로

유명해진 차세대 주자들은 대부분이 그러했다.

 

하지만 당시엔

장국영이 유일한 존재였다.

 

공연 문화가 발달한 홍콩은

유명 가수들이 주로

라이브 공연을 하는데,

것도 하루를 하거나

방송국에서 하며

립싱크를 하는 게 아니라

 

한달이고 두달이고

매일밤,

 

그렇게 라이브를 하며

혼자서

말하자면

게스트 없이

그 공연을 연출하는 것이다.

 

레슬리의 공연은

그 외에도

다른 것도 봤지만

 

아무튼

 

대단해~!!!

 

였다

 

그가 노래를 기막히게 잘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매혹적인 음색과,

귀엽고 섹시한 춤솜씨를 가졌고,

 

거기에

귀엽게 생기기까지 했으니

 

금상첨화이다.

 

그리고

노래에 관해선

 

유덕화니 뭐시기니에 비하면

비교가 안될 정도로

그는 프로이다.

 

배우로서가 오히려 아마추어랄 정도로

그의 가수로서의 능력은 프로인 것이다.

 

그가 은퇴해버린 이후,

난  사라진 그의 흔적을 찾아

홍콩만 빼고 다 서성였는데,

 

 

당시 우리나라엔
장국영 팬클럽이 있다는 걸 알아냈다.

 

 


물론
그것은 정식 팬클럽이라기보단
장국영의 광팬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팬클럽이었지만,

그 팬클럽 회장에게 연락하여
친구로 만들어버렸다.

이후로 우린 굉장히 친한 사이가 되어
난 많은 특혜(?)를 입을 수가 있었는데,
좀처럼 구하기 힘든
그의 많은 공연 비디오 테이프 같은 것을
그 친구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난 가수 장국영의 고별콘서트를 보면서

감탄은 했지만 한편으론
어렴풋이

'장국영은 어쩐지 호머일 것 같아...'
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이상한 일이다.

그건 그냥 그를 바라보면서
그라는 남자가
굉장한 나르시즘에 빠져 있으며,
그런 남자는 여자에겐 쉽사리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것과,
그가 호머들이 좋아할만한
자그마하고 이쁘장한 남자라는 것 등등의 이유로
순간적으로 머리를 스쳐간 생각이다.

물론
난 그 생각을 곧 잊어버렸다.

그런데

난 어느날 갑자기~

그를 볼 수가 있었다.

 

그가 갑자기 콤백홈을 함과 동시에

내한을 한다는 것이 아닌가~!!

 

헉..

 


장국영의 경우엔
내동생도 같이 좋아했기에,
우린
공항으로 달려가서
장국영을 보았던 것이다.

오래 전 일이지만
공항(그때만해도 김포공항이었다)의 입국문을 통해
나오던 장국영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는 나오기가 무섭게
그를 기다리던 많은 팬과
기자들에게 에워싸여버렸다.

그러나
운이 좋았던가,
내 동생이
장국영이 신라호텔로 간다는 정보를 들었다는 것이다.

우린 재빨리 신라호텔로 자리를 옮겼다.ㅋㅋ
지금 생각하니
참 재밌는 추억이다.

난 그날
장국영을 싫증날 정도로 보았다.

그 팬클럽 회장 친구에게 연락해서
그 친구가 달려온 덕분에
우린
그의 기자회견장에까지 들어갈 수가 있었고,

난 몇 시간에 걸친 기자회견에서
내가 그토록 좋아했던 그의 목소리를 실컷 들을 수가 있었다,

그는 은퇴한 이후 캐나다에 거주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그래서인가
영어를 매우 유창하게 구사하고 있었다.

그 전에도 한국에 올 때마다 인터뷰를 햇지만
그때보다
훨씬 더 영어에 능숙해졌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런데
장국영을 그렇게 원없이 본 결과
난 장국영에게 흥미를 잃게 되었다.

그 이유는...
그를 실컷 보았기 때문이 아니다.

어느 순간 본 그의 눈빛 때문이다.

기자회견 전에 있었던 일이다.
장국영은 객실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왔는데,
정말 기막힌 우연에 의해서
나 또한  바로 그때 엘리베이터 앞에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난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그를 볼 수가 있었다.

그때 난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는데,
내 성격상 그때도
아무리 좋아하는 배우라도 그가 내 눈앞에 있다해서
펄쩍펄쩍 뛰거나
긴강하거나 뭐 그러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굉장히 냉정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난 그의 눈을 보았던 것이다.
아주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엘리베이터 문은 곧바로 닫혔으니까.

그 전까지 그는 계속 취재진과 함께였으며,
그래서 으례적인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는데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순간,
갑자기
표정이 달라졌다.

물론
난 그런 것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취재진과 있을 때와
혼자 있을 때의 모습이 아무리 배우라 한들,
아니 배우이기에 더더욱
같을 순 없다는 걸
그때도 이해했으니까.

그런데
그의 눈빛을 봤을 때
난 무척 놀랐다.

그건 그야말로 텅빈,
너무나 공허하고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고
거의 황폐하기까지 한,
그래서 무섭기까지한 눈빛이었던 것이다.
난 어렴풋이
장국영이 혹시 마약까지 하나 생각했을 정도니까.

난 그때 그 순간의 그의 눈빛과
그것을 보면서 놀랐던 내 마음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눈빛이 그에 대한 사랑을 지워버린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저 난 그 눈빛이 싫었다.

물론 그 즉시 일어난 반응은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생생한 그 눈빛이 그에 대한 호감을
점점 죽여간 것이다.

그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에
난 그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고층 빌딩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난 단 한순간도
그가 자살했다는 걸 믿지 않았다.

왜냐면 그래도 한때 팬이었기에
난 그에 대해선 남보단 좀 지식이 있었고,
또 지식이 없다해도
그라는 사람을 조금만 관찰해도
그의 지독할 정도의 나르시즘을 알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자살하고 싶어서
그걸 실행에 옮긴다면

굳이 만인 앞에
자신의 주검을 드러내어
처절하게 망가질 것이 뻔한
모습을 보여줄 리가 없다.
(고층빌딩에서 뛰어내리면 모습이 망가질 건 뻔하지 않은가~!
그런데 실제론 그렇게 망가지지 않았다니 더더욱
믿을 수 없다)

자살하고 싶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뭣때문에
굳이 그렇게 대중 앞에 널브러지는 방법을 택하겠는가~!!

그 이후로
그의 죽음에 대한 여러가지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난 물론 그에 대한 사랑이 식은 후라,
놀라긴 했지만, 솔직히
큰 관심은 없었다.(그래..난 그토록 비정한 인간이다..ㅠㅠ)


얼마 전엔가,
그의 죽음 이면에
홍콩 마피아가 개입되었다는 소식을 어렴풋이 들은 것 같기도 하다.

이유가 뭐든,
난 결코
그가 자살했다고 생각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자살이건 아니건

그는 떠나버렸다.

 

그것도 오래 전에..

 

그리고

그가 콤백한 후

찍었던 패왕별희를 끝으로

그의 영화는 더이상 보지 않았고,

그의 음악도 더이상 듣지 않았다.

 

그리고

그에 대해선 흥미를 잃었다.

 

가끔 그가 내한할 때마다

보여지는 모습에서

난 세월을 보았다.

 

그는 나이들어가고 있었다.

 

미남이 늙으면 더 서글픈 법이다.

 

그는 젊음을 잃어가고 있었고,

나이가 들어가는 건

그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그는 동안이었고,

그래서

초라하게 늙은 것이다.

 

나이 들어도 멋진 배우들이 있다.

 

주로 외국 배우들이 그러하다.

아니 그들은 젊을 때보다

훨씬 멋지다.

 

대표적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숀 코네리, 그리고

알 파치노나 해리슨 포드 정도가 되겠다.

 

하지만

동양권 배우들은 그게 참 힘들다.

특히 레슬리처럼 동안이고 자그만 남자는 그렇다.

 

그는 아마

자기가 늙어간다는 걸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만큼 그는

자신의 미모에 스스로 빠져 있었으니까.

 

그리고

난 천녀유혼을 다시 보며

갑자기

젊음이 주는

그 화사함을 본다.

 

이제

오랜 시간이 흘러

더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버린

레슬리..

 

그가 자랑스런 젊음을 과시하는 듯한 느낌을

천녀유혼을 보며 느낀다.

 

젊음이란 좋은 것이여...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