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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녀유혼-남은 이야기(3)

모놀로그 2010. 11. 5. 18:51

 

 

 

 

 

 

 

 

 

 

 

 

'邪는 正을 이기지 못한다'

 

극 중에서

'연포두'역의 우마가 한 말이다.

 

예전에 본 천녀유혼과

이번에 본 것은

번역이 아주 다르다.

 

그래서

전에 있던 대사가 없어지거나

 

전엔 말이 안된다고 여겼던 대사가

이번엔 이해가 가거나

 

저런 멋진 대사도

재등장한다.

 

저 대사는

전엔 없었던 것이다.

 

그 외에도

재밌는 대사가 많이 새로이 등장해서

즐거웠다.

 

아마..

 

예전보단

번역가들이 더 많아지고,

그만큼 수준도 높아진거겠지.

 

내가 본 건 광동어판임에도

대사 번역이

상당히 수준높다.

 

어떻든..

 

악은 선을 이기지 못한다.

 

사도는 정도를 이기지 못한다..

 

저 말이

가슴이 꽉 와서 박혔다.

 

정보단

사가 판치는 세상..

 

이건

아마 지금이 아닌

 

몇 천년 전에도 그랬을 것이다.

 

젊은이들은

몇 천년 전에도 버릇이 없었고,

몇 천년 전에도 늘 말세라고

부르짖었듯이..

 

하지만

그땐 말세가 아니었고

지금은 실은 말세에 가깝다.

 

ㅋㅋ

 

하지만

모르지.

 

앞으로 몇 천년 후에

여전히 말세라고 할지도..

 

하긴

지구가 정말 그때까지 버텨준다면 말이지만.

 

인간들은 진짜 대단해서

어떻게든

지구를 버티게 하려고

별별 짓 다할 것이고,

 

그래서

몇 천년은 몰라도

몇 백년은 연명할지도..

 

하지만

마지막 순간이 되면,

 

역시

누군가는

몰래 숨겨둔

비장의 우주선을 타고

뽕~~하고

 

지구를 탈출해서

은하계를 떠돌며

그 안에서

최첨단 문화 생활을 즐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늘 말세라고 하면서도

지금까지

지구가 버텨온 건

 

 

정말

사도를 정도가 이겨왔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정도가 사도를 이겨줄까..

 

저 대사를 들었을 때

난 감동을 먹기도 했지만,,

 

동시에

자신도 없었다.

 

사도가 정도를 이기는 날이 올 것만 같아서..

그리고

그때가 정말 말세일 것 같아서

 

아니

더 무서운 건

그럼에도

말세가 아닐까봐..

 

 

 

 

 

 

 

 

 

 

천녀유혼이

아름다운 음악과,

특별한 영상미로 가득찼다면

 

이번엔 그 안에서 영화에 일조하는

배우들, 혹은 캐릭터들을 보자.

 

서극은

왕조현이라는 여배우를

참 특별하게 이용하고 있다.

 

잘 보면

그녀의 동작은

거의 춤을 추는 듯하다.

 

하다못해 귀신 엄마인지 아빠인지에게

회초리로 맞을 때도

 

춤을 추는 것 같은

동작으로,

혹은

리본 체조를 하는 것 같은 동작으로

고통스러워한다.

 

 

 

 

 

 

 

 

 

나무를 탈 때도,

 

남자를 꼬실 때도

 

슬퍼할 때도

그녀는 거의 춤을 추는 듯한

동작을 일관한다.

 

 

 

 

 

나도 실은 이번에 보면서

알았다.

 

전엔

왜 저러는데?

 

이러면서 아무 생각 없이 봤지만

이번엔

그 특이한 동작들이

심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게 치밀하게 계산된

감독의 연출이라는 것도

느껴졌다.

 

그녀는 가야금 줄을 이을 때조차

발레하는 동작을 쓰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동작들은

그녀에게 독특한 향취를 부여한다.

즉,

 

영화가 주는 독특하고 신비하고 서늘한 느낌 속에

바로 그녀가 있고,

 

영화가 한편의

뮤직비디오인만큼

 

그녀의 동작은

그 뮤직에 걸맞는

춤 동작이어야하는 것이다.

 

그것은 꼭

그녀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어서

 

하다못해

귀신들이나,

 

연포두까지

 

아니

등장인물들 대다수가

비슷하게

절도 있는

춤동작을 연상시키는 연기를 한다.

 

그러나,

 

그 영화에서 유일하게 자유로운 인간이 있으니

바로 영채신, 즉

장국영이다.

 

 

 

 

 

 

 

 

 

그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그 영화가 만든 틀에서 벗어나 있다.

그는 매우 현실적인 인간이며,

땅에, 그리고 상식에 충실한 인간이다.

동시에

그는 그 영화에서 말하는

 


正의 상징이다.

 

그가

귀신조차 감동시킨 이유가

바로

그는 '正'이기 때문이고,

그래서

그는 그 영화에서 가장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움직이는 편안함을 허락받는다.

 

하지만.

 

한편으로

가장 비현실적인 존재가

다름아닌

장국영의 영채신이 아닌가 싶다.

 

왜냐면

정도란 건

실은

누군가가 행하기 정말 힘든 거니까.

 

 

천녀유혼 자체가

사도 속의 영화이다.

 

주요 무대는

귀신들

것도 귀신 대빵에게

힘없이 학대받는 불쌍한 귀신들의 세계이다.

 

귀신 세계에조차

권력이 존재하며,

그들은 영혼들의 약점을 잡아

그들이 영면을 취하거나. 환생할 수 있는 길을 막고 있다.

 

그들에게 앵벌이를 시켜서

자신들의 배를 채우고

욕망을 채운다.

 

세상이 싫어서

인간이 싫어서

그 요사스런 세계 속으로 들어온

우마는

 

우습게도 그 요괴들과 적당히 타협하면서

떄론 다투기도 하면서

그러나

인간보단 차라리 귀신들이 훨씬 낫다며

그 안에 안주하려한다.

 

하지만

그가 떠나온 강호라는 세계의 권력 암투와

 

귀신 세계의 권력 행패가

뭐가 다른건지?

 

그걸 일깨워주는 건

바로 영채신이고

결국 그를 인간으로 돌려보내지만,

 

그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인간이 뭐가 좋다고 환생하려는건지

끝내 갸우뚱하며

소천의 유골을 거두어주기까지 한다.

 

그렇다.

 

정도는 사도를 이기긴 한다.

그래서

어떻든

죽네 사네

말세네 아니네 하면서도

지금까지 세상은 그럭저럭 굴러왔다.

 

그러나,

 

사도가 판을 치기 때문에

굴러온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떨칠 수가 없다.

 

영채신처럼 맑고 순수한 영혼,

그래서

귀신들도 어쩌지 못하는

그의 해맑음..

 

그건 이 세상의 구원이다.

 

그는 사랑에 가득차 있고,

순수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본다.

 

고생이나 고통도

그는 무심하게 감수하고

 

그 안에서 웃음을 잃지 않고

사람들은 믿으며

의심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그 사악한 세계에서도

다치지 않는다.

 

그는 빛이다.

 

그런 그가 실은 가장 비현실적인 존재여야 함에도

 

영화에선

오히려 가장 굴레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존재로 그려진다.

 

 

 

 

아름다운 여자가

 

날 좀 어떻게 해주셈~

하며

 

벌거벗다시피하고

남자들을 유혹하는데

 

그것에 넘어가지 않을 남자가 과연 세상에 존재할까?

 

예수님이나 부처님 아닌 담에야

열명이면 열명이

이게 웬 떡이냐

이러면서 달려들 것이다.

 

그런데

그런 남자들에게 주어진 건

죽음이다.

 

요괴가 노린 건

바로 그러한

인간들의

지극히 당연한 욕망이다.

 

그리고

유일하게

그런 욕망을 지니지 않은

영채신은 살아남는다.

 

그는

여자가 날 좀 어떻게 해주셈

하며 달려들어도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순진한건지

둔한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그걸 어떻든 순수한 영혼으로 보고

영화에선 살려주고,

귀신들도

굴복하며,

 

더 나아가 연애까지 한다.

 

물론

우마까지 감동시켜

세상으로 내보낸다.

 

그래..

 

뭐가 어떻게되든

그걸 믿어야겠지.

 

그걸 놓는 순간

정말 말세가 올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