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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후에 만난 사람

모놀로그 2011. 7. 27. 15:29

엊그제, 난 우연히 그 사람을 보았다.

거의 일 년 만이다.

 

처음 본 건, 2년 전..

 

그때 그는 순정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사람같아서

도무지가 현실감이 없었다.

 

이 현란한(?) 현실 세계를 살아가면서,

게다가 그의 직업에 비추어볼 때

그런 분위기와 용모를,

그 나이에 유지하고 있다는 건 내겐 기적으로 보였다.

 

비록 건강하고 남성적으로 보이진 않았지만

그토록 그는 청초하고, 순수하고 동시에 좀 이상하게 보였었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남자치곤 지나칠 정도로 흰 피부를 돋보이게 하는

까만 머리털

이상할 정도로 단정하고 반듯한 거동 등등이

내겐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정말 실존하는 인물인가 싶어서

한번 만져보고 싶을 정도였다.

 

일년 후에 다시 만났을 땐

그때보단 현실감이 있었다.

 

나이도 들어보였고

살도 좀 쪘다.

여전히 슬림한 몸매였지만

혈색이 훨씬 나아져서

순정만화 주인공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보기에 거북스럽진 않았다.

 

인간이 너무 순정만화틱해도 보기에 거북하더만;;;

 

그런데,

 

다시 일년이 지나서

우연히 만난 그 사람은

 

그야말로

허걱;;;

이었다.

 

그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처음 봤을 때부터 그게 참 궁금했다.

유약하게 생겼지만

자기 말대로 철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강인하다.

그런데도 섬세하고 예민하게 보이는 건

병적일 정도이다.

 

실제로도 자기가 말하는 것보단

훨씬 소심하고 민감하다.

 

그러면서 단순하고 무식하기까지하다.

하긴

난 그렇게 단순하고 무식한 면이 어떤 의미에선 재밌고 좋았지만..ㅋㅋ

그는 그래서 적어도 잘난 체는 하지 않았다.

 

대신 칭찬해주면

어린애처럼 좋아한다.

 

종잡을 수 없는,

외모와 성격과 실체의 괴리감에

늘 호기심을 품게 했다.

 

최근에 그는 매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전에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난 그것도 이해했다.

이 무서운 세상에

순수한 거 찾고, 인간적인 거 찾다간

아차하는 사이에 도태된다.

적어도 자기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이거저거 따지면서

울고짜고 할 시간이 있겠는가?

 

다 집어치우고

지리산으로 가지 않을 반엔

열심히 해야겠지...

하면서도 너무나 변해가는 그 사람에게

서글픔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얼굴을 보니

그가 얼마나 변했는지 알 수가 있었다.

 

아니

한 인간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 혹은 생활패턴이 변하면

그대로 외모에 반영된다는 규칙이

어김없이 그에게도 적용되었다는 것이

놀라왔다.

 

그토록 비현실적으로 가녀리고 한떨기 꽃처럼 애처롭기까지 했던

그 까만머리가 하얀 볼을 감싸고 있던

말수 적고 잘 웃으며 다정한 음성으로 노래하던 사람은

오래 전에 사라졌던 것이다.

 

대신에

그는 자기가 추구한 것을 이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그 결과로

뭔가를 획득한 댓가를

천박해지고 평범해진 모습으로

증명하고 잇었다.

 

저 사람이 정말

그 사람인가??

 

그 어디에도 내가 잘 기억하고 있는

한 조각의 아름다움도 없다.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든다.

 

물론,

그 사람도 나를 보면서

내가 변했다고 생각하겠지.

 

난 일년 동안 건강을 잃었고

그만큼 피폐해졌을 것이고

그 피폐함이 거칠게 새겨졌을테니까..

 

우린 왜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서

아름다움이라는 걸

상실해야하는걸까?

 

대신에 물질적 풍요로움을 얻긴 하겠지만,

 

내면에서 우러나는 아름다움이란 것은

절대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기에

난 그것이 사라진

그를 보면서 돌아서서 한숨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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