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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와 진다

모놀로그 2024. 10. 21. 22:29

지긋지긋했던 여름은 벌써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가고 있다.

 해마다 그랬다.

미칠 것 같은 습도와 타는 듯한 목마름으로 우리를 태우려고 안간힘쓰던

 태양에 몸부림치던 기억을 해마다 지나자마자 까먹는다.

아니, 기억 속에 깊은 흔적은 남기지만,

우린 당장 눈앞의 일이 시급하다.

 

거리는 어느 사이 우중충하게 변해가고 있다.

검은색...

 

그러나 아직도 은행잎은 파랗다.

그것이 노랗게 변하고

땅바닥에 무상하게 쌓여가고

무참하게 쓸려 나가기 시작하면

겨울이 어느 날 갑자기 우리를 덮친다.

 

난 여름보단 겨울을 좋아한다.

추운 건 피할 수 있지만

여름은 그 무엇으로도 날 방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

올해도 겨울과 붙어보자.

 

작년에 비하면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을 정도로,

엄마는 상상도 하지 못한 모습으로 병실에 누워 있지만,

난 그때마다 생각한다.

 인생은 절대로 계획대로 되지 않고,

 절대로 우리가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흙탕물을 튀겨주듯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야릇한 공간으로

 우릴 데려다 놓고 심술궃게 웃는다.

 왜 그러는 걸까?

 

겨울의 무서운 발걸음이 쿵쿵 거리며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내년이 다가오는 소리이다.

내년은 또 우릴 어디로 데려갈까?

아니다, 몇 년은 조용할지도 모른다.

결정적인 한 순간을 준비하며 숨을 죽이고

평범한 한 해를 주는 척 할 것이다.

 하긴...

 내게 올 한 해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형벌이었다.

 몇 년을 준비했다가 돌 던지듯 던져준 악몽의 한 해였다.

 난 이제야 그것을 깨닫는다.

 

평범한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건지도 모르고

 지겹다는 둥,떠들어대는 인간들에게 무서운 일침을 놓는다.

 

겨울이 무서워지는 건 첨이다.

 인생은 숨쉬기 힘든 여름이요, 무거운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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