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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속의 드라이브

모놀로그 2011. 3. 20. 10:32

간만에 디비 늦잠을 잤다.

깨어나보니 집안이 조용하다.

 

침대 위에서 딩굴고 있는데,

누군가 들어오는 기척이 난다.

 

테리를 데리고 산책이나 나가려는데,

 

비가 오고 있단다.

 

흑흑...

 

방을 옮긴 이후로 난 비가 와도 모른다.

이 방구석은 겹겹이 베란다와 샤시로 에워싸여 있어서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길이 없는 초강력 방음방이다.

 

전에 있던 방같으면,

차양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눈을 떴을텐데...

 

내가 왜 방을 옮겼던가.

 

그렇잖아도 몇번인가,

옛날 방으로 돌아가려고 시도했다가

포기하곤 했다.

 

이 방보다 작긴 해도

그 방에 있으면

많은 꿈을 꿀 수가 있었다.

 

엄마는 그새

빗속의 드라이브를 즐기고 오셨단다.

 

테리를 안고

밖에 나가보니

정말 비에서 풍겨오는 내음이 물씬하다.

 

봄비...

 

사람들은 행여 저 비에

방사능이라도 포함되어 있을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으려나?

 

하지만,

비를 워낙에 좋아하는 나는,

그런 복잡한 현대과학이 낳은 기형적인 두려움 따위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저 비가 오고 있다는 게 반갑고,

점점 깊어가는 봄이 반갑고,

 

동시에

그렇게 물처럼 새어나가는 시간들이

좀 두렵기도 하다.

 

이렇게 비가 오는 일요일,

시내에 나가면 참 좋았었는데..

 

서울 시내 한복판이 모처럼 한산하고,

곱게 비를 맞아 검게 물든 아스팔트 위를

사뿐사뿐 걸어서

 

롯데 쇼핑이나 신세계를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쇼핑을 했었다.

비에 젖은 종로에서 명동까지 우산을 쓰고 걸었는데,

참 행복했었다.

지금은 혀용되지 않는 참으로 귀한 시간들..

 

 

미국의 유명 추리 소설가

아일리쉬의 소설

 

'환상의 여인'

 

첫 귀절이 생각난다.

 

'밤은 젊고, 그도 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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