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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궁

궁 6부 - 신군과 채경, 그리고 동궁전의 파티

모놀로그 2011. 2. 2. 11:11

6부는 내용도 풍부하고 버라이어티하며

흥미진진할 뿐 아니라

초반에서 중반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 같은 회이다.

따라서 중요한 장면들이 넘쳐 흐른다.

게다가 볼거리가 너무 많아 즐거운 비명이 터져 나온다.

또한 가슴이 설레는 장면도 많다.

 

궁은 늘 핵심적인 순간를 위해

많은 장면들이 에워싸고 있다고 생각하는 바,

 

6회의 핵심은

드디어 신군이 채경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 것이고,

어찌하여 신군이 채경에게 마음을 열게 되는 가!

이것이 핵심이다.

 

궁에 들어온 채경이

궁과는 매우 이질적인 자신의 개성을 잘 지키면서,

동시에

궁에 적응하려고 안간힘쓰는 과정이 흥미롭고,

그때의 채경은 참 이쁘고 귀엽다.

 

 

계속 자기를 무시하는 신군에게

조금도 기죽지 않고

눈 똑바로 뜨고 대들다가도

눈 한번 부라리면

풀이 죽는 것도 귀엽다.

 

아직은

황태자로서의 카리스마로 밀고 나가는 신군,

그 약발이 먹히고 있다.

 

한번 째려주면

이내

얌전해지는 채경이다.

 

무엇보다

6부는 볼거리가 참 많다.

 

 

 

 

시선을 하는 신군 모습도 볼 수 있고,

난데없는 조선시대적 발상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즉, 독을 검사하는 시식 정도로 생각하는 채경의 귀여운 무지

(하긴 나도 시선이라는 건 첨 알았지만..ㅋ)

 

이후에

햄릿씬을 통해서

비어져 나오는

신군의 야릇한 감정들..

 

그러나

그 감정들은

채경으로선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신군의 맹점들이다.

그리고

효린에 대한 채경의 열등감을 신군이 이해하지 못하듯,

율군에 대한 신군의 트라우마 역시

채경은 이해하지 못하며,

 

그 몰이해가 결국

내내 두 사람의 진정한 화합을 가로막는데,

그 첫 시발점이 되는 장면이다.

 

동궁전 베란다에 나란히 앉아 있는

화사한 모습의

채경과 율군의 다정한 모습은,

 

자기가 채경에게 줄 수 없는 것과,

또한 채경이 자기에게 주지 않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그렇게 나란히 앉아 허물없이 웃고 있는

편안한 모습이

그에게 주는

이상한 박탈감,

혹은

자격지심,

 

실제 동궁전의 주인이며,

실제 채경의 정혼자인

 

율이

그녀와 그렇게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신군을 밀어내는 듯하여

 

무엇하나 부러울 게 없어 보이는

신군의 내면의 가난함을

두드러지게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율군에게도 사심은 잠재되어 있었을 뿐이니,

 

난데없는 신군의 햄릿 대사는 좀 앞서간 느낌이지만,

 

그러나

동시에

복선일수도 있겠다.

 

이후에

우린 황족들의 우아한 생활들을 두루 엿볼 수가 있다.

 

 

 

 

백년차를 마시며

한시를 읊고(21세기에 웬 漢詩??)

 

 

 

 

 

드넓은 궁안에서 격방을 즐기는 광경이나,

마상 격구를 두 왕자가 겨루는 장면 등등은,

 

최첨단의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네 서민과 동떨어지고

 

아직도

조선시대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시대착오적인

이상한 공간에서

여전히 지난 세기에 갇혀 있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을 바라보며,

 

그 괴리감이 주는

혼란이

그럼에도 매력적이다.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귀엔 귀걸이를,

목에도 목걸이를 늘어뜨린 왕자님이,

 

조선시대의 복장을 하고

조선시대의 놀이를 즐긴다.

 

 

 

 

바깥 세상과는 완연하게 단절된 듯한

그 이상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다름아닌 21세기에선 얼마나 매혹적인가~!

 

그런데 그게 어색하지 않은 것이

정말 아직도 우리나라엔

황족들이 있고,

그들이 경복궁이라는 정궁 안에서

저렇듯 우아한 전통을 이어가며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 같은

착오를 아주 자연스럽게 일으키게 하는 것이며,

그것은 곧바로 아쉬움과 향수로 연결된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화면들이 숨쉴 틈 없이

펼쳐진다.

 

 

 

 

궁이라는 공간의 아름다움을

한껏 살려서

 

우리나라 궁궐과

정원의 향취를

특유의 색상으로 한껏 극대화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6부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다름아닌

황태자 계란 투척 사건이며,

 

그것이

신군과 채경이 처음으로 어떤 교감을 나누는 계기가 되어주는

흥미진진한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다.

그 안엔 어린 부부의 미묘한 심리가 너무나 잘 담겨 있다.

 

그리고 밖에 있는 인물들,

즉 율군과 효린의 심리의 급반전이 또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어린 나이의 황태자 부부가

아무런 공감대 없이

겉돌다가

드디어 어떤 게기로 말미암아

서로의 내면으로 한 발자욱 걸어들어가는데.

그것은 곧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서로의 마음에 싹트는

동질감과 우리는 하나라는

아주 희미한 자각.

 

그것은 두 사람이 갑자기 서로를 의식하고

다르게 인식하며

그 순간 설레기도 하고 쑥스럽게도 한

너무나 풋풋한 감정이다.

우린 절로 미소를 지어보지만,

동시에 가슴이 설레기도 한다.

 

그들은 19세인 것이다.

 

 

 

 

 

그 사건이 신군에게 일으킨 파장은 생각보다 큰 것 같다.

그는 승마클럽에 굳이 혼자 들어가는데,

채경은 섭섭해 하지만,

실은 그녀가 골드들에게 왕따당하고 모욕당하는 걸

막기 위해서인 것 같다.

 

그녀는 무대책으로 당할 것이고,

혹은 이른바 푼수짓으로 방어할 것이며,

 

그것은 또다시 골드들에겐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채경을 보호하거나 하는 것도

사실 좀 웃기긴 하다.

 

하지만 그 자리에 채경이 없다면

그간 황태자비를 조롱해온

골드 3인방으로부터 채경을 보호하는 것은 용이하다.

그리고 신군은 처음으로 그렇게 한다.

 

 

 

 

 

 

'너희가 비웃는 오리 채경은 '성골'이지만

너희는 그저 가진 건 돈뿐인 '진골'이다'

 

라고 그들에게 일격을 내리친다.

 

사실, 그동안 그것을 방치한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왜냐면 일국의 황태자비를 조롱하는 건

곧 황실을 조롱하는 것이며,

황태자를 조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순간,

효린은 긴장한다.

신군 입에서 채경을 보호하는 말이 나온 것이다.

그것은 굉장히 뜻밖이다.

 

 

 

율군처럼, 그녀도 뭔가 위기의식을 느낀다.

자기도 모르게, 신군 앞에서 채경을 비하하고 있다.

 

다름 아닌, 그녀의 지극히 서민적인 행위들을 비난한다.

불행히도, 효린은 바로 그러한 서민적인 마인드가

조금 전에 신군을 위해서 자기 몸을 내던져 달걀 세례를 막고

자신을 위해 눈물을 흘려준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 바람에 서민이라는 이유로, 품위없고 경박한 언동을 일삼는 채경을 더이상

그들이 내놓고 까대는 걸 견딜 수 없는 신군의 마음을 모른다.

 

 

 

 

무엇보다,

효린은 채경의 브이질에 대해서 화를 낸다.

 

품위 없고 유치해!!

 

그런데, 신군은 바로 그 말에서

다시금 계란 투척 사건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때도 그는 채경의 브이질이 유치하다고 소근거렸고,

이후에 그는 계란 세계를 받았으며,

그 유치한 브이질을 해대던 채경이가 자기 곁에 있어 주었던 것이다.

 

'괜찮아?'

'혼자 두어서 미안해"

 

그녀의 브이질은,

유치함이라기보단 천진함이고 순수함이라는 걸

오히려 신군은 깨닫게 된다.

 

신군은

채경을 비하하는 효린에게서 

 

효린이란 인물이 지닌 속물근성을

처음으로 인식하는데,

 

그가 그동안 골드 친구들에게 느껴왔던 그 속물 근성이

어쩌면

자신에게도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걸

다름 아닌

자신과 비슷하다고 여겼던

효린을 통해서 인지한 것 같다.

 

왜냐면

 

21세기에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냐면서도

나름 지극히 서민적인 채경을 무시해온 자신의

일면을 그렇게 효린을 통해서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날

그 서민들만이 가진 원색적이지만

진정성이 있는 소박한 애정이 넘치는 행동에 감동받았던 신군으로선

 

골드 친구와 효린의 채경에 대한 비하 발언으로

자기가 그동안 채경이를 은연 중에 그들과 같은 마인드로

무시해왔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그런 효린의 말을 가슴에 담고

궁으로 돌아와

파티복으로 갈아 입은 채경을 보았을 떄,

 

어쩌면

그 말이 일으켰을지도 모를

파장은

갑자기 설레임으로 변한다.

 

서민이라고 유치하고 원색적이라고 비웃음을 받던

채경은,

 

그러나

눈부시게 아름답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만큼

우아하다.

 

그렇게 채경을 재발견해가며 조금

채경을 인식해가는 신군을 보는 즐거움이 가득한데,

 

그 서민 황태자비가 저지르는 실수를

비웃는 시선으로,

혹은 그 실수가 일으키는 파장을

냉소적으로 즐기던 신군이

이젠 앞장 서서

그것을 무마해주는 걸 우리는 볼 수가 있다.

 

이후로도 신군은

채경이 황족답지 않은 행동들을 계속 감싸주는 것이다.

 

 

 

 

 

 

 

 

그날 왕립 미술관에 부부동반으로 참석하여 멋있게

가위질까지 한 채경이가

방정맞게 손가방을 떨어뜨린다.

떨어뜨리는 것까진 좋은데

그걸 자기가 줍기까지 한다.

 

대개 명문가 규수나 귀족 계급이라면

애초에 그렇게 경망스럽게 호들갑 떨다가 손가방을 떨어뜨리지도 않겠지만,

설사 실수로 떨어뜨렸다해도

자기가 줍진 않는다.

 

조용히 경호원에게 지시해서 줍도록 눈짓을 했을 것이다.

물론 그 동안 내내 미소는 잃지 않는다.

마치 신군이 그러하듯 말이다.

 

채경이의 황족답지 않은,

아니 차라리 우리네 처럼 아주 서민적인 행동을 차갑게 지켜보기만 했던 신군은,

 

 

 

 

 

 

그러나 그날 저녁

파티에서도 같은 짓을 하려들자

주변이 눈치채지 못하게 슬쩍 그것을 감싸준다.

 

사실, 궁 중후반 내내 신군은 그렇듯 채경의 실수를

자신이 카바하는데

 

아마 그 첫걸음이 되어준 것이

그 파티일 것이다.

물론 그 발단은 역시 계란 투척이다.

서민 아내의 장단점을 저울질할 때,

장점이 훨씬 그에게 가치가 있다면

그 반대급부인 좀 주책맞고 서툰 귀족적인 처세쯤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는 것이다.

 

 

 

 

 

 동시에 파티씬은

눈에 보이지 않는

피튀기는 정치적 신경전이 벌어지는 현장이기도 하다.

 

기존의 기득권을 지녔던,

그리고 아직도 그 기득권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듯한

율과 그 어머니 혜정궁이 극적으로 등장한다.

 

그로 인한 주객이 전도된 듯한

파티장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집중시키기 위한

신군의 정치적 제스쳐인

댄스 장면..

 

 

 

 

 

그리고 황태자 부부의 댄스 장면이

아마도 6부의 백미가 될 것이다.

 

단순한 댄스씬이었다면

그렇게 매혹적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단순히 황태자 부부의

만인에 대한 서비스가 아니라,

나름 신군의 정치적인 모션인 것이다.

 

 

 

 

 

 

이면에 있는 다소는 복잡하고 지저분한 정치적 파워 게임의 의미 따위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있는 힘껏

자신을 따라주는 채경은 아닌게 아니라 사랑스럽다.

 

 

대견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신군의 표정이 인상적이고,

그의 심리가

조금더 채경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서민 아내의 애정이 넘치는 마음과,

더불어 지극히 순수하고 투명한 마음까지

이제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만일,

요조숙녀라던가, 하다못해 효린이었다면

그 댄스의 의미를 재빨리 간파했으리라.

하지만 신군은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채경이가

사랑스럽다.

 

 

 

 

 

 

 

 

그리고 잃어버린 유리두구를 주워든 왕자님은

손수 그 구두를 집어드시고, 신데렐라 앞에까지 기어오다(?)시피 하여

그녀에게 신겨주신다.

 

 

 

 

 

채경은 오래 전에 신데렐라가 이미 되었었다.

그러나,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불쌍한 신데렐라였다.

왕자님부터가 전혀 인정해주지 않았다.

온 세상이 인정해도 왕자님이 인정해주지 않으면

사실, 신데렐라가 아니다.

 

중요한 건 왕자에게 시집을 간 게 아니라,

왕자에게 사랑을 받는 거니까.

 

하지만 이제 비로소 그녀는 왕자님에게 인정받는다.

그녀가 진정 신데렐라임을..

 

 

 

 

구두가 딱 들어맞지 않는가!

 

 

이야기 속의 신데렐라와 다른 점이라면,

그 안에 다소는 정치적 모션이 섞여 있다는 것과,

라이벌에게 경고가 들어있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아무튼 지금은 21세기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