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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18부- 북수에 대한 설교들 본문

주지훈/마왕

마왕 18부- 북수에 대한 설교들

모놀로그 2011. 5. 9. 22:54

복수극을 보고 있노라면,

가끔 나도 모르게 혼란에 빠질 때가 있다.

 

복수를 하겠다고 나서는 인간들은 대개가

인간이 맛볼 수 있는 최고의 비참의 진흙탕 속에서 딩굴다가

기어이 그걸 떨치고 일어난 초인들이다.

 

내겐 그렇게 보인다.

 

가끔, 내 자신을 그들에게 대입해볼 때

나라면 저럴 수 있을까 싶기 때문이다.

 

물론,

드라마이고, 따라서 그들은 실존 인물이 아니라 창조된 인물이기에

가능할지 모르지만

 

복수도 힘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최근에 보았던

'쩐의 전쟁'에서도 복수를 하는 금나라에게

세상을 도통한 듯한 누군가는 점잖게 타이른다.

 

'그놈이 잘못한 게 있다면 법이 심판하고, 법이 안하면 하늘이 한다'고...

 

그런데

저런 말을 들으면 왜 내가 화가 나는걸까??

 

왜냐면

오죽하면 복수를 하겠냔 말이다.

 

저런 말은 복수자의 가슴에 또다른 비수가 될 것만 같다.

 

자기는 전혀 당해보지 않은 지옥을 경험한 사람 앞에서

개폼잡고 설교하는 사람들은

 

비록, 그 말이 진리의 정수라 한들

복수자에게 어떻게 위로가 되겠는가??

 

복수자들은,

복수를 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복수는 이미 죽은 그들이 이 세상에 머무르는 이유이다.

 

난 복수를 잘하는 짓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복수를 하는 것에 대해서 도덕적인 설교를 하는 인간들에겐

짜증이 난다.

 

어떤 가해자로 인해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자신의 인생까지

쫑나버린 존재에게

이 세상에 널려 있는 진부한 또다른 심판의 논리가 과연 통한다고 믿는건가?

 

물론,

나도 누군가가 복수의 칼을 갈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걸

지켜보기만 하긴 힘들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런 진부한 말을 들려주기도 미안할 것 같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그런 고통과 비참의 진흙탕이 단 한방울도 튀지기 않은

깨끗한 옷을 입고 있으니 말이다.

 

뿐이랴!!

 

복수는 나쁜 짓이에요

그럼 못써요

 

라고 말하는 사람들 중에

대개는 그런 말을 하면 안되는 사람도 꽤 많다.

 

우선, 강오수가 그러하다.

 

그가 자기 자신을 위해서건, 정말 정태성의 영혼을 위해서건 간에

적어도 강오수는 그런 말을 하면 안된다.

 

쩐의 전쟁에선

그 달관한 듯한 사채업자 할배가 그러하다.

 

그도 왕년엔 악덕 사채업자로 못할 짓을 참 많이 했다.

설사 그걸 뒤늦게라도 뉘우치고

나름 좋은 일을 하면서 무릉도원에서 살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참 뻔뻔하다.

 

자기의 악업으로 인해 파멸해간 사람들이 부지기수인데

뒤늦게 뉘우치고 선행을 하며

마음을 비우고 더는 자신의 부를 누리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복수에 대해서 나무할 자격이 있냔 말이다.

 

설사 예수님이 나서서 말려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판인데

저런 사람들이 잘난체하면서

현학적인 말로 타이를 때마다

난 웬지 짜증이 난다.

 

복수자들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살고 있는 룰 밖에 있다.

그들에겐 살면서 세뇌당한 도덕이란 것이

풍지박산나버렸다.

 

물론,

법도, 신도 믿지 않는다.

 

자기 자신의 힘만 믿게 된다.

당연한 거 아닌가!

 

그나마 힘마저 없다면

어느날 칼들고 그 죽여버리고 싶은 넘에게 달려들어

너죽고 나죽자

 

이렇게밖엔 못하겠지만,

 

지능적인 복수라도 할 수 있다면

난 그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오승하건, 금나라건,

부활의 하은이건 간에

복수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그들이 아닌 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고,

 

제발 그들에게 진부한 설교는 삼가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들은 그렇게 몸부림치면서

데굴데굴 굴러다니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테니 말이다.

 

금나라나 오승하처럼 천재적인 방법으로,

자기 자신을 누르고

차근차근 상대를 조금씩 죽여가는 것도

결국은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울부짖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복수자의 영혼은 피에 굶주려 있고,

아니 어쩌면 영혼 따윈 이미 죽어버렸는지도 모르며

그런데 불행히도 영혼이라는 건

그렇게 쉽게 죽는 것이 아니라

결국 스스로 자신의 복수에

스스로 찔려서

스스로 자멸하는 것 또한

복수자들이 가야하는 최종적인 도착지이다.

 

그래서

난 복수자들이 불쌍하다.

 

그들은

세상이 가해자인데,

복수를 하면

다시 세상이 설교하고,

그리하여

그들은 두번 죽는다.

 

대체

복수는 해도 피폐해지는 영혼이 말라죽어가고,

그렇다고 안하면

이제 굶주려서 말라비틀어저 죽어가니

 

애초에 그런 괴물을 탄생시키지 않는게 상책이건만,

 

그러나

또한 그게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

인간 사회라..

 

누군가는 가해자가 되고

누군가는 피해자가 되어야하며,

 

그 가해자는 다시금 피해자가 되고

그러면

그 가해자가 한 일에 대해선 그 누구도 뭐라는 사람이 없던 세상이

그가 피해자가 되면

갑자기 설교를 하며 달려드니

 

정말이지 내가 복수자가 아닌게 다행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