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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청천 2008년 버전의 총평

모놀로그 2010. 9. 27. 01:48

추석 연휴와, 주말을 이용해서

타룡포와 찰미안을 제외한 2008년 포청천 시리즈를 모조리 봐 치웠다.(?)

 

타룡포와 찰미안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기에 패쓰한 것이다.

특히 찰미안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편이기도 하다.

 

모조리 감상한 결과,

 

내가 느낀 점을 종합하면,

 

첫째,

 

2008 버전의 포증은,

마치 이에야스같은 느낌을 준다.

 

원판에선 주로 개봉부에 앉아서 누군가의 제보로

사건을 맡고,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는 상태에서,

범인에게 질질 끌려다니다가

결국은 사건을 해결하고

작두가 등장하며,

내리치는 걸로 끝난다.

 

그러나

2008 버전에의 포증은,

주로 원정 경기를 한다.

 

개봉부에 앉아서 북소리를 듣고

사건을 맡는 법이 없다.

 

그는

원정 경기에 임하여

홈그라운드의 잇점을 지고 있는

범인들,

그가 시찰나간 그 지방의 지도자급들을

느긋하게 조여나가는 수법을 쓴다.

 

짜증나고, 감질날 정도로

여유있게 하나씩 증거를 모으며

사냥감을 차츰차츰 조여간다.

그래서 스스로 그물망 속으로 뛰어들 때까지

마치 즐기기라도 하듯 기다리는 것이다.

 

 

'앵무새가 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린다'라는

이에야스의 신조가 떠오른다.

 

 

그래서

원판에 비해서

원숙하고, 능글맞으며 덜 엄격하고, 덜 긴박하다.

 

포증이라는 인물의 독특한 개성과 매력도 덜하다.

 

둘째로,

 

공손 선생의 역할이 굉장히 커졌다.

 

클로즈업도 아주 많아졌다.

십년 전의 공손책과 전혀 다르지 않아 날 놀래킨 유일한 인물인 그는

전혀 변하지 않은 얼굴을 자랑이라도 하듯

수시로 클로즈업으로 과시하며,

게다가 비중도 커졌는데,

무엇보다

특이한 건

박학다식하고 재주도 다양하던 그가

연애학 박사까지 되었다는 점이다.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연애 심리를

제일 먼저 감지하고,

상담사 내지 조언자, 혹은 중매자 역까지 자청한다.

 

세째,

 

상대적으로 전조의 활약은 미미하다.

그의 액션씬도 많이 줄었다.

대신 한 두번의 액션씬이 훨씬 다이나믹하고 세련되었다.

 

하지만,

이전의 날렵하고 온갖 일에 다 끼어들고,

난데없이 어디선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던

멋진 전조는 찾아볼 수 없어

섭섭하다.

 

세월이 흘렀음을 제일 많이 느끼게 해주는

전조의 모습은 어쩐지 서글프지만,

역시 전조는 하가경이 맡는 게 가장 어울린다.

 

네째,

 

세 편 모두

쓰잘데기 없이 길다.

 

그게 2008 버전 포청천의 가장 큰 단점이다.

스케일이 커지고,

범죄도 옹색하지 않으며

서민들의 애환보단

지도자 계급의 비리를 파헤치는 스토리가 대부부인데,

 

너무 느리게 전개되고,

포증은 느긋하게 앉아서 회심의 미소만 지으며

때를 기다리고,

전조의 활동은 줄고,

공선생의 활약이 두드러지며

게다가 쌍팔년식의 연애 사건이 꼭 끼어들다보니

느슨하고 긴박함이 없어져서

 

약간은 조잡한 느낌도 있었던

원판보다

스케일이나 모든 면에서 월등함에도

잔재미가 덜하고

짜증스럽다.

 

다섯째,

 

이건 나에겐 가장 중요한 점인데,

 

세트나, 의상들이 화려해지고

따라서 그런 쪽으로는 완성도가 높아진 대신에,

 

황실은 상대적으로 빈약해졌다.

 

예켠대,

 

원판의 복식이

훨씬 더 송나라스럽다.

 

특히 황제나, 태후, 후궁들의 복식이

훨씬 더 황족스럽다.

 

새로운 포청천에선

대전은 훨씬 호화로운데

옷은 왜 그리 옹색하며

싼티나고,

 

황제는 또 왜 그렇게

전혀 황제스럽지 못하게 생겼으며,

 

게다가

방비는??

 

그게 후궁인가?

누나나 엄마보다 더 나이들어 보인다.

게다가

옷차림이 그게 뭔가~!!

 

원판의 황제가 입었던 멋진 곤룡포나,

방비나 태후, 혹은 팔왕야나 방태사의 옷차림들

정말 황족스럽지 않던가~!

 

방비가

황족이라기보단,

기생 같은 머리 모양에,

옷차림을 하고 있는 걸 보고

쓰러질 뻔 했다.

 

 

마지막으로,

맛깔나던 주변인물들인데,

 

밀쌉스럽지만 그래도 태사스럽던

방태사는 왜 그리 찌질한 늙은이로 나오며,

옷차림도 원판보다 훨씬 퀄리티가 떨어지고,

 

게다가

악하거나 얄밉다는 느낌도 없다.

 

포증과 태사의 신경전,

태사의 얄미움이 없어 서운하다.

 

왕승상은,

원판에선 사람은 좋은데 우유부단하고, 마음 약해서

사람 열받게 하더니

 

새로운 버전에선

아주 달라져서

갑자기 똑똑해지고 결단력 있어졌다.

 

좀 멍청하게 생기긴 했지만

사람좋던 팔왕야는

내가 본 세 편에선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신 버전의 포청천은

스토리가 대개 비슷하고,

구성도 한결같으며

너무 느슨한 전개로

긴박함이 없어지고

 

대신 스케일은 커졌다.

 

등장인물들의 매력도가 확 감소했고,

황실 인물들의 매력도 감소가

제일 치명적이다.

 

대신에

눈을 즐겁게 하는

장면들도 꽤 많고,

 

장면 장면의 완성도는 높은 편이다.

 

하지만,

 

포청천의 매력은,

 

장면의 완성도보단,

 

사건의 스피디함과,

등장인물의 매력도가 가장 큰 장점이었던만큼

 

그런 점에서 아쉽다.

 

연휴를 맞아

시간죽이기로

 

섭렵한 새로운 버전의 포청천은

아마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을 것 같다.

 

만일

조금만 긴박한 구성으로 밀어부쳤다면,

세 작품 모두

그런대로 매력적일 수도 있었겠다.

 

2008 포청천이여 안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