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요크셔테리어를 내놓습니다 본문
테리가 우리 가족이 된 지
어연 3개월째로 접어든다.
정확히는
이제 2달이 조금 넘었다.
그런데
어느 새
이 녀석은 우리 엄마를 홀랑 넘어가게 만들었다.
처음 엄마는 경황이 없어서인가
녀석에게 별로 눈길을 주지 않았다.
천성적으로 동정심 많고, 정도 많고
강아지를 좋아하시는지라
이뻐하긴 했지만,
그러나
미친듯이 사랑하던 강아지를 보낸 직후라
기쁨조로 데러온
낯선 요키에겐 마음을 줄 여력이 없었으리라.
그러자
녀석도 눈치 빠르게
엄마에겐 잘 가지 않았다.
엄마가 그러니
자연 테리는 내 차지,
맘에 있건 없건,
난 녀석을 돌봐야했다.
먹이를 주고,
씻겨주고
안아주고
대략 내가 녀석을 관리하다보니
녀석은
낯선 집에 와서
자기를 돌봐주는 내게
매달렸다.
그러던 녀석이 드디어 엄마를 함락시켰으니
그 방법은
엄마가 걸어다니면
옷자락을 물고 질질 끌려다니는 것이었다.
나풀거리는 바짓자락이
아마도 눈에 거슬렸던 것일까?
녀석은
아직은 뭐든 닥치는대로 깨물고 싶어하는
유아견,
아직 이를 다 갈지 않아서 그런가
그저 물어뜯기만 한다.
그런 녀석에겐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바짓자락이
물어뜯고 싶은 욕망을 자극한 듯
엄마의 바지를 물고
하루 종일 으르렁거리며
끌려다니는 것이었다.
하긴
엄마의 말에 의하면
당신이 끌려다닌다고 했지만..ㅋㅋ
그 광경은 정말 웃지 않고는 못배긴다.
그러다보니
점점 엄마는 테리에게 눈길을 주기 시작했고,
이어서
갖가지 교태와 애교와 재롱으로
드디어 엄마를 함락시킨 것이다.
오늘
녀석을 보니
그새 많이 컸다.
전엔
뽀뽀를 하거나
마구 얼굴을 핥으면
아직은
보드랍고 얇고 야들야들한 혀가
그렇게 피부에 닿는 것이
기분이 나쁘진 않았는데,
참고로 난 강아지가 얼굴이나 손을 핥는 것은 질색~!!
테리는 애기라서
그런대로 귀여웠다.
그런데
이놈이 하루 사이에
혀가 조금 두께가 생기고
게다가 강아지 특유의 끈적거리는
뭔가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고추도 점점 커지고,
제일 웃기는 게
처음 왔을 땐
두개의 방울이 없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길래
의사에게 물어보니
한다는 소리가
저 아래 있어요
그래서
'저 아래'를 뒤져보니
뭔가 희미한 것이
만져지긴 했다.
그때 어찌나 웃었던지..
그러던 녀석이
이젠 제법 방울도 커졌다.
우쒸~!!
유아견을 처음 키워보는지라
나름
애기를 키우는 재미에 젖어 있었는데,
이젠 제법 유아견을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한다.
하긴
조금 있으면
벌서 8개월이니까.
그래서
오늘 말했다.
'테리야, 난 애기가 좋아. 넌 이제 다 컸어. 너 팔아버린다~!!'
그렇게 협박하자
녀석은 벌써 알아들은 듯
뽀뽀를 하자고 하자
냉큼 입술을 물어뜯으려한다.
테리는
어느모로 보나
사냥개의 피가 아주 강한,
전형적인
오리지날 테리어이다.
왜냐면
지금 널리 분포된
장식적인 인형같은 테리어가 아닌
작고 민첩한 사냥개가
실은 오리지날 테리어인 것이다.
녀석은
작은 망아지같다.
달리는 모습이나,
평소 하는 모습,
쭉 벋은 긴 다리,
등등이
영락없는 사냥개이다.
생긴 건
처음 데려왔을 땐
지지리 못나서
뭐 이렇게 못생긴 테리어가 다 있나 싶었는데
이제
털이 자라면서
완전히 테리어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점점 성견이 되어가니
웬지 서운하다.
애기 특유의 사랑스러움이
너무 이뻤던 탓일까...
팔아먹겠다고 협박하며
팻말을 달고
거리에 내놓겠다고 농담을 했다.
그 팻말엔 이렇게 쓰겠다고 했다.
-테리어를 팝니다.
나이 '7개월
이름 '테리우스'
애칭 '테리'
특기 '공중에서 두바퀴돌아 착지하기'
취미 '여자들 귓불이나 가슴팍에 들어가서 마구 핥아대기
전생 ' 카사노바 빰치는 선수 출신 남자'
기타 사항 '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각종 개그쇼를 밤마다 무대만 만들어주면 보여줌'
'개콘이나 웃찾사보다 테리를 보는 게 훨씬 더 웃김'
녀석을 목욕시키는 날이다.
아우~!!
사진은 일개월 전..
아직 털이 자라기 전의
애기 모습
지금은 털복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