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마왕 17부- 주지훈의 심리적 액션 연기 본문
17부에선
강오수의 강렬한 인스피레이션,
즉, 오승하=정태성이라는 걸 깨닫고 난 이후의
첫맞짱이었던
성당씬보단 조금 더 강렬한 에너지가
두 사람 사이에 있다.
하지만 역시 조금은 더 아껴두고 있다.
최후의 대결을 위해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오수는
순기의 죽음을 보고 눈이 뒤집혀져서 승하를 찾아오고.
참고 참았던 분노를 마구마구 폭발시키는데,
여기서 승하의 반응을 보면,
그 역시 외형적인 침착함에도 불구하고
역시 평시보단 감정의 진폭이 크다.
친구가 죽었다고 펄펄 뛰며 난리를 피우는
오수가 승하에겐 가증스럽다.
손가락에 상처가 났다고
팔뚝이 잘려나간 사람 앞에서
엄살을 피우고 있는 걸로 보이는 것이다.
일가족이 몰살당하다시피한 비극의
촉발제가 되었던 오수가,
그리고 승하에겐 고의적으로 형을 죽이고,
이어서 가해자로 만들기까지 한 오수의
저런 발작적인 분노는
어쩌면 가증스럽다 못해 희극적이기까지 할 것이다.
그래서
그는 평소의 얄미우리만큼 침착하고 냉정한 태도가
조금 허물어지지만, 이면엔 역시 비웃음이 느껴진다.
하지만 다른 것이 더 있으니 불꽃처럼 나부끼는 살기이다.
늘 차분하고 냉정하고 고요했던 승하이기에
그가 어떤 종류의 표정을 떠올리면
그것은 굉장히 살벌하다.
이 장면에서 승하는 정말 무서울 정도로 살벌하다.
따라서
이 부분은 내가 앞서 말했던
액션 연기에 해당된다.
단지,
몸으로 치고받는 액션 연기가 아닌,
심리적인 액션 연기이다.
강오수의 액션은
이성을 잃고 황소처럼 들이받는 액션이라
엉망진창이라면,
승하의 액션은
분노에 휘둘리지 않는
샤프하고 비정한 액션이다.
주지훈은,
비록 몸으로 하는 액션 연기는 아니지만,
이 대목에선 클로즈업을 통해서
심리적인 액션 연기를 보여주는데
마왕에서 주지훈의 연기 중에서 내가 최고로 치는
이 장면에서의 그의 액션 연기는
정말 처연하면서 서늘하고
시리면서도 오만하고
서글프면서도
당당하다.
문득,
주지훈에겐 이러한 심리적 액션 연기가
잘 어울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전율이 흐른다.
심리적 액션이라는 건
몸으로 치고받는것보다
훨씬 어렵지만,
액션 연기를
저렇게 우아한 표정으로,
그러면서도
집중력있게 해내는 것이
감탄스럽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우아한 오승하가 최고로 우아하게 여겨졌던 부분이
내겐 바로 이 부분이니,
아마도 그 어느 때보다
감정의 파장이 컸을 승하가,
자신의 분노를 스스로 조절하면서
상대에게 면도날같은 일격을 가하면서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운 것이다.
저런 순간에,
저런 심리적 액션 장면에서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배우는
주지훈밖엔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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