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수영하는 강아지 본문
테리가 처음 병원에 갔을 때,
의사는 테리의 오른쪽 다리를 한번 만져보더니
관절이 좋지 않다고 했다.
요크셔테리어들은 대개 '슬개골 탈구'라는
질병에 시달린다는 소린 얼핏 들었다.
하지만 우리 테리도 그런 종류의 질병을 선천적으로
타고난 줄은 몰랐다.
테리는 빛의 속도로 소파에서 바닥까지
오르내린다.
특히 소파에서 바닥으로 뛰어내랄 땐
마치 수영 선수가 다이빙을 하듯
곡선을 그리며 뛰어내려서
보기만해도 섬뜩했다.
게다가
일어서서 재주 부리는 건 기본이다.
이건 개쉐이가 아니라
사람처럼 서 있는 시간이 더 길 정도이니..
이번에 털을 깍고 나니
피부병이 생겼고,
거기에 관절에 이상이 와서 절기 시작하는 바람에
열흘 가량 병원에 다녀야했다.
이후로 테리는 전혀 다른 강아지로 변해버렸다.
하루 종일 웅크리고 잠만 잤고,
자지 않을 때도
테리답지 않게 울적한 눈빛으로
한 구석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테리 특유의 모든 행동은 완전히 사라졌다.
키스 세례며, 공을 물고 와서 놀아달라고 조르는 것이며,
소파 위를 날아 다니는 것이며
일체 사라졌다.
무엇보다 이제 겨우 한 살인데
별써 다리를 전다는 사실이 제일 문제였다.
슬개골 탈구는
수술 밖엔 방법이 없는데
그나마도 완치는 안된단다.
재발하기 때문이다.
테리는 요크셔테리어 중에서도
유난스레 다리가 길고 가늘다.
게다가 난폭한 장난을 잘 친다.
또 우리 집의 바닥은 돌로 되어 있다.
여기 저기 카페트를
한여름에도 깔아서 테리를 보호하고 있지만
그것으론 역부족이었나보다.
털을 깍고 나면
대개 강아지들은 우울증에 시달리는데,
게다가
피부병에 걸리기가 쉽다.
또한 털이 사라지면서
드러난 가느다란 다리는
보호막이 없어서 관절이 더이상 버티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난 매우 의심스럽다.
털을 깎을 때,
미용사가 아무래도 조심을 하지 않고 다루는 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조심을 하고 싶어도
발버둥치는 강아지를 다스리려면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으리라.
떠난 녀석도
털만 깎으면 피부병에 다리를 저는 바람에,
꼭 한달은 병원에 다녀야했던 기억이 난다.
떠난 녀석이야 어차피 늘 조용한 놈이었지만,
테리는 워낙에 활달한 녀석이라
갑자기 변해버리니
난감했다.
게다가 벌써 두번이나 마취를 했기에
다시 수술을 하는 건 무리다.
어린 나이에
자꾸 마취를 하는 게
뭐 그리 좋으랴??
아직 수술을 할 정도로 심하진 않지만
어떻든 계속 다리를 저는 게 맘에 걸리고
주사도 약도 별로 듣지 않는다.
생각다 못해
수영을 시키면 어떨까 싶었다.
사람도 관절에 이상이 생기면
제일 좋은 치유 방법이
바로 수영이다.
물 속에선 몸무게가 가벼워지기에
아무리 격한 운동을 해도
무리가 가지 않고,
동시에 그 운동이
고장난 관절을 치유해준다.
테리는 아직 시작 단계이고,
이제 겨우 한 살이니
앞으로 살 날이 많이 남은 녀석이다.
수술은 절대 하면 안되고,
그렇다고
일단 증세가 나타났으니
대책을 세워야하는데
별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수영 생각을 했다.
욕조에 물을 받아서
집어 넣으니
어쩔 수 없이
팔 다리를 움직인다.
손을 놓으면
녀석이 몸집도 크고, 다리가 긴 지라
그냥 서버리는 바람에
긴 시간 몸통을 잡아줘야하는 게
조금 고역이지만,
그래도
물장구치며 수영하는 녀석을 보는 건
정말 재미 있다.
오늘까지 세번째였는데
이제 제법 손발을 능숙하게 움직인다.
중요한 건,
수영을 할 즈음부터
병원을 다니지 않았는데,
그 두 가지가 겹치면서
비로소 테리는 점점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난 수영을 참 좋아했는데,
그 이유가
수영을 하고 나면 몸이 아니라
마음이 비워지는 느낌이 좋아서였다.
스트레스가 완전히 풀어지고
머리도 마음도 맑아진다.
강아지도 수영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리면서
개운해지는걸까??
그토록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던 테리가
수영을 하면서 확실하게 달라진다.
오늘은 거의 예전으로 돌아가서
드디어 주둥이 공격까지 시작했다.
앞으로도 계속 수영을 시켜서
관절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리라.
아무튼,
난 예전부터 우리 강아지를 수영시키는 게
꿈이었는데,
떠난 녀석에겐 생각만하고 실천을 못했었다.
테리가 내 꿈을 이뤄준 셈인가??
이른바 개헤엄이라는 것인데,
그러나 생각보다 훨씬 더 우아하고 부드럽게 물 속에서
팔 다리를 움직이는 사랑스러운 모습은
가히 예술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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