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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사극에의 도전-이산에 이어 대장금과 동이

모놀로그 2015. 10. 18. 20:13
느닷없이, 그야말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장편 사극에 눈을 돌리기로 하고

처음 선택한

'이산'을 완주한 후에

문득 이병훈 피디라는 사람에 생각이 미칠 정도로 나는 참으로 둔감하고 무심하다.

 

작년인가, 그때도 잠시 이름난 장편 사극 중에서

'주몽'과 '허준'에 도전한 적이 있다.

 

허준은 그렇다치고

역시나 장편 사극에 반드시 나오는 후계자 다툼과 권력투쟁에 넌더리를 치면서

아무튼 주몽을 끝까지 보긴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왜 그토록 시청률이 높았는지,

왜 시청자들이 그 드라마를 좋아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재미가 아주 없었던 건 아니다.

일말의 얕은 재미는 있었고, 그래서 적어도 중간에 보기를 때려치우진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허준이다.

 

이산을 만든 이가 이병훈 피디라는 꽤 유명한 사람이고,

이 사람이 손만 대면 청률의 제왕이 되는 그 바닥의 거물임을 난 몰랐다.

 

 

그리고 허준과 대장금이라는 국민사극으로 이병훈표 사극이 브랜드 가치를 높였음도

몰랐다.

 

알았다한들, 뭐 별로 달라질 것은 없지만.

왜냐면 허준은 그냥 그렇게 봤고,

대장금은 몇번이고 시도하다 때려치운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산을 본 후에 다시금 이번에야말로 하며 대장금에 도전했지만

역시나 20 여 회를 넘기지 못하고 다시 포기했다.

54부작인 대장금에서 20회까지 봤음에도

흥미는 커녕 보는 것 자체가 고역이라면 포기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사극의 명품이라는

온갖 종류의 극찬을 받는 대장금이

난 왜 지루하고 재미가 없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주이자 타이틀롤인 이영애 때문이다.

 

일단, 이영애가 대장금을 찍었을 당시 나이가 문제다

30대에 10대 후반 내지는 20대 초반역을 소화하기에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냥 혼자 나왔다면 무난했을 것이지만

같이 나온 궁녀들이 어리다.

미모가 그 궁녀들보다 출중하다지만

도무지가 주변 인물과 융화가 안되니 무척 거슬린다.

 

게다가 이영애는 내가 지켜본 바로는

가끔 엄청 살이 찐다.

 

 

대장금을 찍을 당시에 그렇게 살이 쪄 있었다.

 

나이와 더불어 뚱뚱한 채로

장금이 역을 하는데

도무지가 몰입이 안 된다.

 

대한민국에선 미모로는 둘째 가라면 서럽지만

장금이 역을 하기엔

내가 보기론 적합치 않았다.

 

그렇다고 연기력이 무지하게 뛰어나냐면

것도 아니다.

 

표정이나 말투가 늘 밋밋하기 그지 없다.

특히나 발성이 약한 가늘다랗고 고운 목소리도 현대극이라면 참았겠지만

사극에선 영 거슬렸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병훈표 드라마가 브랜드 가치가 있는지 몰라도

나로선 상당히 피곤하다.

 

이 사람이 만든 사극은 궁중이 무대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주인공은 아니다.

 

장금이 같은 경우처럼

화려한 왕족들이 아니라

이면에서 엄청난 중노동을 하는 궁녀들을 통해서

왕가의 일상을 엿보게 한다.

 

그것은 허준도 다름 없다.

우여곡절 끝에 궁의가 된 허준을 통해

왕족들의 삶을 접한다.

 

이것은 새로운 경험이고,

늘상 왕가의 사건사고들이 사극의 대부분인 것을 감안할 때

신선한 시도이며

아마도 그것이 이병훈표 사극의 브랜드 가치가 아닐까 싶다.

굳이 말하자면,

궁궐에 존재했던 무수한 전문직 여성 조직에 의해서

왕족들의 일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한 이병훈표 사극이 내게 무척 피곤한 이유는

등장 인물들의 권력다툼과 그로 인한 질시와 음모이다.

그것이 숨쉴 틈도 주지 않은 채로 휘몰아치기에

나로선 도무지가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주인공이 위기에 처하고,

그것을 어떤 식으로 극복하며,

그렇게 극복할 때마다 다시금 주인공은 어떤 식으로 성장하여

활동 무대를 넓혀가는가를 지켜보는 것이

어떤 이들에겐 즐거움이자 사극을 보는 재미일지 모르나

내겐 스트레스이다.

 

이산을 보면서도

상당히 피곤했다.

 

 

 

그나마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이산 정조였기 때문이다.

 

우연히 작가를 보니

대장금의 작가는 선덕여왕 작가이다.

이 작가도 선덕여왕으로 인해 내겐 그다지 좋은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산 작가보단 나을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캐릭터는 잘 잡아주기 때문이다.

 

 

 

비록 대장금은 몰입 불가라 중간에 때려치웠지만

이산은 완주한지라

작가의 한계가 뚜렷하게 보였고

 

세번째로 택한 동이의 작가가

바로 이산의 작가였다는 점에서

웬지 불길한 예감을 느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