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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 2010. 8. 25. 00:30

오랜만에 밤 산책을 했다.

 

몇달 만인가?

 

언젠가부터

난 더이상 밖에 나가지 않았다.

 

꼭 필요한 일 외엔 외출을 안한 것이다.

 

산책을 하거나,

공연히 돌아다니거나,

 

그런 한가롭고 다정한 시간이 내 생활에서 사라져버렸다.

 

그 이후로

난 극도로 피폐해졌다.

 

의도적으로 난

모든 인간과의 관계를 거부했고,

 

그 누구와의 소통도 거부했다.

 

그러면서

건강은 점점 더 나빠졌고,

 

그럼에도

더이상 내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오늘..

멸 달만에 처음으로 산책을 나갔다.

 

8월 말이다.

 

그런데

 

여전히 덥다.

우라쥘~!

 

다행히 비는 그쳤다.

 

혹시 몰라서 들고나간 우산이 거추장스러워서

질질 끌고 다녔다.

 

음악을 들으며

 

멍하니

밤길을 걷는 것을

난 얼마나 좋아했던가.

 

그런 사소한 행복을

내 스스로 저버린 이후

 

얼마나 많은 일이

내 신변을 뒤흔들었던가.

 

새삼스레

놀란다.

 

내가 상실한 것들..

 

나를 떠난 것들..

 

내가 저버린 사람들..

 

내가 저버렸다고 믿고 있을 사람들..

 

분명히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결코 그것만은 아닌,

 

사실이지만,

진실은 아닌

 

텅빈 길 한 가운데

나 홀로 서 있다.

 

그리고

날 떠나가는 뒷모습들을 바라본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

나의 사랑스러운 강아지..

 

그들이 내게 준 깊은 슬픔과 상실감.

 

그리고 좌절감.

 

그럼에도

그들은

그걸 모른다.

 

그것이 날 슬프게한다.

 

모른다는 것,

 

나 또한 얼마나 많은 무지함 속에서

헤매고 있을까?

 

그들이 날 모르듯,

 

나도 그들을 모르니까.

 

난 아직도 너희들을 사랑하는데,

진심으로 사랑하는데,

 

그걸 알릴 수가 없구나.

 

아니,

그 사랑은

너무나 힘이 없구나.

 

아무 힘도 없구나.

 

힘없이 걷는다.

 

비는 그쳤지만

장마철처럼 후덥지근하고

덥다.

 

땀이 배어나온다.

 

어지럽고 기운이 없다.

 

하지만

난 음악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열심히 걸었다.

 

내가 걷는다는 것도

잊고

그냥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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