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마왕 17부-그들에게 주어진 짧은 카타르시스 본문
정태성과 강오수의 두번째 대결은
어떤 의미에선 꼭 필요했다는 느낌이 든다.
두 사람 모두
한번쯤은 이렇게 발산할 기회가 주어져야했다.
두 사람 모두 가슴 속이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르러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줄 사람은,
세상에 두 사람 밖에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면서 가슴이 아프다.
승하도,
어둠 속에서 오르골이나 만지작거리며
아무리 마왕같은 모습으로 혼자 웃어봤자.
외로움과 서러움과 절통함이 가실 리 없다.
누군가 들어줘야하는데,
그래서 나 여기에 있다고 신호를 보내도
아무도 관심도 가져주지 않고,
들어주지 않고,
알아듣지도 못한다.
아니 한술 더 떠서
여전히 자기 얘기 하기에 바쁘고,
제2의 정태성을 만들기에 급급하다.
그래서 그는 이제 오랜 체기를 다스리기 위해 먹는 박하사탕이
또다른 체기를 불러올 지경이다.
자기 말을 알아듣고 달려와줄 사람은
세상에 강오수뿐이다.
그래서
그에게 순기 사진을 보내고,
달려온 그를 향해
마구 성질을 부려본다.
이만하면 정태성으로선 꽤 성질을 부려본 셈이다.
단지 오수에 대한 분노만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분노까지
발을 구르고 데굴데굴 구르며
한번쯤 화를 폭발해보고 싶었을 것 같다.
아니, 그에게 그런 기회를 줘야했다.
강오수도 마찬가지이다.
그도 누군게를 붙잡고
화도 내고, 변명도 하고 애걸도 해야했다.
그의 얘기에도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으니까.
그저 속이려고 들기만 하니 말이다.
그도 이제는 정면 승부를 하고 싶은데
도무지가 아무도 들어주질 않는다.
둘 다 외롭고 지쳐있고
상대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그들의 말이 서로에게 통할까?
아니,
둘 다 자기 연민에 사로잡혀서
서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하고 싶은 말을
맘껏 할 수가 있다.
십여년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바로 당사자에게 마구 퍼부을 수 있다.
빗나가는 화살처럼 비껴가거나
힘이 딸려서
상대에게 다다르지 못하고
발밑에 떨어질 망정
한번쯤은 두 사람 모두에게
저런 순간은 있어줘야 했다.
일말의 카타르시스는 맛볼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것이 너무나 짧고, 그래서 더 감질나고
아무것도 해결되는 건 없고
그래서
그 다음에 엄습하는 건
더더욱 깊은 외로움뿐이라는 게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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