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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궁

궁-궁이 하이틴 드라마일까?

모놀로그 2011. 1. 30. 14:00

편견을 늘 좋은 기회를 놓치게 한다~!

 

이게 나으 신조이다.

그러면서도 늘 잊고 사는 신조이다.

 

궁이 과연 하이틴 드라마일까?

 

물론,

하이틴들이 즐겨 보는 잡지에 연재된 만화라고 들었다.

 

그리고

주요 등장인물이 거의 십대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하이틴 드라마라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궁을 본 주요 시청자는 30대 이상의 유부녀들이었다.

 

어쩌면

궁은 정말

그 나이대 결혼한 여인네들의

청춘과 젊은의 풋풋함,

그 시절의 가슴 설레는 첫사랑..

 

그 사랑에 목을 매는

순수함.

 

그런 것에

향수를 느끼고 열광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난 왜 궁이 하이틴 드라마라는 느낌을

애초부터 받지 않았을까.

아니,

 

난 궁을 보기 전에도,

 

당시 보고 싶음에도

여러가지 상황 탓에,

 

혹은

웬지 모를 이유로 보지 못하면서도

결코

 

궁에 대해선

하이틴 드라마일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내가 본 궁은

하이틴 드라마는 절대 아니다.

 

만화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드라마 궁은 아니다.

 

만일

마무리까지 완벽했다면,

 

말도 안되는

궁시즌2니 뭐니 하면서

 

마지막에 안드로로 가지만 않았다면

 

보기 드문

명품 드라마로 남을 수도 있을만큼

 

아름다운 영상미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혹적인 장면들이 가득하다.

 

사실,

 

초반의 궁은

영상미와 공들인 미술제작팀과,

 

21세기의 황족들의 생활,

 

그 우아함과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배어 나는

허식과, 정치성.

 

그로 인해 강요되는

젊음의 희생

등등이

묘하게 섞이면서

 

분위기로 끌고 간다.

 

주요 인물들은 고딩이고,

것도 예술학교이고,

 

십대들이다.

 

그래서 학교 장면도 자주 나온다.

 

그러나

궁에 흐르는 정서는

하이틴 스럽지 않다.

 

궁을 본 시청자 중에

십대가 있을지,

있다면

 

그들이

궁에 흐르는 정서를 어떻게 이해했을지

궁금하다.

 

그런데

궁 주 시청층은 결코 십대가 아니었고,

 

무엇보다

궁 방영 시절 당시 올라온 리뷰들은

다모 폐인 뺨 치는 수준의

대단한 것들이었으며,

 

궁도 여백이 많고,

교묘한 성적 코드까지 깔려서

은근히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가슴 설레게하고

청춘 시절을 새삼 돌이키게 하면서도

 

또한 매우 무거운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거기에 덧붙어

 

황위 쟁탈로 표현되는

권력, 혹은 명예나 허식에 매달리는

인간들의 덧없는 욕망을

고스란히 표출하면서

 

그런 어른들의 욕망에

맥없이 희생당하는

젊은이들의 순수한 사랑이

 

마음 아프게 그려졌다.

 

난 궁을 보면

전쟁과 평화라는

내가 매우 좋아했던

톨스토이의 소설을 떠올린다.

 

러시아와 프랑스의 전쟁,

 

나폴레옹의 야욕이

마침내

러시아까지 뻗치면서

 

한참 무르익다못해

점점 그 화려함의 극치가

마치 파국으로 치닫기 직전까지 이른

러시아의 귀족 문화가

점차로 붕괴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그러나

무엇보다

 

그 도도한 역사의 물결이,

한 인간의 끝없는 권력에 대한 탐욕이

 

힘없는 인간들의 사랑이나 감정 따위는

무심하게 짓밟고 지나가는

무참함과 애상이

나를 무척이나 슬프게 했던 소설이다.

 

그렇다.

 

역사는 언제나

그렇듯

 

보이지 않는 희생을 강요한다.

 

평화로울 땐

그다지 귀한 줄 모르던 것들,

일상적이고 당연한 것들이

 

막상

몇몇 인간들의 욕망이 역사라는 이름으로

그것들을 짓밟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희생당하는 게

바로

인간들의

이름없는 인간들의

혹은 젊은이들의

 

사랑과 순수한 젊음인 것이다.

 

궁도 그러하다.

 

내가 궁을 보면서 느낀 건

 

21세기 황실이라는 환상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즉, 황족이라는 집단이

 

결코 허용치 않는

개개인의 순수한 감정들,

 

혹은

젊은이들의 순수한 사랑같은 것들..

 

그런 것들은

제일 먼저 희생당한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궁은 비극이고,

 

궁이라는 공간이 상징하는

 

비록 권력은 없다지만,

그래도

권력 아닌 권력,

혹은 명예,

혹은 그들의 기득권을 위해서

 

스러져가는

젊음이고,

 

그러나

 

젊음이 추구하는 자유와 생명은

 

결코

그것들에게 굴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절대로 궁은 하이틴 드라마일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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