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병원에 다녀왔다 본문
2006년쯤이었던가?
공황장애.증상이.신체적.반응으로.나타나는.바람에
고통받다가.처음.찾았던.병원이다.
10년이.넘는.시간이.흐른.뒤에.다시.찾은.그.병원이다.
처음엔 1주에 한 번, 입원하라는 협박(?)
한참 후에 2주에 한번,그동안 약을 여러 번 바꾸는 것 같았다.
나에게 맞는 약을 찾는 듯.했다.
작년부터 3주에 한번,상태가 좋을 땐 몰라도악화될 땐 힘들었다.
공황장애와.다른.점은.
매번.상담을.한다는.사실이다.
상담 시간은 대략 10분 정도.
처음 만났을 땐의사도 나도 젊었는데
이젠 둘 다 나이가 들었다.
벌써.4년.째.다니고.있다.
괜찮을 땐 몰라도상태가 나쁠 땐 의사를 만나서 넋두리하는 게 싫다.
넋두리가 아니라, 내 상태가 어떤가를 보고하는 거지만,
그게.바로.넋두리가.되는.게.싫다.
저 사람은,우울증이 뭔지 알까?
저 사람은 평생 나같은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멀쩡할 수 있을까?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오게 생겼는데,
상담 내내 내 눈을 빤히 들여다본다.
다른 병원을 몇 군데 가봤지만,나를 그렇게 빤히 쳐다보는 의사가 없었다.
차트만 들여다본다.
내 증상은 귀로 듣고.눈은 차트에 가 있다.
하지만,이 의사는 환자를 빤히 쳐다본다.
그래서 난 이 의사가 싫은 점이 많아도,
꼿꼿하고 타협하지 않고, 부탁을 들어주는 법도 없고
칼같이 단호한 이 의사가 싫어도.신뢰를 한다.
의사들은 환자를 봐야 한다.
실력 있는 의사는.환자를 흘깃 보기만 해도
눈빛,안색,표정,기타 등등.훑기만 해도 어떤 상황인지 알기 때문이다.
30년 단골인 우리집 주치의라고 할 수 있는.내과의의 말이다.
그 의사도 처음 만났을 땐
내 또래도 젊었고, 환자를 뚫어져라 보는 게 특이했다.
다른 점은 눈빛이 따뜻하고, 천성적으로 자상했다.
레지던트 과정을 거친 임상의 출신의 전문의들 중에서도이례적으로 실력이 출중했다.
암튼, 난 의사한테 물었다.
'우울증으로 자살한 환자 있었어요? 선생님 환자 중에?'
의사는 그렇다고 담담하게 대답했다.하지만 단서를 붙였다.
치료를 받으면 자살하진 않는다고...치료를 중단한 사람들이 자살한다고...
속으로 생각했다.그럴리가...
치료를 4년째 받고 있지만
난 점점 더 악화되고 죽음을 꿈꾼다.
아직은 이성이 한 조각 남아 있고게을러서 이러고 있을 뿐이다.
20대의 어떤 유명 아이돌은 상담 받고 집에 와서
의사를 저주하며 자살했다.
젊은 사람들은 쉽게 목숨을 던진다.그들의 목숨은
그들이 살아온 세월만큼의 무게를 지니기 때문이다.
이른바 '극단적 선택'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그것은,
참으로 추악하고, 혐오스럽다고 평소 생각한다.
물론, 카톨릭 신자에게 그런 선택은 죄악 중의 죄악이다.
하지만, 하느님이 무서워 그런 선택을 안 하는 건 아니다.
그 의사는 별별 환자를 다 만나봤을거고
수많은 '극단적 선택'을 경험했을 것이다.자신의 환자가 그렇게 되면담당의는 기분이 어떨까?
의사를 바라보았는데,
'뭐 그럴수도 있지'라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치료만 하면...이러는 전제를 달았지만 대체 언제까지?
삶은 달라지지 않고, 나도 변하지 않는데 치료한다고 달라질 수 있을까?
난 공황장애는 이겨냈다.
하지만 우울증의 발작은 불가능하다는 걸느끼고 있다.
애초에 왜 이런 병이 나에게 왔는지 모르겠지만,
그러나, 한편 내게 그런 기질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세상엔 수많은 타입의 인간들이 있지만,온갖 나쁜 짓을 태연히 저지르는 사람 중엔 그런 병에 걸리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기질적으로 우울증이 호시탐탐 노리는 타입이 있을 것이다.
난 둔감하고 발랄하지만, 내성적이고 사회성이 부족하다.
내 세계에서도 나의 개성이랄까,부족한 사회성과 인간에 대한 본능적 방어,싫증,염증
그런 것들로 늘 가면을 쓰고 대한다.
게다가 나이가 들면서 매우 감성적이고,예민해지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보기에 난 어떨까?
난 어떤 모임에 막상 나가면
그 모임을 휘어잡고, 많은 사람을 웃게 만들고
그래서 그들은 날 좋아한다.
나에겐 특별한 유머감각이 있고, 신랄한 말투에 타고난 막내 근성,
온실의 화초같으면서도 냉소적인,
그리고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들은 내심 내 영역으론 한 발자욱도 들여놓지 않는 고집이 있다.
난 대체 어떤 사람일까?
난 평생 친구가 없었다.날 친구라고 여긴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난 그 누구의 친구도 돼 본 적이 없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누군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겉으로 보여지는 것과, 진실의 차이는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
성당에서 만난 친구들에겐 재기발랄하고, 성질이 더럽고,
고집세고 제멋대로이며
대신에 신랄한 유머감각을 지닌 신기한 여자이다.
그래서 그들은 날 좋아한다.그렇게 깊이 있게 좋아하는 건 아닐지라도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내게 그들은 그저 타인이다.만나면 웃고 떠들고 돌아서면 난 그들을 잊어버린다.
난 대체 누구일까?
난 왜 이런 병에 걸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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