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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이란 내 사전엔 없건만..

모놀로그 2011. 8. 10. 12:34

난 내가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꽤 쿨한 편이다.

 

돌아서는 순간

지난 일은 까맣게 잊어버린다.

 

적어도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그건 실생활에서나, 온라인에서나 다를 바가 없었다.

 

이상할 정도로

지나간 시간에 대해선

비록 간간히 그 시절을 돌이키며

그리워할 망정,

 

그러나 그건 그냥

다신 돌아오지 않을

시간에 대한 가뿐한 향수에 불과하다.

 

그런데

어찌하여,

그 시절에 대해서만은 이토록 질긴 미련을 가지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너무 많은 걸 투자해서...

라고 하는 것도 맞지 않다.

 

내가 돌아서는 것과 동시에

깨끗이 정리하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을 수 있는 건

언제나 그 시절에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단지 내가 즐거워서이다.

내가 외곬수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난 아무리 뭔가에 빠져도

이성을 잃진 않는다.

 

의식의 한 구석은 뻥 뚫려 있다.

 

내가 아무리 몰입한다해도,

밑바닥엔 냉소적인 유쾌함이 있다.

 

즉,

내가 좋아서하는 일이고,

내가 하기 싫어지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며

모든 걸 쏟아부은 만큼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돌아가지도 않는다.

 

뭔가가 미진해서라도

슬쩍 돌아가보는 짓도 하지 않는다.

 

온라인에서 만난 몇몇 친구는

나의 이런 성격을 이해하지 못했다.

 

뭔가 남은 게 있으리라고 믿는 것 같았다.

그건 그들이 그렇게 때문이다.

 

그런 내가,

나도 모르게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 시절로 되돌아갔다가

며칠 동안 심한 후유증을 겪었다.

 

갑자기 생생하게 되살아난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날 힘들게 했는지 모른다.

 

거의 몸져 누울 정도로

지금의 내겐 감당하기 힘들었다.

 

지금 내가 이 블로그를,

어쩌다보니 주배우를 위해서

그의 작품 박물관으로 만들었다지만,

 

그만큼

내가 그에게

그리고 주배우가 내게

주고받을 수 있는 것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걸

난 알고 있다.

 

이렇게 쏟아부으면,

남는 게 없어지니까.

 

물론,

주배우를 지금까지 품고 있는 건

그가 모든 걸 쏟아부은 후에

다시 뭔가로 채워줬기 때문이다.

 

그가 더이상 아무것도 주지 않으면

난 미련없이 돌아설 것이다.

 

또한 그가 다시 뭔가로 채워주면

난 계속 그가 준 것을

이곳에 쏟아부을 것이다.

 

미래는 조건적이니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난 그 시절에 대체 뭘 두고 왔을까??

 

왜 이다지도 난 그 시절에 대한

애증에서 헤어나오질 못할까?

 

그리움이라기엔

너무 지치고

 

진절머리난다기엔

너무나 그립다.

 

그렇다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어떻든,

내가 버리고 온 곳으로 되돌아가게 한 것만으로

참 대단한 위력을 지녔던 시절임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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