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궁 21부-참을 수 없는 존재의 경박함과 초라함 본문
그럼 이제 채경을 보자.
동궁전, 발코니에서
신군이 밤하늘을 바라보고 서 있다.
거기에 채경이 다가온다.
차라리 그냥 당당하게 오던가,
쭈빗거리며 여전히 화장이나 옷차림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양새로
다가오더니,
여전히 화장이나 옷차림과는 어울리지 않는 그 말투로,
'신~~구운;;미안해'
휴!
여기까진 이해하겠다.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뭐가 더 있겠는가?
하긴, 저러고 있는 채경을 보면
정말 신군이 흘린 눈물이 좀 아깝긴하다.
이어지는 말들은 더 심하다.
'사랑한다구 구래짜나...
진심이라면..정말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이해해주면 안 되?
미안하다는 말로 안되는 거야?'
차라리,
동궁전의 황태자비 거치에서 예전처럼 고집스럽게 여전히 콧대 세우고
앉아 있는 편이 낫겠다.
저게 뭔가?
저런 대사는 정말 사절하고 싶다.
내가 신군이라면,
좀 전에 흘린 눈물이 아까와질 것 같다.
하긴 정말 그 눈물이 아깝다는 생각을,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한줌 남아 있던 사랑조차 홀라당 사라져버릴 것 같다.
예를 들어
정상적인 드라마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차마 못할 짓을 한 후에,
바로 그 여자에게 저런 말을 했다면
아마 그 자리에서 싸다귀가 날아갔을 것이다.
아니, 그런 대본이 나왔을 것이다.
하긴 저런 대본을 누가 쓰겠는가만서두.
그 정도로 너무 가볍고 의미없는 말이다.
그들은,
또래 친구인,
평범한 동네 처녀 총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국의 황태자요, 황태자비이다.
그리고 방금 전에
방송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을 저질렀고,
그로 인해서
시어른들을 기함시켰으며
행여 황실이 폐지되어 거리로 나앉을까봐
늘 노심초사하는 황제를
진노케하였다.
단순히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채경이는 여전히 그런 생각은 안중에도 없다.
설사 일국의 황태자부부라는 타이틀을 벗어 던진다쳐도,
그냥 사귀는 남친도 아닌, 남편이다.
그 남편이
'사랑해!!'
라고 확성기에 대고 외치자,
'이혼해'
라고 더 큰 확성기에 대고 화답해놓고는,
'미안해, 날 사랑한다면 이해해줄 수도 있자나'
이런 식으로 나오면 정말 곤란하다.
더 심한 건 그 앞에 붙이는 단서이다.
'진심이라면..'
'진심으로 날 사랑한다면..'
이라는 말을 대체 왜 하는걸까?
그런 식으로 말하면
여전히 니가 하는 말은 다 못믿겠지만,
'만일에 사실이라면!!'
이런 뜻 아닌가?
더 나아가면,
'니가 내 미안하다는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역시 넌 진심으로 날 사랑하는 게 아니야'
라는 뜻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려면
신군은 무조건 채경이를 용서해야한다.
안그러면 자기 고백의 진위조차 의심받을 판이다.
정말 신군은 열받아서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내가 왜 눈물을 흘렸을까????'
자문하면서!!!
'주지훈 > 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궁 21부- 황후의 쓸쓸한 질문 (0) | 2011.04.29 |
---|---|
궁 21부- 신군의 추억 속 얼굴 (0) | 2011.04.29 |
궁 21부-참을 수 없는 존재의 경박함과 뻔뻔함 (0) | 2011.04.29 |
궁 21부- 모롤로그,작가 선생께 사과하다 (0) | 2011.04.29 |
궁 21부 -궁과 신군 (5) (0) | 2011.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