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밤길 본문
오랜만에 밤 산책을 했다.
몇달 만인가?
언젠가부터
난 더이상 밖에 나가지 않았다.
꼭 필요한 일 외엔 외출을 안한 것이다.
산책을 하거나,
공연히 돌아다니거나,
그런 한가롭고 다정한 시간이 내 생활에서 사라져버렸다.
그 이후로
난 극도로 피폐해졌다.
의도적으로 난
모든 인간과의 관계를 거부했고,
그 누구와의 소통도 거부했다.
그러면서
건강은 점점 더 나빠졌고,
그럼에도
더이상 내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오늘..
멸 달만에 처음으로 산책을 나갔다.
8월 말이다.
그런데
여전히 덥다.
우라쥘~!
다행히 비는 그쳤다.
혹시 몰라서 들고나간 우산이 거추장스러워서
질질 끌고 다녔다.
음악을 들으며
멍하니
밤길을 걷는 것을
난 얼마나 좋아했던가.
그런 사소한 행복을
내 스스로 저버린 이후
얼마나 많은 일이
내 신변을 뒤흔들었던가.
새삼스레
놀란다.
내가 상실한 것들..
나를 떠난 것들..
내가 저버린 사람들..
내가 저버렸다고 믿고 있을 사람들..
분명히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결코 그것만은 아닌,
사실이지만,
진실은 아닌
텅빈 길 한 가운데
나 홀로 서 있다.
그리고
날 떠나가는 뒷모습들을 바라본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
나의 사랑스러운 강아지..
그들이 내게 준 깊은 슬픔과 상실감.
그리고 좌절감.
그럼에도
그들은
그걸 모른다.
그것이 날 슬프게한다.
모른다는 것,
나 또한 얼마나 많은 무지함 속에서
헤매고 있을까?
그들이 날 모르듯,
나도 그들을 모르니까.
난 아직도 너희들을 사랑하는데,
진심으로 사랑하는데,
그걸 알릴 수가 없구나.
아니,
그 사랑은
너무나 힘이 없구나.
아무 힘도 없구나.
힘없이 걷는다.
비는 그쳤지만
장마철처럼 후덥지근하고
덥다.
땀이 배어나온다.
어지럽고 기운이 없다.
하지만
난 음악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열심히 걸었다.
내가 걷는다는 것도
잊고
그냥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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