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집착이란 내 사전엔 없건만.. 본문
난 내가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꽤 쿨한 편이다.
돌아서는 순간
지난 일은 까맣게 잊어버린다.
적어도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그건 실생활에서나, 온라인에서나 다를 바가 없었다.
이상할 정도로
지나간 시간에 대해선
비록 간간히 그 시절을 돌이키며
그리워할 망정,
그러나 그건 그냥
다신 돌아오지 않을
시간에 대한 가뿐한 향수에 불과하다.
그런데
어찌하여,
그 시절에 대해서만은 이토록 질긴 미련을 가지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너무 많은 걸 투자해서...
라고 하는 것도 맞지 않다.
내가 돌아서는 것과 동시에
깨끗이 정리하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을 수 있는 건
언제나 그 시절에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단지 내가 즐거워서이다.
내가 외곬수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난 아무리 뭔가에 빠져도
이성을 잃진 않는다.
의식의 한 구석은 뻥 뚫려 있다.
내가 아무리 몰입한다해도,
밑바닥엔 냉소적인 유쾌함이 있다.
즉,
내가 좋아서하는 일이고,
내가 하기 싫어지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며
모든 걸 쏟아부은 만큼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돌아가지도 않는다.
뭔가가 미진해서라도
슬쩍 돌아가보는 짓도 하지 않는다.
온라인에서 만난 몇몇 친구는
나의 이런 성격을 이해하지 못했다.
뭔가 남은 게 있으리라고 믿는 것 같았다.
그건 그들이 그렇게 때문이다.
그런 내가,
나도 모르게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 시절로 되돌아갔다가
며칠 동안 심한 후유증을 겪었다.
갑자기 생생하게 되살아난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날 힘들게 했는지 모른다.
거의 몸져 누울 정도로
지금의 내겐 감당하기 힘들었다.
지금 내가 이 블로그를,
어쩌다보니 주배우를 위해서
그의 작품 박물관으로 만들었다지만,
그만큼
내가 그에게
그리고 주배우가 내게
주고받을 수 있는 것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걸
난 알고 있다.
이렇게 쏟아부으면,
남는 게 없어지니까.
물론,
주배우를 지금까지 품고 있는 건
그가 모든 걸 쏟아부은 후에
다시 뭔가로 채워줬기 때문이다.
그가 더이상 아무것도 주지 않으면
난 미련없이 돌아설 것이다.
또한 그가 다시 뭔가로 채워주면
난 계속 그가 준 것을
이곳에 쏟아부을 것이다.
미래는 조건적이니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난 그 시절에 대체 뭘 두고 왔을까??
왜 이다지도 난 그 시절에 대한
애증에서 헤어나오질 못할까?
그리움이라기엔
너무 지치고
진절머리난다기엔
너무나 그립다.
그렇다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어떻든,
내가 버리고 온 곳으로 되돌아가게 한 것만으로
참 대단한 위력을 지녔던 시절임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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