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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앙 해프닝

모놀로그 2010. 5. 26. 22:53

내가 주주앙을 본 것은 막공이었다.

성남까지 간다는 건..

 

제 아무리 주지훈이라해도

나에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나긴 여행,.(?)

 

게을러터져서

당췌 먼 곳까지 가는 건

질색인지라..

 

분당사는 친구가 아무리 꼬셔도

한번 다녀온 뒤론

그쪽으론 시선도 안주고 몇 년을 살았다.

 

그런 내가

막공날은 웬지 아침부터 안절부절..

 

보다못한 엄마가

 

차라리 보고 오라고 햇다.

 

기나긴 투병 생활을 통해

집구석에만 처박혀서 썩고 있던 내가

주지훈을 보러가던 누구를 보러가던

 

하여튼

뭔가 보고 싶어한다는 것,

그 의욕이

엄마에겐 반가왔던 모양이다.

 

난 언젠가부터

극장이나, 연극 무대,

하다못해 엘리베이터까지

 

뭔지 갇혀 있는 느낌을 주는 공간을 싫어한다.

 

숨이 막히는 것이다.

 

그런 내가 앤티크는 열번도 더 봤고

결국엔

그 추운 날.

성남까지 기나긴 여행을 감행한 것이다.

대단한 주지훈이야~!!

 

 

 

그리고

난 지금도 그 공연을 갈까말까 망설이면서

 

웬지 안가면 후회할 것만 같은 예감에

등이 떠밀리듯

불과 공연 몇 시간을 앞두고 허겁지겁 예매하고 달려간 것이

대견하다.

 

안그랬다면...

 

그래...

얼마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웬지 안가면 후회할 듯 하여

 난 갑자기 집을 나섰다.

 

어쩌면 그게

그 사람을 마지막으로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어쩌면..어쩌면..

 

 

물론

주주앙을 보러가기로 결정했을 때

그런 생각이 이면에 있진 않았다.

그저 그의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뮤지컬 무대를

놓치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적어도 표면적으론 있엇을 뿐...

 

 

난 빕석을 예매하려 했으나

이미 매진..

그보다 한 단계 아래인 좌석도

뭐 무대에서 그다지 멀지 않아 보여서 예매하고

기나긴 여행길에 올랐고,

 

그보다 더 기나긴 길을 걸었고

 

한 시간을 기다렸고,(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기다리는 건데..)

 

결국은 공연을 보았다.

 

공연장에 들어선 난 회심을 미소를 지었다.

 

무대가 바로 눈 앞에 있지 않은가~!

 

빕석이 아닐지라도

코 앞에서 주주앙을 볼 수 잇겠구나..흐흐

 

그러나

이게 웬 날벼락인가~!!

 

오페라 글래스를 미처 빌리지 않고

폼잡고 앉아 있는데

 

공연이 시작되고

 

눈빠지게 기다린 주주앙은

 

저 멀리 무대 깊숙히에서

내 새끼 손가락만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아니..웬 무대가 저리도 넓을 것이야?

코 앞에서 배우들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무대가 저 깊숙히까지 그 공간을 넓게 사용하고 잇을 줄이야..

 

사실 뮤지컬이라곤 처음 보는지라

그냥 연극 무대처럼 생각했던 모양이다.

아니면

다른 뮤지컬에 비해서 워낙 스펙터클해서

공간이 그다지도 깊고 넓었는지도?

 

아닌게 아니라

무대는 환상적으로 아름다왔다.

가장 감명깊은 건

조명이었고,

그 조명으로 빗줄기를 연출해내는 기막힌 아이템~!!

굿~!

 

그러나 제 아무리 무대가 멋진 들

그래서 눈이 즐겁고 행복했던 들

그날의 공연은 비극이었다.

 

ㅠㅠ

 

그날 내내

내가 본 건

나의 새끼 손가락만한

주주앙이다.

주지훈이라고 팜플렛에 나와 있는 새끼 손가락만한 남자가

무대 위를 왔다 갔다 하면서

노래하고 있었다.

 

물론

노래는 들었다.

까놓고 말해서 내가 그의 노래 들으러 거기까지 간 건 아니란 말이다.

물론 그의 무대를 보고 싶었지만

소문에 의하면 숨막히게 섹쉬하다는

그의 노래에 곁들인 갖가지 표정이나 모션을 보고 싶었던 거란 말이다.

 

 

이상하게 노래나 공연에 관한 기억은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이미 그 전에 이미 수없이 그의 노래를 들었기 때문일지도..

 

하여튼

난 새끼 손가락처럼 기다랗고 늘씬하고 가무잡잡한 남자는 보았지만

그것도

그냥 사진을 통해 본 모습을 적당히 그 새끼 손가락만한 존재에 대입한 상상의

소산일 뿐이다.

그저 저게 주지훈이려니...

 

공연이 끝나고

난 무대로 달려갓다.

 

큭..

참으로 결사적인 행동이었다.

ㅋㅋ

 

여기까지 와서

나의 새끼 손가락만 보고 갈 순 없쥐~!!

 

대개

한국 사람이 외국 작품을 공연하기 위해

분장을 하면

참..

보기 민망하기가 일쑤이다.

 

노래는 잘할지라도

비디오가 영 거슬린다.

 

한국 사람 특유의 신체가

외국 분장과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 눈이 심히 괴로운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주지훈은

정말 스페인 사람처럼 보였다.

 

이거야 원..

 

그가 그렇게 이국적으로 생겼던가?

 

늘씬한 몸매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커다란 키와

외국넘들 빰치는

백만불짜리 콧날에

 

타고나길 검고 매끄러운 피부,

 

진짜 돈주앙이 보면 화낼 정도였다.

아니 깨깽하고 도망쳣을지도 모르겠다.

 

 

난 그의 첫공연의 노래들을 듣고

기절할 뻔 했었기에

 

그 공연에선

그가 어떻게 노래를 하는지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그는

날 감탄시켰으니까.

 

그가 정말 너무나 노래를 잘해서 감탄한 것이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

그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불가능을 가능케하다못해

상상을 초월하는

거인적인 에너지를 보여준다.

 

연습기간이 짧은 아마추어가

 그렇게 노래할 수 있다니?

 

프로 뮤지컬 배우들의 매끄럽고 유려한 노래 솜씨야

아무래도 따라가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생전 처음 서는 뮤지컬 무대에서

그것도 얼마 안되는 연습 기간만으로

그토록 압도적이고 파워풀한 모습를 보여주다니~!!

 

 

게다가

주지훈 특유의 혼을 불어넣는 듯한 진정성~!

 

그건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다.

 

그래서

노래 속에 넘쳐 흐르는 그의 열정과 오기, 그리고 그 진정성만으로도

부족한 점은 채우고도 남는다.

 

특히 사랑으로 죽다는

테크닉보다는

차라리 피를 토하듯,

사람의 혼을 빼앗고 뒤흔들고 넋을 나가게 하는

절규였다.

아..

 

아름다운 남자 주지훈..

 

내가 정말 사랑하는 배우 주지훈..

 

그게 정말

한 시대의 마지막 모습이었음을

난 뒤늦게 알게 되지만,

 

또다른 모습으로 그가 나타날 때

난 그가 여전히 날 놀래켜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난 지금 일체

그에 관한 소식을 모른다.

일부러 피해 다닌다.

그에 관해선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굳이 알려들지도 않는다.

 

군대 가는 광경을 티비에서 보긴 했다.

 방에 와서 눈물을 흘렸다.

 

그는 여전히 밝고 건강하고 멋졌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에워싸인 그를 보며

 

세상은 생각보다

그의 가치를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

 

명품은 어디서나 빛이 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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