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마왕 18부- 신이 아닌 오승하 본문
마왕 18부는, 마왕 전회를 통털어
가장 비극적이고, 서정적이며,
동시에 완성도가 높고
꽉 들어찬 회에 속한다.
대개 20부작에서 18부쯤이면
막바지에 속하므로,
드라마엔 독특한 느낌이 흐르게 된다.
그것은, 휘날레를 앞두고
마지막 갈등이 절정을 이루지만,
뭔지 모를 느슨함이 느껴진다.
그 느슨함이 화면 곳곳에서,
연기자들에게서
그리고 작가의 필력에서 배어나온다.
대개 뒤로 갈수록 시청률이 좋아지는 걸
난 늘 신기하게 여긴다.
오히려 뒤로 가면서 난 그 드라마에
흥미를 잃곤 한다.
그때까지완 전혀 다른 느낌을 풍기기 시작하는데
그 느낌이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된다..
라고 말하는 듯 하여
김이 빠지기 때문이다.
지우신공의 특징이,
부활에서도 그랬지만
뒤로 갈수록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극도로 절제하며 아껴온 에너지를
후반으로 갈수록 남김없이 극에 투여한다.
마왕같은 경우,
캐릭터들이 눈에 뜨이게 지쳐가고 있다.
난 그것을 높이 평가한다.
왜냐면 마왕에선 휘날레를 앞두고
캐릭터들이 지치는 게 너무 당연하기 때문이다.
대개 복수극이란
약간은 허황된 토대 위에 진행되기 마련이다.
보기는 통쾌하거나 재미있을지 모르지만
리얼리티는 떨어진다.
마왕은 특히 그것이 심하다.
사실,
드라마라기보단 정말 만화같은 설정이 여기저기 깔려 있고,
극을 지배하는 정서도 그러하다.
그럼에도
오히려 다른 복수극보다 더 리얼리티가 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캐릭터들과, 그것을 연기하는 배우들, 작가의 필력과 연출력
등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18부면 연기자들이 지쳐있을 무렵이지만,
우리에겐 연기자들은 보이지 않는다.
단지 이제 캐릭터들이 지쳐가는 것이 보인다.
그들이 지쳐가는 건 너무나 당연하므로
그것이 리얼리티를 주는 것이다.
또한 18부에 이르러
마왕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오승하의 정체가 정작 승하는 모르는 곳에서
밝혀지고 있다.
사무장과 해인이 오승하의 정체를 발혀내고 있을 무렵
승하는 이런 말을 하고 있다.
'난 신이 아닙니다'
거의 신적인 경지의 완벽한 듯 하게 보였던 그의 계획에도
틈이 있다.
그가 보인 틈은 무엇일까?
정태성이 스스로 포기한 그의 인간성이다.
만일 그가 떠나기 직전 해인을 찾아가서
마지막 인사를 하지 않았다면
해인은 그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태훈의 결백을 믿어주고, 해인의 황당한 말도 믿어주었으며
진실이 왜곡되는 현실에 항변하여 형사직을 때려친
사무장을 자기 곁에 두지 않았다면
그렇게까지 집요하게 사건을 파헤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일찌기 태훈 사건에서 오로지 자기 가족을 믿어주었던
두 사람에 의해서 오승하의 정체가 밝혀지는 건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이제 석진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서
다시금 마주선
승하와 오수이다.
처음 권변의 죽음으로 대결할 때를 돌이킨다면,
우리도
얼마나 먼길을 그들과 함께 숨가쁘게 달려왔는지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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