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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궁

궁 21부- 황후의 쓸쓸한 질문

모놀로그 2011. 4. 29. 03:46

 

 

 

 

 

 

궁은 나를 그토록 실망시키다가도

갑자기 저렇듯 기막히게 아름다운 장면으로 입을 다물게한다.

 

아...

저 색채감이며

영상미..

 

죽이지 않는가??

 

황제와 황후가 잠자리에 드셨다.

두분 모두 잠을 못이루신다.

그런데

전혀, 마음이 통하지 않는 부부인지라,

한 침대에 누워서도 각각 다른 생각이다.

그런 걸 '동상이몽'이라고 한단다.

사자성어 하나 건졌다;;;

 

잠자리에서조차

 

'황후께선...'

 

이라고 칭하며,

 

여전히 태자비 실언 사건을 거론하고, 같이 있던 야밤의 데이트 상대에 대한

추리만 하고 있는 남편 옆에서,

쓸쓸하게 누워 있는 황후는 정말 아름답다.

 

신군에게 이 모습을 보여줘야하는건데...쩝;;;

 

아마 자신의 엄마에게 홀라당반해서

효자 중의 효자가 되지 않을까?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하지 않을까?

 

그토록 뻣뻣하고 드세고 차가운 황후에게

저런 시린 표정과 가슴이 있으리라고

누가 알겠는가?

 

황제는 바로 옆에 있어도 모른다.

 

정말 가련한 여인네이다.

훌쩍;;;

 

혜정전보단 몇배쯤은 가치가 있어보이는 여자인데 말이다.

 

황후는 어쩐 일인지,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채경에게 별로 화를 내지 않는다.

 

아니,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이건 좀 이상하다.

 

펄펄 뛰며

누구보다 채경이를 쥐잡듯 잡았어야할 황후께서

어쩐 일인지

별로 화를 내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두둔까지 하고 있다.

 

하기야, 자식이나 며느리를 자기가 잡는 한이 있어도

아버지에겐 안넘겨주는 게 어머니라는 사람들이지만..

 

'황제께선 저를 사랑하십니까?'

 

아니

 

;황제께선 저를 사랑하십니까...;

가 맞겠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누구보다 황후 자신이 알고 있을테니까.

 

난 황후의 사려깊음엔 늘 놀란다.

 

그녀는 신군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그녀는, 예상대로 신군이 황실과 국민을 겨냥해서

생쇼를 하며 채경이를 두둔해준 걸 알고 있다.

 

뿐이랴,

그 순간에 더없이 상처를 받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토록 상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엔 자신의 모든 진심을 담아 속마음을 모조리 털어놓은 것까지 알고 있다.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것으로

어떻게든 채경이 마음을 돌려보려고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으며

동시에 분노하고 좌절하는 것도 알고 있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아들의 마음에서 피가 흐르는 것도 알고 있다.

 

황후가 하는 말을 듣고 있자니,

이건 내가 쓴 리뷰를 읽은게 아닌가 의심스럽다

ㅋㅋ

 

내 생각과 너무 똑같지 않냔 말이다.

 

하기야,

그건 제대로 눈만 박히고 머리만 가졌다면

그리고 가슴만 있다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다.

 

황제나, 채경이나 율군만 빼고 말이다.

 

아들의 진심과, 그의 아픔을 누구보다 알면서,

동시에

같은 여자로서, 그 거만하고 뻣뻣하고 까칠한 신군이 그토록 사랑하는

채경이가 부럽다는 황후의 한숨섞인 말이

황제의 귀에 가 닿기는 하는걸까??

아들을 위해 가슴이 아프고,

그래서 행여나 싶어 채경이를 불러다가

혹시라도 채경이도 율군을 사랑하는 것은 아닌가 확인하는

어머니의 마음..

 

그러나

동시에

 

그토록 간절한 사랑을 받고 있으면서도

그걸 모르는 채경에게 딱한 시선을 던지며,

 

여자로서 선망을 느끼는 황후는

눈물을 흘리는 대신

눈을 감아버린다.

 

설사 채경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건,

아무리 궁 생활이 힘들어 허덕이며 도망치려하건,

 

황후도 같은 여자이니

당연히 채경의 마음을 알 것이다.

 

따라서,

 

아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채경이에게

그 진심이 통하여,

그 사랑으로 모든 걸 극복할 날이 오리라고

믿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믿음을 자신에게 주고 있지 않는

남편이 야속하여

그녀는 눈을 감아버리는 것이다.

 

황제도 깊숙히 한숨을 쉰다.

 

그래서 난 황제가 개과천선을 한 줄 알았지뭔가!!!

 

이제와서 사랑이야 억지로 못한다해도,

적어도 황후의 마음은 헤아리려고 결심하는

한숨인 줄 알았지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