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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주지훈

주배우....작년 이 맘 때가 생각나서

모놀로그 2010. 7. 31. 11:45

작년 이 맘 때..는 아니고

조금 더 전이지만

 

청천벽력이 내 머리 위로 떨어진 날이

갑자기 생각났어요.

 

오늘..

우리 강아지가 드디어

수술에 들어갔습니다.

 

아침에 가슴에 안고 하염없이 울었는데,

 

큰 눈으로 날 물끄러미 바라보던 우리 강아지가

 

어쩌면

그 모습이 마지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술 도중에 죽을수도 있고,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할지도 모르죠.

 

그래서

난 집으로 돌아온 지금도

울고 있습니다.

 

이렇게 울면서

문득

작년을 떠올립니다.

 

그때도

지금처럼 울었거든요.

 

일주일을

허공을 바라보며

울고 또 울었습니다.

 

다모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그때 내 눈물을 거두어간 건

어둠을 향해 휘두르던 목검 한 자루와

 

내 눈물을 닦아주던 어린 계집아이였다...'

 

아..대사가 확실친 않군요.

디비디에 나오는 대사인데,

 

난 디비디를 본 적이 딱 한번이라서요.

 

당신으로 인한 내 눈물도

그렇게 누군가가 거두어줬습니다.

 

그러나

그 계집아이가

거두어준 눈물이

 

결국 마르지않는 눈물이 되버렸듯이,

 

그 눈물을 거두어준 사람도

또다른 눈물이 되버렸지요.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웃음을 주었던 강아지는

이제

마르지않는 눈물로 변해버리는군요.

 

참 이상한 순환의 고리..

 

웃음이 눈물이 되고,

눈물이 웃음이 되고,

 

날 그토록 행복하게 해줬던 당신이

눈물이 되고,

 

그 눈물을 닦아준 사람이

다시 눈물이 되고,

 

돌고 도는 이 순환 속에서

너무나 무력하고 작은

나 자신을 봅니다.

 

난 요즘 당신 소식을 모릅니다.

 

일부러 알려들지 않아요.

 

내가 기억하는 당신은 그래서..

 

주주앙의 마지막 공연에서

 

우리쪽을 바라보던

당신..

 

난 그 모습만으로 충분해서

 

이후로는

일부러

더이상

당신 소식을 알려들지 않아요

 

잘 지내겠지.

 

현명하고 정직하고 영롱한 사람이니까

잘 처신해서

어느날

건강하게 다시

나타나겠지.

 

당신을 그렇게 기다리면 되는데

우리 강아지는

 

다시 돌아올까요?

 

며칠 전에

밤새도록 꿈속에서 들려오던

'떠나는 우리 님'

이란 노래가 생각납니다.

 

왜 꿈속에서 그 노래가

밤새 들려왓는지 모르겠다고

웃으면서 말했는데..

 

설마

우리 강아지가 떠나는 건 아니겠지요?

 

당신이 어느날 내 앞에서 사라진 것처럼

우리 강아지도 내 앞에서

사라져버리는 건 아니겠지요?

 

요즘 내가 새삼 궁에 매달리는 이유도,

 

그 시절의 당신이

너무나 순결해보여서,

 

당신과 나를 만나게 한

근원을 찾아

나도 모르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습니다.

 

지금 난

이렇게 앉아서

 

우리 강아지를 처음 봤을 때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만남이란

인연이란 참 이상하죠?

 

당신을 처음 봤을 때..

그 느낌.

 

우리 강아지를 처음 본 순간

내 가슴을 파고든 그 커다란 눈망울..

 

인연이란..

인연이란..

 

인연이 다해서 헤어지는 것도

인연이다

라고 난 늘 생각하니

 

승복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