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이렇게 난 혼자서 죽어가네 본문
지금은 없어졌지만,
내가 어렸을 때
이 동네엔 재래 시장이 있었다.
참고로, 난 늘 투덜댄다.
이 바닥에 내 청춘을 바쳤다고..ㅋㅋ
그만큼 이곳에서 우린 오래 살았던 것이다.
난 재래 시장을 좋아한다.
이상하게도 어렸을 땐 싫어했는데,
막상 여기저기 할인 마트니, 대형마트들이 생기면서
오히려 재래 시장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 사람은 꼽추였다.
생선 장수였는데,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았다.
난 생선을 싫어하지만,
우리 아버지가 좋아하시는고로,
우리집 식탁에 절대로 빠져선 안되는 것이 생선이었다.
어쩌다 심부름으로 생선을 사러가도
난 이상하게 그 꼽추 생선 장수에겐 가지 않았다.
그곳엔 손님들이 제일 많이 몰렸음에도...
그런데,
어느날 이상한 소문을 들었다.
시장 가까운 곳에
요즘 유행하는 맛집 같은 것엔 비교도 안되는
기막힌 막국수 집이 있었다.
난 막국수를 좋아하지 않음에도
그 집 것만은 무지하게 좋아해서
날 찾아오는 친구들은 무조건
그곳으로 데려가 퍼먹였다.
그런데,
그 막국수 집엔 30대쯤으로 보이는 여자가 있었다.
주인인 듯 했다.
음식점 주인치곤 눈에 뜨이게 화려하고
흔히 말하듯, 여시같은 여자였다.
후에 들으니
그 여자가 생선 장수 꼽추를 꼬셔서 돈을 후려낸 후에
날랐다는 것이다.
어느날인가
막국수 집의 주인이 바뀌어서 이상타했더만
그런 사연이 있었던 것이다.
난 그때 속으로 무지하게 욕을 퍼부었다.
나쁜뇬~!!
등칠 사람이 없어서 불쌍한 꼽추를,
그것도 죽어라고 생선 냄새 풍기며 모든 돈을 등쳐??
잘먹고 잘 살아라!!
이후로도 그 꼽추는 여전히 열심히 일했고,
가게도 여전히 번창했으며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이번엔 또다른 소식이 귀에 들어왔다.
그 꼽추 생선 장수가 갑자기 죽었다는 것이다.
아직 젋은 사람이었는데
우째 그런 일이??
얘길 들어보니,
죽어라고 일을 해서 번 돈으로 여기저기 보험이란 보험은
모조리 들어놓고도
병이 났는데
병원도 안가고,
약 한봉지 안먹고
결국 혼자 이틀을 앓다가
죽었다는 것이다
뭥미??
그 사람은 대체 뭐를 위해서 그토록 안먹고, 안입으며
일만 죽어라고 한거임??
보험은 왜 그리 많이 들어놓고
아픈데 병원도 안간거임??
혼자 사는 사람이니만큼
아파도 돌봐줄 사람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친척들이 있었다한다.
그들에게 전화를 해도 안와주었을까??
그가 평생 일해서 모은 돈을 어떤 여자에게 홀려서
날렸다한들,
이후로도 여전히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었고,
재산이 짭짤하다한다.
그 재산은 결국,
그가 혼자 죽어도 몰랐던 친척들에게 가게 될 것이다.
남의 일인데도
무지하게 화가 났다.
그 꼽추에게 제일 많이 화가 났다.
왜 그렇게 밖에 못살았는데??
여자에게 속아서 돈을 날렸다해도,
꼽추인 그에게 젊고 아름다운 여자와
한때나마 즐거운 시간이 있었다면,
그건 상처이기도 하겠지만
그 시간만큼은 미치게 행복했을 것이니
그렇다치자.
왜 그렇게 아프게 살다 가냔 말이다.
그런 사람이 뭐 한둘이겠냐만서두,
가까이에서 그런 처절한 스토리를 들으니
정말 화가 나고 가슴이 아팠다.
더우기 그는 내가 얼굴도 알고,
우리집은 그집의 단골 손님이었다.
아버지 밥상에 올라갈 생선을
그 사람에게서 샀으니까.
난 부지런하고, 재게 움직이던
그를 늘 생각한다.
그런 그 사람이
돈이 없으면 모를까,
많은 돈을 쌓아두고,
보험까지 잔뜩 들어두고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보험회사에 좋은 일만 시켜주다가
홀로 몸부림치며
죽어갔다는 사실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얼핏 보면 하늘이 무심한 것 같지만,
그러나
아마도 그 꼽추의 세상에 대한 불신과,
욕심 탓이 아니었을까??
돈을 벌기 위해 사는 것 같은 사람들은 주변에서 많이 본다.
물론,
재벌들은 화려하게 살고,
상류층이랍시고 고개 빳빳하게 세우고
서민들을 자기와 같은 인간이라는 걸
이해할 수 없어하며 살지만,
그들은 실은 겉만 번지르르하다.
친척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
사업을 해서, 크게 성공하였다.
와이프는 걸핏하면
외국으로 골프치러 나갔고,
아이들은 한 여름에도 스키타겠노라며 외국으로 나가곤 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의 그런 생활은
남의 돈으로 이뤄진 것이다.
그들에겐 돈이 많지만,
그만큼 빚도 많다.
호화롭게 살지만
남의 눈물을 딛고 사는 사람들이다.
실제로 사업에 실패하고 집안이 풍지박산이 난 후에야
그들의 그런 호화로운 생활이
남의 돈으로 이뤄진 것들임을 알았다.
가끔 나라까지 들먹이게하며 망하는 재벌들도
알고보면 정말 내막은 기막힐 정도가 아니냔 말이다.
하지만
겉으론 후질구레하지만 사람들이 꽉 들어찬 음식점이나.
꼽추같은 생선 장수들은
알부자이다.
현금 부자인것이다. 영업 이익도 없고, 재무재표도 없지만
확실한 건 생선을 카드로 사거나 어음으로 사는 사람은 없으니까.
또한 후질구레한 집의 맛있지만 싼 음식을 카드로 먹는 사람도 없으니까.
그들은 그렇게 천원짜리일망정
푼돈을 차곡차곡 모아서
거금을 만든 사람들이다.
은행에 물론 빚같은 거 없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평생 그렇게 일만 한다.
그 돈은 다른 사람들이 쓴다.
뭐
돈을 모으는 재미만 누리다 가고
쓰는 재미는 다른 사람 몫인 경우도 많지만,
그 돈을 날로 먹은 사람들도
오래가진 못하리라.
돈이란 참 묘한 것이라
버는 것도 힘들지만
잘 쓰는 것도 힘들다.
하지만,
적어도 일만 하다가 홀로 빈방에서 몸부림치며 죽어갔다면
그건 그 누구의 탓도 아니요,
그 꼽추 생선 장수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안쓰럽고 불쌍하면서도 화가 나는 것이다.
난 이상하게,
그에 대해서 생각을 자주 한다.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아팠으면
아파서 단 이틀만에 죽음에 이르는 걸까?
몸살기가 있다고만 했다던데,
대체 어째서 갑자기 죽었을까?
그 사람은 대체 왜 태어났을까?
휴...
'이렇게 난 혼자서 죽어가네'
라는 노랫말을 난 늘 외고 있다.
저것은
단지 돈주앙에게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니까.
그 사람이
돈주앙의
'사랑으로죽다'
라는 노래를 알았다면
아마도
'이렇게 난 혼자서 죽어가네..'
라고 외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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