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봄비속의 드라이브 본문
간만에 디비 늦잠을 잤다.
깨어나보니 집안이 조용하다.
침대 위에서 딩굴고 있는데,
누군가 들어오는 기척이 난다.
테리를 데리고 산책이나 나가려는데,
비가 오고 있단다.
흑흑...
방을 옮긴 이후로 난 비가 와도 모른다.
이 방구석은 겹겹이 베란다와 샤시로 에워싸여 있어서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길이 없는 초강력 방음방이다.
전에 있던 방같으면,
차양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눈을 떴을텐데...
내가 왜 방을 옮겼던가.
그렇잖아도 몇번인가,
옛날 방으로 돌아가려고 시도했다가
포기하곤 했다.
이 방보다 작긴 해도
그 방에 있으면
많은 꿈을 꿀 수가 있었다.
엄마는 그새
빗속의 드라이브를 즐기고 오셨단다.
테리를 안고
밖에 나가보니
정말 비에서 풍겨오는 내음이 물씬하다.
봄비...
사람들은 행여 저 비에
방사능이라도 포함되어 있을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으려나?
하지만,
비를 워낙에 좋아하는 나는,
그런 복잡한 현대과학이 낳은 기형적인 두려움 따위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저 비가 오고 있다는 게 반갑고,
점점 깊어가는 봄이 반갑고,
동시에
그렇게 물처럼 새어나가는 시간들이
좀 두렵기도 하다.
이렇게 비가 오는 일요일,
시내에 나가면 참 좋았었는데..
서울 시내 한복판이 모처럼 한산하고,
곱게 비를 맞아 검게 물든 아스팔트 위를
사뿐사뿐 걸어서
롯데 쇼핑이나 신세계를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쇼핑을 했었다.
비에 젖은 종로에서 명동까지 우산을 쓰고 걸었는데,
참 행복했었다.
지금은 혀용되지 않는 참으로 귀한 시간들..
미국의 유명 추리 소설가
아일리쉬의 소설
'환상의 여인'
첫 귀절이 생각난다.
'밤은 젊고, 그도 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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