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일년 후에 만난 사람 본문
엊그제, 난 우연히 그 사람을 보았다.
거의 일 년 만이다.
처음 본 건, 2년 전..
그때 그는 순정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사람같아서
도무지가 현실감이 없었다.
이 현란한(?) 현실 세계를 살아가면서,
게다가 그의 직업에 비추어볼 때
그런 분위기와 용모를,
그 나이에 유지하고 있다는 건 내겐 기적으로 보였다.
비록 건강하고 남성적으로 보이진 않았지만
그토록 그는 청초하고, 순수하고 동시에 좀 이상하게 보였었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남자치곤 지나칠 정도로 흰 피부를 돋보이게 하는
까만 머리털
이상할 정도로 단정하고 반듯한 거동 등등이
내겐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정말 실존하는 인물인가 싶어서
한번 만져보고 싶을 정도였다.
일년 후에 다시 만났을 땐
그때보단 현실감이 있었다.
나이도 들어보였고
살도 좀 쪘다.
여전히 슬림한 몸매였지만
혈색이 훨씬 나아져서
순정만화 주인공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보기에 거북스럽진 않았다.
인간이 너무 순정만화틱해도 보기에 거북하더만;;;
그런데,
다시 일년이 지나서
우연히 만난 그 사람은
그야말로
허걱;;;
이었다.
그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처음 봤을 때부터 그게 참 궁금했다.
유약하게 생겼지만
자기 말대로 철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강인하다.
그런데도 섬세하고 예민하게 보이는 건
병적일 정도이다.
실제로도 자기가 말하는 것보단
훨씬 소심하고 민감하다.
그러면서 단순하고 무식하기까지하다.
하긴
난 그렇게 단순하고 무식한 면이 어떤 의미에선 재밌고 좋았지만..ㅋㅋ
그는 그래서 적어도 잘난 체는 하지 않았다.
대신 칭찬해주면
어린애처럼 좋아한다.
종잡을 수 없는,
외모와 성격과 실체의 괴리감에
늘 호기심을 품게 했다.
최근에 그는 매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전에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난 그것도 이해했다.
이 무서운 세상에
순수한 거 찾고, 인간적인 거 찾다간
아차하는 사이에 도태된다.
적어도 자기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이거저거 따지면서
울고짜고 할 시간이 있겠는가?
다 집어치우고
지리산으로 가지 않을 반엔
열심히 해야겠지...
하면서도 너무나 변해가는 그 사람에게
서글픔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얼굴을 보니
그가 얼마나 변했는지 알 수가 있었다.
아니
한 인간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 혹은 생활패턴이 변하면
그대로 외모에 반영된다는 규칙이
어김없이 그에게도 적용되었다는 것이
놀라왔다.
그토록 비현실적으로 가녀리고 한떨기 꽃처럼 애처롭기까지 했던
그 까만머리가 하얀 볼을 감싸고 있던
말수 적고 잘 웃으며 다정한 음성으로 노래하던 사람은
오래 전에 사라졌던 것이다.
대신에
그는 자기가 추구한 것을 이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그 결과로
뭔가를 획득한 댓가를
천박해지고 평범해진 모습으로
증명하고 잇었다.
저 사람이 정말
그 사람인가??
그 어디에도 내가 잘 기억하고 있는
한 조각의 아름다움도 없다.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든다.
물론,
그 사람도 나를 보면서
내가 변했다고 생각하겠지.
난 일년 동안 건강을 잃었고
그만큼 피폐해졌을 것이고
그 피폐함이 거칠게 새겨졌을테니까..
우린 왜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서
아름다움이라는 걸
상실해야하는걸까?
대신에 물질적 풍요로움을 얻긴 하겠지만,
내면에서 우러나는 아름다움이란 것은
절대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기에
난 그것이 사라진
그를 보면서 돌아서서 한숨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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