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궁 23부- 키쓰신과 소파신=신군과 채경의 정신적 합방 본문

주지훈/궁

궁 23부- 키쓰신과 소파신=신군과 채경의 정신적 합방

모놀로그 2011. 8. 11. 13:47

궁의 키쓰신은 드라마의 키쓰신 치고는,

그야말로 온몸을 내던지다시피하는,

좀 특별한 느낌을 준다.

 

굳이 말하자면,

거의 웬만한 영화에서의 베드씬에 준하는 강도가 있다.

물론, 선정적인 베드씬은 아니다.

베드씬이라고 다같은 베드씬은 아닌 것이다.

 

이를테면

오아시스의 베드씬...정도의 의미는 있지 않을까?

서로에게 자기 자신을 남김없이, 그리고 기꺼이 바치는 흐느낌과

슬픔에 가까운 황홀함을 주고받는 듯한

궁의 키쓰신을 단순한 키쓰신이라고 본다면 그게 이상한 것 같다.

 

그 키쓰신을 이해하려면, 우선  신군이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

아니 이전엔 또 어떠했는지를 이해해야한다.

 

방화범의 오명을 쓰는 것으로 황태자로선 막다른 골목까지 갔지만,

그 이전에 이미 상처투성이였다.

방화범이라는 오명은 확인 사살에 불과하다.

 

진작부터 자기에게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며

자신의 아내이자, 황태자비인 채경을 사랑하며

빼앗겠노라고 공공연히 대놓고 말하는 율군과,

 

사사건건 자신의 사생활을 캐면서 조그마한 껀수가 있어도

그걸 물고 늘어져서 세상에 까발겨

신군의 자존심을 구기려드는 혜정전의 야심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고,

그녀의 활약 덕분에 차츰 자신에게 불리해지는 여론과 종친들의 알력

 등등 정치적인 열세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아픈 건

가까운 사람들조차 자신에게 등을 돌려대고 있었다는 점이다.

 

부친인 황제로 말하자면

자신에 대한 불신이 날로 깊어가고 있었고,

 

무엇보다

그의 반려자가 되어야할 채경이마저

자기를 떠나려고 한다.

 

그러니 방화껀수는 점차 설 땅이 좁아지다 못해 사라져서

이제 낭떠러지로 몰리고 있던 신군을

슬쩍 떠밀어 완전히 떨어지게 만든 셈인데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밧줄이 떨어졌으니

채경의

'널 사랑해'

가 되겠다.

 

 

모두가 등을 돌려대고, 더이상은 갈 곳이 없어진 신군에게

그가 가장 원하는 채경이가

갑자기 손을 내밀어온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포옹을 하는데,

그 포옹의 의미는

신군에게 있어선 그가 처한 모든 상황에서 벗어나는 팡파레와 같다.

 

그래서

그들의 키쓰와 포옹은 사랑을 고백한 후에

마땅히 따르는 그것이 아니라

무슨 의식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의식이라면

그건 육체적인 결합일 것이다.

 

신군과 채경의 키쓰신은

정신적인 화홥과, 육체적인 결합이 응축된 느낌을 준다.

 

그 키쓰신에서,

난 신군과 채경이 자신의 모든 걸 상대에게 내어주는 느낌을 받는다.

 

따라서

이어지는 소파씬에서의 한가롭고 나른한 느낌을 주는

두 사람의 실없는 대화는,

 

사랑의 행위를 열렬하게 나눈 후에

어느 정도는 긴장이 풀린 연인들의 한담이 되겠다.

 

소파씬이 비록

시청자들이 상상하는 그것,

 

실제로 키쓰신에 이어서

소파에서 뭔 일이 있었음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는 아닐지라도,

 

또한 그 소파씬이 아무 의미 없이 나오진 않았으리라고 볼 때,

 

굳이 그 의미를 찾는다면

그 답은 키쓰신에서 찾아야할 것이고,

 

그 키쓰신이 신군과 채경의 정신적인 합방이라는 느낌을 주는 바

당연히 소파씬을 보고

시청자들은 술렁였던 것이다.

 

시청자들은 키쓰신의 격렬함에 놀랐고,

이어지는 소파씬에서 당연히 상상의 영역을 넓힐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단

그 키쓰신이 그대로 그들에겐 합방의 의미가 있다고 해야 좋을 것 같다.

 

대본을 보면,

키쓰신 다음에 그들은 침대 위에,

채경이는 앉아 있고, 신군은 그녀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있는 걸로 나온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여전히 두 사람 사이에 실질적인 육체적 합방이 있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따르니

 

키쓰신에 연출가가 주고싶었던 액센트는

그것을 합방에 가까운 경지로 끌어올리려는 게 아닐까 싶은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

그저 들뜬 청춘의 열기에 몸을 맡긴 그런 사랑이 아닌,

 

움켜쥐고 오랜 시간 투쟁하다시피한 사랑을

서로에게 기꺼이 내어주는 사람들에게

키쓰신, 혹은 정사씬은

단순한 의미라고 볼 수가 없다.

 

신군과 채경의 키쓰신은

단순한 키쓰신으로 보기보단

합방씬의 영역으로 넓히는 게 옳지 않을까?

 

그래야만

이어지는 소파씬이 타당성을 얻지 않을까 싶다.

 

물론,

드라마 외적으로 볼 땐

앞서 말했듯 허무개그스러운 구석이 없지 않지만

 

드라마 안에서 해석하자면

그렇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